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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분별사' 은혜의강 목사, 소금물 가짜 방역에 당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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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은혜의 강 교회에서 1일 담임 목사의 부인이 코로나19 예방한다며 신자들에 소금물 분무기를 입에 분사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성남 은혜의 강 교회에서 1일 담임 목사의 부인이 코로나19 예방한다며 신자들에 소금물 분무기를 입에 분사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50여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경기 성남 은혜의 강 교회 담임 목사는 평소 '이단 분별 전문가'로 활동했다. 신천지 교회의 확산을 막는 데 자신감을 보였던 그였지만 ‘소금물 방역’이라는 가짜 정보에 발목을 잡혔던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7일 0시 기준 은혜의 강 교회에서만 46명의 확진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 지역에서도 해당 교회 신자와 가족 등 관련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은혜의 강 교회 목사 “신천지 정체 밝혀 퇴출”

은혜의 강 교회는 특정 교단에 속하지 않은 독립 교회로, 김 모 담임목사는 그동안 이단대응 사역 활동을 펼쳐 왔다. 이단분별신학연구소 소장, 한국기독교보수교단협의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을 맡아 이단 퇴치 운동을 벌였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첫 번째 집단 감염의 원인으로 지목된 신천지 교회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지난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교회는 이단이 침투할 수 없는 사역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신천지의 '추수꾼' 등이 잠입하면 정체를 밝혀내 퇴출하곤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는 『이단분별신학』을 출판했다. 책에서 김 목사는 '이단 추수꾼 필터링'의 솔루션을 제시한다. 1단계는 교회 정관 개정이다. 교인 중 신천지 등 이단 집단에 소속된 신분이 밝혀지는 경우 즉시 교인으로서의 모든 자격과 권리가 자동으로 박탈된다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과거 그가 교회에 드린 헌금과 헌물은 일절 반환되지 않는다.

목사 부인의 소금물 분사…온라인엔 “소금물이 바이러스 사멸”

0.9% 이상의 소금물에서는 바이러스가 살 수 없다며 몸속 염도를 0.9%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가짜 정보.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0.9% 이상의 소금물에서는 바이러스가 살 수 없다며 몸속 염도를 0.9%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가짜 정보.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이렇듯 신천지교회를 막는 데 자신감을 보였지만 코로나19 집단 감염은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목사의 아내는 지난 1일과 8일 예배에 참석한 이들에게 교체하거나 소독하지 않은 소금물 분무기를 입 안에 뿌려줬다. 방역 당국은 확진자의 입 안에 들어갔던 분무기가 다른 이들에게도 사용되며 감염을 확산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에는 실제로 소금물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사멸시킨다는 '가짜 뉴스'가 떠돈다. 여러 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지구상 모든 바이러스는 0.9% 염도의 소금물 속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됐으며 내 몸의 염도를 0.9% 이상으로 유지해 주면 바이러스가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다.

출처는 ‘인체와 소금 K.K.D’라고 되어 있으나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 소금에 관한 중요성을 역설한 글을 짜깁기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 염도와 무관”

전문가들은 소금물로는 바이러스를 죽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교수는 “바이러스는 0.9% 이상의 소금물뿐 아니라 어떤 곳에서도 혼자서는 살 수 없다”며 “다른 생명체에 기생할 때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흡기를 통한 감염이 이뤄지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몸속 소금 농도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소금물로 양치하거나 가글을 하는 것은 입 안 세균을 죽여 감기 등을 예방하기 위한 행동”이라며 “소금물로는 바이러스를 죽일 수 없고, 알코올‧세제‧에탄올과 같은 소독제 등만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가영‧윤상언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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