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유럽 자동차 공장들이 폐쇄하거나 생산 감축에 돌입하고 있다.
17일 독일 언론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폴크스바겐의 볼프스부르크 본사 공장의 경우, 코로나19로 생산 차질이 빚어진 이탈리아와 스페인 부품업체의 공급을 대체하지 못하면 수일 내 공장을 폐쇄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볼프스부르크 공장의 구내식당은 운영을 중단했고, 직원들은 출근할 때 후문에서 지정된 셔틀버스로만 이동하고 있다. 폴크스바겐그룹 관계자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있는 폴크스바겐 부품업체 수가 중국보다 훨씬 많다”며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고,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프스부르크 공장은 골프·티구안 등 폴크스바겐의 대표 모델들을 생산하고 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이미 이탈리아와 스페인 소재 공장을 폐쇄했다. 람보르기니의 이탈리아 공장은 2주간 폐쇄에 들어갔고, 역시 폴크스바겐그룹의 스페인 브랜드 세아트도 공장을 폐쇄했다.
푸조·시트로엥 등을 생산하는 프랑스 PSA는 이달 말까지 유럽에 있는 모든 공장을 폐쇄한다. 피아트크라이슬러도 이탈리아 공장 6곳과 폴란드·세르비아 공장 각 1곳씩을 폐쇄했다. 이탈리아 공장에선 피아트를 비롯해 북미 수출용 지프와 마세라티, 알파로메오 등을 생산해 왔다. 페라리도 지난 14일 코로나19로 부품 조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오는 27일까지 이탈리아 내 2개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아우디의 벨기에 브뤼셀 공장에서도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조업을 거부해 생산 라인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체코에 있는 폴크스바겐 슈코다 공장과 현대자동차 공장 노조도 14일간의 조업 중단과 방역을 요구했다고 체코 CTK통신이 보도했다. 폴크스바겐의 포르투갈 리스본 공장도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생산량을 16%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BMW 본사가 있는 독일 바이에른주도 비상사태를 선포해 공장 가동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의 시장분석업체 피덴티스는 과잉공급 상태였던 유럽 자동차 업계에 일시적 생산중단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이번 사태로 수요가 타격을 입어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유럽 자동차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한 국내 영향은 아직은 없다. 람보르기니 코리아 관계자는 “공장 폐쇄가 현재로선 2주간에 불과해 국내 딜리버리 등에 아직 영향은 없다”며 “사태가 장기화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