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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코로나19로 신기술 실험장 열렸다"…중국 IT기업들 왜 바빠졌지?

중앙일보

입력

중국 항저우시에서 한 시민이 '알리페이' 앱을 꺼내서 자신이 이동이 자유로운 '초록색'임을 보여주고 있다. [알리페이]

중국 항저우시에서 한 시민이 '알리페이' 앱을 꺼내서 자신이 이동이 자유로운 '초록색'임을 보여주고 있다. [알리페이]

사람 대신 물건을 배달해주는 배달 로봇, 행인들 중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사람을 1초 안에 찾아내는 첨단 체온계, 스마트폰으로 격리 대상자인지 아닌지를 구분해 내는 시스템. 중국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내놓은 최첨단 서비스들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내막은 뭘까.

무슨 일이야?

-중국의 온라인 유통업체 쑤닝닷컴은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장쑤성 난징에서 로봇 배송 시스템을 도입했다. 쑤닝닷컴이 직접 개발한 로봇이 소비자 집 앞까지 물건을 배송해주는 것.
-유통기업인 쑤닝은 오래 전부터 물류·유통 현장에서 쓰일 로봇을 개발해왔다. 이 로봇은 최대 145리터까지 담을 수 있는 크기, 한 번 충전하면 10시간까지 움직이다. 근무시간은 인간 배달원과 비슷하다.
-쑤닝의 로봇은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사상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후베이성 우한시에도 파견됐다. 긴급 의료품이나 생필품을 조달해야할 때 사람 대신 로봇이 움직인다.

그런 게 더 있어?

-중국 난징대에서 개발한 로봇도 있다. 이름은 '야누스'. 야누스는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활동 중이다.

중국 장쑤성 쑤저우에서 마스크 감지 로봇이 돌아다니고 있다. 마스크를 안낀 사람을 발견하면 경고음을 내고 체온을 측정한다. [신화통신 유튜브 캡처]

중국 장쑤성 쑤저우에서 마스크 감지 로봇이 돌아다니고 있다. 마스크를 안낀 사람을 발견하면 경고음을 내고 체온을 측정한다. [신화통신 유튜브 캡처]

-로봇 야누스는 주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착용하지 않았으면 경고음을 울린다. 한 번에 30명 이상의 사람들에 대한 체온 측정도 할 수 있다. 난징대는 "5G(5세대) 이동통신, 클라우드, 영상 인식 기술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소프트웨어 기업 신광광뎬은 첨단 체온계를 개발했다. 이 체온 측정 시스템은 1초 만에 주변 30미터 이내 사람들 중 비정상적 체온을 감지해낸다. 이 회사는 "단 5일만에 이 체온계를 개발했다"고 지난 1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밝혔다.

중국 기업 신광광뎬이 개발한 첨단 체온계. 주변 30미터 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 비정상적인 체온이 나타나는 사람을 1초 안에 감지해서 알려준다. [신광광뎬]

중국 기업 신광광뎬이 개발한 첨단 체온계. 주변 30미터 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 비정상적인 체온이 나타나는 사람을 1초 안에 감지해서 알려준다. [신광광뎬]

빅 픽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9일 "과학과 기술 발전 없이는 이번과 같은 유행성 전염병 사태를 이겨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질병 퇴치를 하기 위해서는 IT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게 "로봇, 체온 감지 기계 등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시 주석은 그동안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이끌며 미국 실리콘밸리와 기술 경쟁을 벌여 왔다.
-'중국제조 2025'는 2025년까지 인공지능, 자동화 등 최첨단 기술을 세계 최정상 수준으로 올려놓겠다는 계획. 신화통신은 "이번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중국의 기술 기량이 제대로 입증됐다"고 자평했다.

이걸 알아야 해

-지난달 중국 최대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는 '알리페이 헬스코드'기능을 저장성 항저우시에서 출시했다. 코로나19가 만든 '중국식 판옵티콘(원형감옥)'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앱이다.
-앱은 이렇게 작동한다. 항저우 시민들이 알리페이를 깔면 초록색·노란색·빨간색 3가지 QR코드가 나온다. 녹색은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낮아 마음대로 다닐 수 있고, 노란색이 뜨면 7일간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붉은색이 뜨면 2주간 격리되어야 하는 대상이라는 뜻이다.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시장에 가거나 아파트에 들어갈 때도 스마트폰의 QR코드를 찍어야 한다. 노란색이나 붉은색이 뜬 사람들은 이동에 제약이 생긴다.
-현재 항저우시 외에도 중국 내 총 200개 도시에서 이 시스템을 도입해 쓰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색깔을 정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활용해 색깔을 정한다.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우한시에서 온 사람이면 빨간색이 뜬다는 것이다. NYT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사회적 통제를 지속하기 위한 방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