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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 매체 "中조치 베낄 가치 없다, 민주국가는 한국 따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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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가, 중국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각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가 세계 각국은 중국이 아닌 한국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보도했다.

홍콩 SCMP와 중화권 매체 둬웨이 잇단 보도 #전 국민 사실상 자가 격리의 가혹한 봉쇄와 #3100명 넘는 엄청난 인명 피해 낸 중국보다 #개방성과 투명성, 국민 협력 3박자 갖추고 #방역과 경제 모두 잡는 한국의 새 모델이 #세계 각국이 추구해야 할 코로나 대처 방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국 내 신종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자 백악관에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국 내 신종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자 백악관에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SCMP와 둬웨이는 14일 제목부터 한국과 중국을 대비했다. SCMP는 ‘한국의 코로나 대응은 중국과 정반대다. 그리고 작동한다’며 둬웨이는 ‘방역과 경제 충돌을 피하려면 한국 모델이 중국보다 더 낫다’고 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이 현재 신종 코로나 통제 상황에 진입할 수 있었던 건 전 국민의 이동을 제한한 가혹한 봉쇄 조치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중국의 통계 발표에 의문이 있긴 하지만 3100여 사망이란 엄청난 피해를 내며 일단 확산을 저지했다.

신종 코로나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이탈리아를 지원하기 위해 중국의 의료팀 9명이 지난 12일 31t의 의료물자를 싣고 상하이 공항을 출발하고 있다. [중국 CCTV 캡처]

신종 코로나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이탈리아를 지원하기 위해 중국의 의료팀 9명이 지난 12일 31t의 의료물자를 싣고 상하이 공항을 출발하고 있다. [중국 CCTV 캡처]

전체주의 국가인 중국의 이 같은 가혹한 조처가 몇몇 민주 국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SCMP는 말했다. ‘전국 봉쇄령’을 내린 이탈리아나 ‘마닐라 봉쇄’를 발표한 필리핀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렌스 고스틴 미 조지타운대 세계보건법 교수는 “민주 국가가 소중히 여기는 건 인권과 자유이지, 중국에서 보인 사회적 통제가 아니다”라며 “중국의 가혹한 조처는 민주 국가가 베낄만한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이 더 나은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원 양구군청의 환경위생과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고자 지난 12일 양구지역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을 상대로 시설 소독을 하고 있다. [양구군 제공, 연합뉴스]

강원 양구군청의 환경위생과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고자 지난 12일 양구지역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을 상대로 시설 소독을 하고 있다. [양구군 제공, 연합뉴스]

미국외교협회의 황옌중 세계보건 선임연구원도 “한국의 경험은 가혹하고도 막대한 비용을 치르는 봉쇄 없이도 비교적 짧은 시간에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황옌중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같은 나라엔 한국의 경험이 더 받아들여질 수 있고 또 실행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혈액 보유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지난 13일 강원도 원주시 지상작전사령부 예하 통신대대 장병들이 헌혈을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상작전사령부 제공,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사태로 혈액 보유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지난 13일 강원도 원주시 지상작전사령부 예하 통신대대 장병들이 헌혈을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상작전사령부 제공, 연합뉴스]

이안 맥케이 호주 퀸즐랜드 대학의 바이러스 학자도 중국이 아닌 한국의 대응 방안이 세계 각국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한국의 접근법이 중국에서 취해진 조치에 비해 덜 극적으로 보이지만 다른 나라들에 더 유용할 것”이라며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국은 전염병의 확산 추세를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CMP는 전체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나 가능한 가혹한 조치 대신 한국의 접근법은 투명성과 개방성, 국민 협력의 3박자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투명성과 관련한 한국 대응의 핵심은 그 어떤 나라보다도 많은 검사 실시에 있다고 전했다.

울산시의회 청사 벽면에 지난 13일 신종 코로나 위기 극복을 응원하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울산시 제공, 연합뉴스]

울산시의회 청사 벽면에 지난 13일 신종 코로나 위기 극복을 응원하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울산시 제공, 연합뉴스]

한국은 하루 최대 1만 5000건의 검사를 할 수 있어 이미 25만 명 정도를 검사했다. 이는 이제까지 1만 건의 검사밖에 하지 않은 일본이나 정부 차원의 정확한 검사 통계조차 부재한 미국과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이라고 SCMP는 강조했다.

윌리엄 샤프터 미 밴더빌트 대학 교수는 이로써 한국이 바이러스를 추적하고 감염 밀도를 측정할 수 있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고 칭찬했다. 반면 미국은 “어디에 감염이 있는지, 그 밀도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SCMP는 또 한국의 개방성과 국민의 협력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중국이 국민의 이동을 금지했지만 한국은 대구에서조차 시민 이동을 제한하지 않았으며 대신 감염자와 밀접 접촉자의 의무적인 격리에 초점을 맞췄다고 소개했다.
또 시민들에게 집에 머무르고 공공 행사를 피하며 마스크를 쓰고 위생에 신경 쓸 것을 권고했으며 시민들의 협력으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SCMP는 이 같은 한국 모델이 세계 국가에 영감과 희망을 주는 원천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인구 1100만의 우한시를 완전 봉쇄하는 극약 처방으로 일단 통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은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인구 1100만의 우한시를 완전 봉쇄하는 극약 처방으로 일단 통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한편 중화권 인터넷 매체로 세계 화인(華人) 사회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갖는 둬웨이는 방역과 경제가 서로 충돌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한국 모델이 중국보다 더 낫다고 평가했다.

둬웨이는 중국의 신종 코로나 통제는 기본적으로 10억명이 넘는 국민을 집에서 밥만 먹게 하고 모든 사회 활동과 소비 활동을 정지시켜서 가능했다며 이 때문에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은 제로 상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신종 코로나 관련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문 전화를 한 데 이어 이란과 이탈리아 지도자에게도 전화를 해 위문하는 등 세계의 역병과의 싸움에서 점차 중국의 역할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신종 코로나 관련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문 전화를 한 데 이어 이란과 이탈리아 지도자에게도 전화를 해 위문하는 등 세계의 역병과의 싸움에서 점차 중국의 역할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당국이 역병을 잡는다며 취한 엄격한 봉쇄 조치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고 둬웨이는 말했다. 중국 경제 특히 서비스 부문의 손실이 참담해 많은 중소기업이 파산 직전의 위급 상황에 부닥쳐 있다는 것이다.

둬웨이는 사실상 중국의 많은 지역이 일찍부터 신규 확진 환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은 모든 주택단지 출입을 봉쇄하는 조치를 계속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중국의 2월 자동차 판매량은 80% 가까이 추락했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 상황이 상당 부분 진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늦추지 말자는 벽보를 붙이는 등 엄격한 사회 통제를 계속 실시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은 신종 코로나 상황이 상당 부분 진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늦추지 말자는 벽보를 붙이는 등 엄격한 사회 통제를 계속 실시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둬웨이는 이처럼 봉쇄로 일관하는 중국보다는 대규모 집회만 금지하고 주민의 자유 이동을 허용하면서도 감염자 위주로 선별 대응에 나서고 있는 한국 모델이 더 과학적이고 대가도 덜 치르는 새로운 방역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방역도 중요하고 경제도 중요한 상황에서 역병을 통제하고 경제를 살리는 균형 잡힌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한 데 한국의 모델은 신종 코로나 억제와 함께 경제사회의 정상 운행을 보장하고 있어 다른 나라가 본받아야 할 방역 모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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