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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난 파월 해임권한 있다"···美 제로금리 복귀 초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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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모습.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모습.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을 몰아세우며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이 때문에 Fed가 오는 17~18일(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낮춰 ‘제로(0)금리’ 시대로 복귀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8일 FOMC 기준금리 1%P 인하 '빅컷' 기대 #2015년 12월 이후 '실질 제로금리' 회귀 #NYT "파월 해임 시 뉴욕 증시 변동성 커져" #루비니 "금리인하 총알 떨어지면 위기 고조"

14일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처하는 Fed와 파월 의장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다”며 “그들은 뒤늦게 따라갈 뿐 선제 대응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3일 예정에 없던 긴급 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00~1.25%로 0.5%포인트 전격 인하해 시장을 놀라게 한 Fed의 대응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에게는 파월을 해임할 권한이 있다”며 “잘못된 결정을 수없이 해온 그를 다른 자리에 보내고, 다른 사람을 책임자로 임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기준금리를 다시 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게 트럼프의 주장이다. 그는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도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대국민연설을 통해 유럽발 미국 입국 금지라는 초강수를 던진지 이틀만에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대국민연설을 통해 유럽발 미국 입국 금지라는 초강수를 던진지 이틀만에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AP=연합뉴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파월 의장을 비판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한 트럼프의 발언이 처음은 아니지만, 13일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상황에서 파월 해임 가능성은 투자자에게 상당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로 이미 시장이 극도로 불안해진 가운데 파월 의장의 해임이 현실화될 경우 뉴욕 증시는 더욱 흔들릴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이 트럼프의 뜻대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Fed가 오는 18일 기준금리를 최대 1%포인트 내리는 ‘빅컷’ 카드를 쓸 것이라는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뱅크오브아메리카(BoA)·JP모건체이스 등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일제히 Fed가 이번에 1%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미 기준금리는 1.00~1.25%에서 0~0.25%로 내려가며, 2015년 12월 이후 ‘실질 제로금리’로 돌아간다.

미국이 계속 금리를 낮출 경우 금융위기에 대한 리스크는 더 커진다고 월가의 비관론자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진단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저금리가 지속되며 각국이 금리를 내려 대응하는 ‘정책적 총알’이 떨어진 상태”라며 “양적 완화를 시행해도 경기 부양에 실패할 경우 전 세계는 10년 전과 차원이 다른 경제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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