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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매물 수억씩 뚝뚝…강남 집값 흔들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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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반포자이 아파트. [중앙포토]

반포자이 아파트. [중앙포토]

16일 20여 개 부동산 중개업소가 밀집한 서울 잠실동 트리지움 상가는 비어있는 듯 조용했다. 곳곳에 급매물을 알리는 안내문만 눈에 띌 뿐 고객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공인중개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실상 휴업 상태”라며 “급매물은 계속 나오는데, 관심 갖던 사람도 가격이 더 떨어지면 사겠다고 발길을 돌린다”고 말했다.

6월 양도세 중과 피하려는 84㎡ 잠실리센츠 16억 #코로나 겹쳐 반포자이 급급매는 24억원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매물 가격을 한 번 더 낮춰서 내놓는 집주인도 있다. 대부분 다주택자다. 서울 반포동 반포자이 인근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말 28억원에 팔렸던 반포자이 84㎡가 24억7000만원에 ‘급급매물’ 나왔다”며 “대신 집주인은 5월 안에 잔금을 모두 치를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고 했다. 다주택자는 6월 안에 주택 일부를 정리해야 양도세 부담을 낮출 수 있어서다.

연초부터 초강도 대출 규제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값의 하락 신호는 점점 커지고 있다. 강남 재건축 시장의 대표 아파트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는 3개월 사이 호가가 2억원 정도 하락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체 정모 매니저는 “요즘 84㎡는 21억5000만~21억7000만원에 물건이 나오는데 지난해 말보다 호가가 2억원가량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지난달에 이보다 1억원 더 낮춘 급매물이 갑자기 거래되면서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고 덧붙였다. 매수자는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코로나 여파로 줄어든 아파트 거래량.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 여파로 줄어든 아파트 거래량.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실거래 가격이 연초 이후 5억원 이상 하락한 곳도 등장했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 리센츠 84㎡(전용)가 지난 6일 16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같은 면적이 21억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5억원 하락한 셈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전용 84㎡)가 지난달 14일 21억7000만원에 거래됐다고 신고했다. 역시나 3개월 전 같은 평형이 26억8000만원에 팔린 것보다 5억1000만원 떨어졌다.

상당수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강남권과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값 하락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본다. 오랜 기간 집값이 상승한 데 따른 피로감, 강도 높은 정부 규제 등으로 가격 하락 압박이 심해진 상황에서 시장에 새로운 충격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급매물’나오는 강남 주요 아파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급매물’나오는 강남 주요 아파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대면 거래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급매물을 찾던 움직임도 대기 수요로 바뀌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가 3개월 이상 이어지면 그동안 가격이 급등한 강남권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민은행 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경제 충격의 강도가 크다면 투자 성격이 강한 재건축·재개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을 비롯한 비강남권과 수도권 경기 남부 지역은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매수세는 종전보다 줄어드는 분위기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과거 통계를 보면,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급락하면 시간을 두고 전국 아파트값이 내리는 추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16일 단행한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도 이미 초저금리 시대가 장기화한 상황이라 영향이 미미하다. 양용화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금리 인하 이슈가 부동산 호재로 작용하긴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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