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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갈 곳 없는데... 세종보 개방된 금강엔 먼지만 날려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세종시민도 갈 곳을 잃었다. 공연장·전시관·도서관·체육관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실내 공간이 모두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국립세종도서관과 대통령기록관은 지난 2월 중순 폐쇄했다. 세종시에서는 16일까지 4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대통령기록관·국립세종도서관 등 문 닫아 #세종시민, 야외 공간인 금강 물 없어 한숨만 #정부, 2017년 4대강 보 개방 이후 방치

세종보 개방으로 썰렁해진 금강.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보 개방으로 썰렁해진 금강. 프리랜서 김성태

이 때문에 시민들은 인파가 적은 야외를 찾을 수밖에 없다. 세종에는 금강이 관통하고 있지만, 찾는 사람은 드물다. 강에 물이 없기 때문이다. 세종시 금강은 한때 명물로 인기를 끌었던 세종보(洑)를 개방한 이후 물 구경하기 힘든 상황이다. 세종보는 정부가 2017년 11월 "자연성을 회복해야 한다"며 수문을 연뒤 지금까지 방치된 상태다.

요즘 세종보 위와 아래쪽은 모두 삭막하다. 강바닥은 모래·자갈밭과 누렇게 말라버린 풀밭이 됐다. 물고기는 물론 새나 벌레도 구경하기 어렵다. 세종보는 보에 가득 찬 물과 어우러진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정부가 '금강 8경'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강 8경다운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세종시민 이성옥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갈 곳이 없어 답답한데 말라버린 금강을 바라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2014년 8월 27일 밤에 찍은 세종보 윗쪽 금강과 한두리대교(오른쪽)·첫마을 아파트(앞쪽) 모습. 정부가 보를 개방하기 전만 해도 이 지역은 풍부한 강물과 다리·아파트 단지가 어우러져 야경이 아름다웠다. [사진 행복도시건설청]

2014년 8월 27일 밤에 찍은 세종보 윗쪽 금강과 한두리대교(오른쪽)·첫마을 아파트(앞쪽) 모습. 정부가 보를 개방하기 전만 해도 이 지역은 풍부한 강물과 다리·아파트 단지가 어우러져 야경이 아름다웠다. [사진 행복도시건설청]

세종보에서 금강 상류 쪽으로 5㎞쯤 떨어진 자갈보(양화취수장)에는 그나마 물이 고여 있다. 자갈보는 세종보 개방으로 수위가 낮아지자 세종시가 임시로 만든 물 저장 시설이다. 자갈보에 저장한 물은 세종호수공원과 방축천·제천 등에 하루 최대 2만6700t을 공급하고 있다. 세종시와 환경부는 양화취수장 인근에 별도의 취수시설 설치(예상 사업비 97억원)를 검토하고 있다. 이 취수시설은 금강 물을 최대한 모아 양화취수장으로 보내기 위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1월 13일 세종보를 비롯한 금강·영산강·낙동강의 7개 보를 부분 개방했다. 이 가운데 세종보는 이듬해 2월 2일 전면 개방했다. 또 환경부는 2017년 11월 10일 "2018년 말까지 4대강 16개 보의 처리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세종보 상류에 설치한 자갈보가 2018년 집중호우로 유실된 모습 [중앙포토]

세종보 상류에 설치한 자갈보가 2018년 집중호우로 유실된 모습 [중앙포토]

하지만 보 철거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가열되면서 결정이 미뤄졌다. 환경부 산하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지난해 2월 21일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가운데 3개(세종·공주·죽산)는 철거하고 2개(백제·승촌)는 상시 개방하라"고 정부에 제안했다. 이에 정부는 국가물관리위원회를 통해 지난해 7월까지 철거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세종과 공주시민은 보 철거 반대 운동에 나섰다. 이춘희 세종시장과 세종시의회도 “세종보 해체 여부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공주시의회는 공주보 해체 반대를 주장했다. 정부는 아직 세종보를 비롯한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세종보와 공주보 등 보 처리 문제는 이번 총선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화여대 박석순(환경공학과) 교수는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세종보 등을 포함한 4대강 보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보는 당초 노무현 정부가 건설 계획을 수립했다. 2011년 1864억원을 들여 높이 4m, 폭 360m 규모로 조성했다. 보 안에 물을 담아 도시 경관을 살리고, 하천 주변에 오토캠핑장 등을 만들어 휴식공간으로 제공하자는 게 주요 목적이었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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