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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화웨이가 빅3?…중국의 숨은 강자 BBK 세계 1위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빅3’는? 흔히 ‘삼성-화웨이-애플’로 알려져 있다.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다. 가트너·IDC·카운터포인트리서치·스트래티지애널리스틱(SA) 같은 시장조사업체가 내놓는 시장점유율 조사 결과가 그렇다. 하지만 조사 결과를 한 걸음 더 들어가 살펴보면 화웨이를 제치고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는 기업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중국의 BBK 일렉트로닉스(이하 BBK)다.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화웨이보다 숨어있는 BBK를 견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BBK 계열 4개 스마트폰 회사 급성장 #오포·비보·원플러스·리얼미 4개 브랜드 보유 #4개 브랜드 점유율 합하면 이미 세계 2위 #중국·인도시장서 급성장하며 1위 자리 노려

중국 오포와 비보, 원플러스, 리얼미 4개 스마트폰 브랜드는 BBK 일렉트로닉스 계열 회사다.

중국 오포와 비보, 원플러스, 리얼미 4개 스마트폰 브랜드는 BBK 일렉트로닉스 계열 회사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삼성>화웨이>애플 순?

BBK는 중국의 스마트폰 브랜드인 오포(Oppo), 비보(Vivo), 원플러스(Oneplus), 리얼미(Realme)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서구 시장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4개 회사 모두 BBK의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다. BBK는 1995년 중국 광둥성에서 설립된 종합가전업체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는 19.2%를 차지한 삼성전자다. 화웨이(15.6%)와 애플(12.6%)이 각각 2, 3위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1위는 삼성전자(20%), 2위는 화웨이(16%), 3위는 애플(13%)이다.

오포의 2020년 전략폰인 파인드2X 프로

오포의 2020년 전략폰인 파인드2X 프로

오포·비보·원플러스·리얼미 합쳐 18%로 세계 2위  

그런데, ‘한 지붕 네 가족’인 오포·비보·원플러스·리얼미의 시장 점유율을 합산하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본지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의뢰해 입수한 지난해 BKK 산하 4개 브랜드의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합산 점유율은 18%다. 화웨이와 애플을 제치고 전 세계 2위가 된다. 이중 오포와 비보가 각각 8%, 원플러스와 리얼미를 합쳐 3% 정도다.

BBK, 중국 점유율 37%로 화웨이 제치고 1위  

‘BBK 사두마차’는 북미·유럽 등 서구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약하다. 4개 브랜드의 지난해 미국 시장 점유율은 1% 남짓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 규모 1, 2위인 중국과 인도에선 이미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는 화웨이다. 점유율은 35%다. 비보가 17%로 2위, 오포는 16%로 3위다. 하지만 비보와 오포에 원플러스와 리얼미까지 합하면 BBK 계열 4개 사의 중국 시장 합산 점유율은 37%로 치솟는다. 화웨이보다 높다.

비보가 지난해 하반기 선보인 비보S5. 스마트폰 뒷면에 4중 카메라를 장착했다.

비보가 지난해 하반기 선보인 비보S5. 스마트폰 뒷면에 4중 카메라를 장착했다.

인도 시장에서도 샤오미 따돌리고 1위   

스마트폰 시장 규모로 중국 다음인 인도에서는 BBK 계열 4개 회사가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스마트폰 브랜드별 인도 시장 1위는 27%를 차지한 샤오미다. 비보(21%)가 2위, 삼성전자(19%)는 3위다. 다음은 오포(12%)와 리얼미(8%) 순이다. 카운터포인트 측은 “지난해 연간으로는 BBK 계열 4개 회사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36%”라고 밝혔다. 샤오미를 9% 포인트 차이로 앞선다.

5G폰인 원플러스7 프로

5G폰인 원플러스7 프로

리얼미 450% 성장, 원플러스도 5G폰 두각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인도에서 샤오미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하지만 비보는 같은 기간 75% 늘었고, 리얼미는 255% 증가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출하량이 5% 감소했다. BBK 계열이 중저가 시장에서만 강세인 건 아니다. 원플러스의 지난해 인도 프리미엄 스마트폰(420달러 이상) 시장 점유율은 33%로 삼성전자(26%)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특히 원플러스는 미국 5G(세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어 시장점유율 3위에 올랐다. 리얼미는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브랜드 중 가장 많이 성장한 회사로 꼽혔다. 지난해 성장률(출하량 기준)은 전년 대비 450%에 달한다.

중국 리얼미는 최근 중급 스마트폰인 리얼미6 시리즈를 공개했다.

중국 리얼미는 최근 중급 스마트폰인 리얼미6 시리즈를 공개했다.

4개 브랜드별로 고가·중저가 투트랙 전략 성공 

통신업계에서는 BBK의 급성장 배경을 기업 분할을 통한 다변화·세분화 전략에서 찾는다. 2008년 설립된 오포와 2009년 세워진 비보는 초창기엔 중국 2~3선 도시를 집중 공략했다. 화웨이와 샤오미의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다. 이후엔 오포는 중저가 시장을, 비보는 프리미엄 시장을 노리는 이원화 전략을 구사했다. 고객층도 오포는 20~30대 여성과 학생층, 비보는 20~40대 남성층을 공략했다. 오포와 비보의 이런 전략은 인도나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통했다. 또 원플러스는 2013년 오포에서 분사해 주로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고 2018년 오포에서 분사한 리얼미는 중저가 시장에서 급성장 중이다.

'친디아'서 고전하는 삼성, BBK에 1위 내줄 수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 1, 2위인 '친디아(ChIndia: China+India)'에서 고전할수록 BBK의 세계 1위 등극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 남짓이고, 인도에서는 3위로 처져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오포와 비보는 아·태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졌고, 리얼미와 원플러스도 각각 중저가와 프리미엄폰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며 "머지 않아 BBK가 세계 시장 1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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