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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D] 재택근무라고 딴 짓하면 딱 걸린다…코로나로 가속화하는 일터 혁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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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일찍 시작한 기업은 벌써 한 달 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뉘앙스를 알 수 없던 답답한 텍스트 커뮤니케이션도, 살림살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배경에서 각자의 화면발을 마주하던 어색한 일상도, 이제는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대학들은 대부분 원격강의를 시작했고, 웬만한 미팅은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진행하고 있다.

유재연의 '인사이드 트랜D'

코로나 19가 길들인 사람들의 하루는 분명 이전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클라우드 플랫폼이 탄탄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노동자가 겪는 근무 질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보안 문제는 더욱 뜨거운 이슈로 발돋움할 것이며, 머리를 맞대야 하는 직종에서는 여러 부작용이 보고될 수도 있다.

기술 리터러시(활용능력)가 높아졌다

한국 사회가 실리콘밸리 급으로 원격근무 체계가 잘 돌아갈 수 있는 것은 그만큼 한국인의 기술 리터러시가 높기 때문이다. 이미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가족과의 영상통화나 유튜브 편집, 챗봇 활용이 아주 자연스러워졌다. 교육에서도 이미 동영상 강의는 15년도 더 된 플랫폼이고, 많은 대학이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미리 동영상으로 학습한 뒤 교실에서는 더욱 심화한 토론이나 논의를 하는 식의 수업)을 도입한 바 있다.

코로나 19가 일으킨 재택근무의 일상은 사람들의 기술 리터러시를 더더욱 드높이고 있다. 재택근무 처지에 놓인 한국인들의 높은 학구열도 한몫 거들고 있다. 유명 해외기업의 재택근무 노하우는 어렵잖게 공유된다. 나가지 않아도 샤워를 하고 옷을 갖춰 입는다든지, 거실이나 침실이 아닌 독립된 공간에서 일한다는 등의 방법들이다. 사람들은 슬랙(Slack)과 줌(Zoom), 구글(GSuite), 위하고(WEHAGO) 같은 플랫폼에 더욱 익숙해져 가고 있으며, 회사 보안망의 실태와 데이터 끌어오기 프로세스 같은 것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효율을 떠나, 집에서도 충분히 업무량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당장 출퇴근에 대한 찬반양론부터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직원 간 대화를 통한 아이디어를 북돋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회사 깃랩(GitLab)의 경우 재택근무 시스템에 ‘티타임 문화’를 도입한 것으로 매우 유명하다. 가상 커피 챗(virtual coffee chat)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원격근무를 하는 사람들끼리도 서로를 알아갈 수 있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기술을 활용해 마치 사무실에서 일하듯, 집에서 일하는 것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협업도, 집중도 더 잘하게 하는 시스템의 개발

집에 있어서 유독 힘겨운 두 가지, 협업과 집중을 높이려는 연구도 이미 학계에서 여러 관점으로 진행된 바 있다. 특히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에는 기계를 이용해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 더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연구자가 많다. 최근 2년간 나온 논문을 살펴보면, 사람의 눈동자 움직임(응시)을 공유해 더 나은 협업을 유도하는 방법, VR과 360도 카메라를 통합한 협업 시스템, 컴퓨터로 잠시 딴짓을 하는 것에 대해 경고를 하되 일하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는 주지 않는 대화형 웹블로킹시스템 연구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저술되고 있다.

각자 다른 공간에서 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VR + 360카메라 실험. 보다 정확하게 물리적으로 원하는 바를 지시할 수 있다는 점이 연구성과로 논의된다. 출처: T. Teo et al.(2019)

각자 다른 공간에서 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VR + 360카메라 실험. 보다 정확하게 물리적으로 원하는 바를 지시할 수 있다는 점이 연구성과로 논의된다. 출처: T. Teo et al.(2019)

극단적으로 사람 얼굴을 띄운 로봇을 사무실에 고용할 수도 있다. 일명 텔레프레전스(tele-presence)라 불리는 로봇으로, 물리적 이동은 로봇이 대신 하고, 로봇의 머리 화면 창에 사람을 띄워 화상채팅을 하듯 소통을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한동안 유명 IT 학회장을 떠돌아다니기도 했는데, 오프라인 인력과 원격 근무자들의 심리적 간격을 줄여줄 수도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2017 CHI 컨퍼런스 현장의 텔레프레전스 간 대화 모습. 각 화면에는 사람의 얼굴이 떠 있다. 출처: 저자 직접 촬영

2017 CHI 컨퍼런스 현장의 텔레프레전스 간 대화 모습. 각 화면에는 사람의 얼굴이 떠 있다. 출처: 저자 직접 촬영

심지어 팀원들 간 ‘가상거리’를 관리하기 위한 솔루션까지 나왔다. 해당 스타트업의 대표이자 가상거리(virtual distance) 개념을 처음 주창한 로제스키(Lojeski) 박사에 따르면, 원격 근무 시 화면 너머에서 발생하는 각종 오류나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팀원 간 심리적 거리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해 채팅을 하다가 오류가 수시로 발생하면 답답해서 말을 더 단순하게 하고, 소통을 통한 아이디어 창출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를 잘 다스릴 수 있는 관리 플랫폼을 써야 한다는 상품까지 나올 만큼, 원격근무에 대한 여러 기술적, 산업적 준비는 꽤 잘 되어있는 편이다.

변화는 이미 와 있다, 대비가 필요하다

경영정보 분야에서 여러 중요한 연구를 한 뉴욕대 올슨(MH Olson) 교수의 1983년 논문에 따르면, 사무자동화로 인해 당시 미국의 사무직 업무 가운데 50%가량이 사무실이 아닌 공간, 즉 집과 같은 곳에서 수행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고 한다. 그는 같은 논문에서 “고도로 통합된 시스템이 존재하면 기술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는 ‘장소 독립성(location independence)’이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30년 가까이 지난 현재, 실제로 이번 코로나 19사태를 겪으면서 이 부분에 대해선 상당 부분 증명됐다고도 볼 수 있다.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도 이미 많이 달라져 있다. 링크드인의 2019년 글로벌 트렌드에 따르면, 링크드인 사용자 중 여성의 36%, 남성의 29%가 일자리를 구할 때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일의 유연성을 꼽았다고 한다. 좋은 인력이 좋은 환경을 쫓는 법이고, 나은 환경은 그 시대의 트렌드를 타는 법이다. 직원을 공간에 묶어두는 문화에서 벗어나, 너른 벌판에서도 일을 잘할 수 있게 하는 환경에 대한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지하다시피 기술도 많이 나와 있다. 코로나 19로 인한 달라진 일상을, 일터 혁신의 새로운 발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유재연 /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박사과정 (you.jae@snu.ac.kr)

중앙일보와 JTBC 기자로 일했고, 이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미지 빅데이터 분석, 로봇 저널리즘, 감성 컴퓨팅을 활용한 미디어 분석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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