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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무책임한 일부 교회·클럽이 방역 전선 허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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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기도 성남시 ‘은혜의 강’ 교회에서 40여 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왔다. 확진자가 더 불어날 수도 있다. 신도 수가 130여 명인 이 교회에서는 1일과 8일에 예배가 있었다. 신천지교 집단 감염 이후 대부분의 교회가 주일 예배를 중단했는데도 이 교회는 평소 하던 대로 신도들을 모았다.

집단 감염 속출해도 예배 강행, 강남 클럽 북적 #정부·여권 섣부른 공치사도 경계심 무너뜨려

일요일인 지난 15일 상당수 교회에서도 예배가 진행됐다. 신천지교 사태 이후 부산의 온천교회와 서울 동대문구의 동안교회 등에서 잇따라 집단 감염 사례가 확인됐는데도 이런 상황이 펼쳐졌다. 천주교와 불교는 모든 행사 중단을 선언하면서 국가적 방역에 동참하고 있다. 일부에 국한된 일이기는 하지만 기독교회들이 전 사회적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 종교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고, 정부가 강제로 예배를 막아서는 안 된다. 다만 개신교 지도자들이 이러한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의논해 자발적 참여를 해 주기 바란다.

지난 주말 서울 서초구 한 클럽에는 젊은이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서울 이태원의 일부 라운지 바나 전국에 생겨난 이른바 ‘감성주점’에서도 주말에 젊은층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 춤을 췄다. 자신들은 젊고 건강해 감염 위험성이 낮고, 설사 감염된다 해도 크게 앓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부모, 친구, 직장 동료를 떠올려 보라.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를 열심히 해 가며 하루하루 조심조심 살아가는 주변인들을 순식간에 위험에 빠뜨리는 지각 없는 행동이 아닌가.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가 열 중 한두 명꼴이다. 그 클럽이나 주점에 무증상 감염자 또는 감염 초기 환자가 있다고 의심하는 게 합리적이다. 클럽과 주점 업주도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지금 전국의 자영업자는 물론 모든 시민이 하루라도 빨리 이 악몽에서 벗어나 생계 걱정 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자기 잇속만 챙기며 전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부와 여권 관계자들에게 호소한다. ‘성공적 방역’ ‘해외에서 칭찬’ 등의 섣부른 공치사를 하지 말라. 그런 아전인수식 자화자찬이 경계심을 허물어 교회로, 클럽으로 시민을 향하게 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진 것은 사실이나 언제 어디서 신천지교 사태와 같은 대형 악재가 다시 터질지 모른다. 위정자들의 욕심과 가벼운 입이 국민이 의병처럼 나서서 구축한 방역 전선에 구멍을 낸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