숨진 17세 청소년…코로나 검사 음성, 유전자 하나만 '양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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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폐렴 증세를 보인 17세 청소년이 갑자기 숨지면서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확인되면 국내 첫 청소년 사망 사례가 된다.

당국 “코로나19 확인 중..미결정 상태” #코로나 원인이라면 “국내 첫 청소년 사례”

18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와 대구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5분쯤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17세 소년 A군이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다발성 장기부전은 주요 장기들이 동시에 나빠지는 것을 말한다. 기저질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찾은 지 5일 만에 숨져..코로나 확인 안 돼

A군은 지난 13일 오전 발열 등의 증상으로 경북 경산 중앙병원을 찾았다가 X선 검사에서 폐렴 징후가 나타나 이날 오후 영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X선 검사에선 폐 여러 부위가 하얗게 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혈액 투석과 에크모(ECMO·인공 심폐 장치) 등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은 지 일주일도 안 돼 결국 사망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하는 의료진. 연합뉴스TV=연합뉴스

코로나19와의 연관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망 전 여러 번 이뤄진 코로나19 검사에선 음성이 확인되다 하나의 유전자에서만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미결정으로 분류한 뒤 사후 검체를 채취해 재검사하고 있다. 미결정은 수차례 검사에서 양성과 음성이 동시에 나와 확진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두통과 폐렴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던 환자”라며 “여러 번 시행한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이었고 추가로 시행한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미결정으로 일단 판단하고 있다. 최종 검사결과에 따라 감염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음성이었다가 양성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미결정이라고 판단 돼 재검사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결과는 이르면 19일 나올 예정이다.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될 경우 코로나로 인해 사망한 청소년 첫 사례가 된다.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이례적인 경우다.

“18세 이하 중증·사망사례 없어”

그간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해외 임상 결과를 인용, 소아와 청소년의 경우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갈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밝혀왔다.

지난달 20일 대한소아감염학회는 중국을 비롯해 일본과 싱가포르 등에서 보고된 소아·청소년 감염자 상황을 바탕으로 “소아·청소년은 코로나19의 임상 양상이 심하지 않고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진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2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현황 및 국내 네 번째 확진환자 중간조사 경과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본부장도 18일 브리핑에서 “중국에서 2월 11일 기준 환자 4만4000명을 분석해 발표한 논문을 인용하면 10대(10~19세) 확진자가 549명인데 1명이 사망한 것으로 돼 있다. 치명률은 계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9세 미만 확진자는 416명으로 사망자는 없다고 보고됐다.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확진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확진자 가운데 현재까지 중증 환자나 사망한 사례는 없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18일 0시까지 18세 이하 코로나19로 확진된 소아·청소년은 모두 355명이다. 연령별로는▶0~2세 27명 ▶3~6세 27명 ▶7~12세 88명 ▶13~15세 85명 ▶16~18세 128명 등이다. 정 본부장은 “국내 10대 확진자 모두 현재 경증이고 위중한 환자는 없다”고 말했다.

“건강한 사람 사망, 가능한 일”..코로나 아닐수도

김윤경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대한소아감염학회 홍보이사)는 “기저질환 유무 등의 조사 결과를 더 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호흡기 바이러스 가운데 건강한 사람이 폐렴만으로도 사망하게 하는 바이러스가 흔치 않지만 있다”고 말했다. 김한석 서울대 어린이병원장도 “환자 상태를 자세히 모르지만 인플루엔자 등의 바이러스도 (건강한 사람에게)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코로나19 사망자는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 환자에게서 많이 나왔다.

김윤경 교수는 그러나 해외에선 기저질환이 없었다고 보고된 환자 가운데 사망한 사례가 극히 적지만 있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보존적 치료(대증요법) 상황에 따라 중증도가 똑같은 폐렴이라 하더라도 결과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에 감염됐다면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돼 많은 염증이 생겨 폐를 망가뜨리고 신장 등 다른 장기에도 손상을 주는 현상이다. 강한 면역체계 때문에 사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은병욱 노원을지대학교 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코로나에 감염됐다면 20대 초반에서 드물게 있을 수 있는 사이토카인 폭풍이 원인일 수 있다”며 “신종플루 때도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앞서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도 “사이토카인 폭풍은 모든 감염질환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가 아닐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 감염내과 교수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라며 “코로나로 사망할 정도면 바이러스양이 매우 많았어야 한다. 그랬다면 검사에서 바로 양성이 확인됐을 것이다. 과학적으로 따져볼 문제”라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