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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김종인 '뿌리론', 탈북민에 대못…깔끔하게 사과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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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왼쪽)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중앙포토

태영호(왼쪽)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중앙포토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서울 강남갑 후보로 공천을 받은 태영호(주민등록상 이름 태구민)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자신의 공천을 "국가적 망신"이라고 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거듭 사과를 요구했다.

태 전 공사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종인 전 대표는 저와 강남 주민들에게 상처를 줬고 헌법에 담긴 다양성의 가치를 순혈주의로 부정했다"며 "출생지를 우선으로 하는 순혈주의는 통합과 국제화 시대에 맞지 않는 폐쇄적 사고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적었다.

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김 전 대표는 지난 12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태 전 공사의 공천과 관련 "공천을 이벤트화한 것"이라며 "남한에 뿌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언급해 '탈북민 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태 전 공사는 당일에도 입장문을 내고 "등에 칼을 꽂는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소위 '뿌리론'은 남한에 고향을 두지 않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누려야할 권리와 역할에 대한 부정"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의무와 권리를 갖고 정정당당히 살아가는 탈북민들과 실향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제가 지역구 후보가 아닌 비례대표에 더 적합하다는 것도 자유민주주의 선거의 기본 가치를 훼손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대표가 지난 14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이 사람(태영호)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그런 분은 지역구보다 차라리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게 더 정상적이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한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태 전 공사는 이어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로 출마한 이유도 밝혔다. 그는 "북한 출신의 최초 지역구 후보이지만 자유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당당히 유권자의 선택을 받음으로써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고 통일 한국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며 "자유시장경제의 가치를 가장 절실히 느끼고 목숨을 걸었던 저였기에 그 상징 지역인 강남의 권리도 누구보다 제대로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이 공식적으로 국민 앞에 내놓은 후보에 대해 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분이 계속해서 후보 자격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라며 "변명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깔끔하게 사과하는 게 신사적"이라고 촉구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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