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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 Wide] 카카오톡 10년, 수익화 묻었더니 더블로 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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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010년 3월 카카오톡 서비스를 시작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중앙포토]

2010년 3월 카카오톡 서비스를 시작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중앙포토]

매출 3조원 시대 맞은 카카오 

“이미 10만개가 넘는 앱이 있는데 어떤 앱을 만들지 고민했어요. 머리에 물을 맞으며 샤워하던 중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죠. ‘스마트폰은 전화기잖아. 전화기의 핵심기능은 문자와 음성통화잖아.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본질을 놔두고 왜 고민했지?’”

김범수(54)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인터뷰집『biography 김범수』에서 한 말이다. 이 아이디어로 시작된 메신저 앱은 2010년 3월 18일 ‘카카오톡’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6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넘기며 빠른 속도로 퍼졌다. 이를 본 무수히 많은 창업가들이 너도나도 앱 개발에 뛰어들었다. ‘인터넷 시대’가 ‘모바일 시대’로 넘어간 순간이다. 김 의장은 카카오톡 초기 흥행 당시 지인들에게 “(카카오톡을) 친구들이 다 쓰는데 나만 안 쓸 수는 없지 않을까. 일종의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는 기회가 왔다. 우린 성공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모바일 10년, 카카오톡 10년

카카오 매출과 영업이익.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카카오 매출과 영업이익.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 후로 10년. 김 의장의 말은 현실이 됐다. 지난달 13일 카카오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연매출 3조898억원, 영업이익 2066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8%, 183% 증가했다. 거침없는 실적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1년 전 9만8300원(2019년 2월 22일 종가)에 거래됐던 카카오 주식은 지난달 20일 19만 500원까지 치솟았다. 이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여파로 하락했지만(13일 종가 기준 15만9000원) 상승 여력은 여전하다는 게 증권가 안팎의 평가다.

오동환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2년 전 카카오의 주가 상승이 카카오뱅크 기대감으로 인한 일시적 상승이었지만 최근 상승세는 다르다"며 "핵심 서비스인 카카오톡 기반 광고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등 기업 전반의 펀드멘털(기초체력)이 확인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모바일은 돈 안 된다" 평가 뒤집어 

그동안 카카오엔 늘 물음표가 붙었다. 국내 4485만여 명, 해외까지 포함하면 5149만명(2019년 4분기 기준)이 이용하는 거대 플랫폼을 운영하는데, 과연 돈을 벌 수 있는지, 돈을 번다고 해도 다른 IT 기업처럼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지 하는 의구심이었다. 2014년 포털 다음과 합병, 2016년 멜론(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로 몸집을 키웠지만 시장은 여전히 카카오에 물었다. 카카오톡으로 대체 뭘 할 거냐고. 포털 광고·음원 판매로 매출은 늘었지만, 모바일 시대를 연 주인공치고는 수익성이 초라하다는 평가였다.

실제 카카오는 지난해 중반까지도 카카오톡으로 돈 벌 생각이 없어 보였다. 선물하기나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이모티콘 등 관련 서비스는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카카오톡 채팅 기반 광고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카카오 측은 "정보를 찾는 곳인 포털과 달리 메신저는 ‘사적인 공간’이라는 성격이 강해 섣불리 수익 모델을 붙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사업자가 수익모델을 도입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라며 “너무 빨리하면 플랫폼 자체가 망가질 수 있는 만큼, 카카오의 신중한 접근은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 이용자. 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카카오톡 이용자. 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결단을 내렸다. 카카오톡 채팅 목록 상단에 광고(톡보드)를 띄웠다. 내부적으로 축적된 데이터로 학습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용자가의 경험을 해치지 않는 광고 노출의 적정선을 찾았다. 현재까지 반응은 뜨겁다. 지금까지 카톡 상단에 광고하겠다는 기업이 3000곳이 넘는다. 지난해 12월 톡보드의 일평균 매출은 5억원. 올해 카카오의 목표는 관련 매출 1조원, 광고주 수만 명을 확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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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도 카카오발(發) 혁신 바람 기대

카카오 여민수(왼쪽), 조수용 공동대표 [사진 카카오]

카카오 여민수(왼쪽), 조수용 공동대표 [사진 카카오]

카카오의 플랫폼 파워는 이미 금융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등 금융 사업들이 무서운 성과를 내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지난해 4분기 거래액은 13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지난달 6일 바로투자증권의 지분 60%를 300억원에 인수, 올해는 증권 시장에서도 카카오발(發) 모바일 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1100만 사용자를 끌어모은 카카오뱅크는 기존 거대 은행들을 위협하고 있다.

카카오M을 중심으로 한 콘텐트 부문도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카카오M은 16일 글로벌 투자사 앵커에퀴티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약 21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로 인정받은 카카오M의 기업가치는 약 1조 7000억원이다. 이 회사는 ‘검사외전’ 등을 제작한 영화사 월광과 ‘신세계’ 제작사인 사나이픽처스를 지난해 자회사로 인수했다. 영화, 음악, 드라마, 예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자체 제작 콘텐트 제작 역량을 갖춘 종합 콘텐트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카카오의 약진에는 2018년 1월 키를 쥔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의 역량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모두 2000년대 김범수 의장과 NHN(네이버 전신)에서 함께 일하며 네이버의 검색사업과 브랜드를 키운 베테랑이다. 포털 업계 한 관계자는 “광고 전문가인 여 대표와 브랜드·디자인 전문가인 조 대표가 중구난방이던 카카오의 여러 사업에 체계를 잡고 안정적 실적을 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제 카카오는 데이터 기술(DT)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과 주식을 맞교환한 결정이나 한진칼(한진그룹 지주사) 지분을 인수한 것도 DT시대를 위한 포석이다. 오프라인 접점이 많은 기업과 협업해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시장을 장악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김범수 의장은 지난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10년은 데이터가 부가가치를 낳는 시대”라며 “전통적인 IT 비즈니스 대신 DT를 통해 출현할 새로운 사업모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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