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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제명 무효' 안철수계 비상속…60억 탐나는 민생당 눈 번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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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셀프 제명’을 통한 바른미래당 탈당을 무효로 하면서 안철수계 의원들의 선거 준비에 비상등이 켜졌다. 통합당에 합류해 경선을 앞두고 있던 신용현 의원은 아예 공천에서 탈락하게 됐다.

지난달 18일 셀프 제명을 통해 바른미래당을 나온 비례 의원은 총 9명(김삼화ㆍ김수민ㆍ김중로ㆍ신용현ㆍ이동섭ㆍ이상돈ㆍ이태규ㆍ임재훈ㆍ최도자)이다. 이중 최도자 의원은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의 합당인 민생당으로 돌아갔다. 이태규 의원은 국민의당으로 갔고, 이상돈 의원은 무소속이 됐으며, 나머지 6명은 모두 미래통합당으로 옮겼다. 하지만 법원 결정에 따라 최도자 의원 이외의 8명은 모두 민생당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선 신용현 의원은 17일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공천에서 탈락했다. 임재훈 의원은 이미 낙천했다. 이미 전략공천을 받았던 다른 4명은 다시 공천을 받을 수는 있다. 다만 민생당을 탈당하고 통합당에 재입당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 와중에 의원직을 잃게 된다. 선거법에 따라 비례대표는 제명이 아닌 자진 탈당의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의원직 상실은 금전적 문제를 야기한다. 후원금 계좌와 국회의원 계좌의 남은 잔액을 모두 반납해야 해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현행법상 의원직을 상실하면 남은 후원금은 탈당 시점에 소속된 정당의 중앙당에 반납하거나, 무소속의 경우엔 공익법인 등에 환원하게 돼 있다”며 “이번 경우엔 둘 중 어디에 반납할지 추가적인 판단이 있어야겠지만, 어쨌든 남은 돈을 선거에 사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이동섭, 김삼화, 김수민, 신용현, 이태규 임재훈 김중로 의원이 지난달 18일 오전 국회 의사과에 제명서를 접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바른미래당 이동섭, 김삼화, 김수민, 신용현, 이태규 임재훈 김중로 의원이 지난달 18일 오전 국회 의사과에 제명서를 접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의원직을 잃으면 관련 보좌진도 급여를 받을 수 없다. 20대 국회의원 임기는 5월 31일까지다. 한 의원실 보좌관은 “의원 본인과 인턴을 포함해 의원실에 10명 정도가 있어 두 달 치 급여만 해도 적게는 수천만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다시 공천을 받는 과정에서, 경쟁 상대의 반발도 예상된다. 안철수계 한 의원은 “현재 공천을 받은 지역이 통합당에 유리한 지역도 아닌데, 이번 일로 작은 잡음이라도 생기면 불리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재훈 미래통합당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김삼화 의원실에서 '셀프 제명'으로 옛 바른미래당을 떠났던 비례대표 의원들과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임재훈 미래통합당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김삼화 의원실에서 '셀프 제명'으로 옛 바른미래당을 떠났던 비례대표 의원들과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반면 민생당 입장에선 임재훈·이상돈 의원의 결정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돈 60억원이 왔다갔다 해서다.

법원 결정 전까지 민생당 의원은 18명이었다. 셀프 제명으로 탈당한 의원 8명이 다시 돌아오면 26명이 된다. 이중 국민의당행을 택한 이태규 의원과 통합당에서 공천을 받을 4명 등 5명은 곧바로 탈당한다. 반면 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한 신용현 의원은 민생당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19명이 확보된 상태에서 나머지 2명인 임재훈·이상돈 의원이 민생당에 잔류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교섭단체(현역 20명) 지위가 좌우된다.

교섭단체가 되면 3월 말 각 정당에 지급되는 선거보조금의 규모가 확 달라진다. 민생당의 경우 의원이 19명이면 약 30억원의 선거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0명이 되면 최대 90억원까지 가능하다.

특히 셀프 제명 후 통합당에 합류한 임 의원은 과거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통합당과 대립했던 사실에 대해 수차례 사과하며 “탄핵의 강도 건너는데, 패스트트랙의 개울도 건너자”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다시 패스트트랙을 추진한 민생당에서 ‘6백만불의 사나이’ 중 한명이 됐다. 임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의원직을 잃더라도 재탈당을 할지, 아니면 민생당에 남을지 결정하지 못했다”며 “혼자만 생각하면 당연히 탈당하는 게 맞지만, 보좌진들의 생계도 걸려 있는 문제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민생당 박지원 의원(왼쪽)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생당 의원총회에서 최도자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동영 의원. 임현동 기자

민생당 박지원 의원(왼쪽)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생당 의원총회에서 최도자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동영 의원. 임현동 기자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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