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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 "탈북민은 '아무나' 아니다"···김종인 '태영호 발언' 비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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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 전 유엔대사가 지난 2017년 서울 청담동 갤러리 더 스페이스에서 소년중앙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오준 전 유엔대사가 지난 2017년 서울 청담동 갤러리 더 스페이스에서 소년중앙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태영호(본명 태구민)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의 4.15 총선 강남갑 입후보 논란과 관련해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이사장이 15일 “탈북민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라며 비판했다. 오 이사장은 외교통상부 다자외교조정관 등을 거쳐 2013~16년 유엔 주재 한국 대표부 대사를 지낸 외교통이다.

태영호 강남갑 공천, 김종인 "뿌리 없다" 비판에 "차별적 인식"

앞서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태 전 공사를 서울 강남 갑 지역구에 우선 공천(전략공천)하자 일각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통합당 선대위원장으로 오르내리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국가적 망신”, “남한에 뿌리가 없는 사람” 등의 표현을 쓰며 태 전 공사의 지역구 출마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김 전 위원장은 통합당의 태영호 전 북한 영국주재 공사 강남갑 전략공천에 대해 "국가적 망신"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최승식 기자

최근 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김 전 위원장은 통합당의 태영호 전 북한 영국주재 공사 강남갑 전략공천에 대해 "국가적 망신"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최승식 기자

오 이사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태 공사의 입후보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면서 “야당의 선거 전략이나 당선 가능성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관심을 끈 부분은 왜 북한 탈북민을 공천하는 것이 ‘아무나’일까 하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오 이사장은 이어 “(태 전 공사가) 강남 지역과 연고가 없다는 뜻인 것 같은데, 탈북민들은 남한에서 연고지가 없으니 어떤 지역 기반 선거에도 입후보할 수 없는 것이냐. 그것은 차별적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오 이사장은 “마치 외국인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배운 게 아니니 한국 문학을 전공할 자격이 없고, 시각 장애인은 TV 드라마에 대해 평할 자격이 없다는 것 같이 들린다”며 “이들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그 대상이 우리와 분단됐던 형제자매인 탈북 주민인 경우 더욱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며 “태 공사의 입후보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나든 지 탈북민에 대한 차별은 없어져야 한다. 탈북민뿐 아니라 모든 북한 주민은 우리에게 ‘아무나’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오 이사장은 주유엔 대사 시절인 2014년 12월 북한 인권 문제가 유엔 안보리에서 공식 의제로 채택되자,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 주민은 그저 아무나(anybodies)가 아니다”는 연설로 화제가 됐다.

당시 그는 “분단의 고통은 우리에게 차가운 현실이 됐지만, 남한 사람들은 여전히 북에 가족과 친척들을 두고 있다” 며 “북한 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묘사된 (인권 침해)내용을 읽으면 우리는 가슴이 찢어지고,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함께 눈물을 흘린다. 마치 우리가 비극을 겪는 것처럼 느낀다”고 호소했다. “먼 훗날 되돌아 볼 때, 우리와 똑같은 인권을 가진 북한 주민들을 위해 오늘 우리가 옳은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이 연설은 지금까지 외교가에 회자하는 명연설 중 하나로 꼽힌다.

오 이사장이 이를 다시 인용해 탈북자 출신인 태 전 공사의 입후보 논란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태 전 공사도 15일 페이스북에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위 ‘뿌리론’은 남한에 고향을 두지 않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누려야 할 권리와 역할에 대한 부정”이라는 반박 글을 재차 올렸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이사장이 15일 태영호 전 공사의 미래통합당 공천 논란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오 이사장은 2013~16년 주유엔 대표부 대사 재직 시절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국제 사회에 호소력 있는 연설로 주목을 받았다. [페이스북 캡처]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이사장이 15일 태영호 전 공사의 미래통합당 공천 논란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오 이사장은 2013~16년 주유엔 대표부 대사 재직 시절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국제 사회에 호소력 있는 연설로 주목을 받았다. [페이스북 캡처]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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