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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속 ‘기회’ 찾는 이재명·박원순…신천지 때리고 집회 막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위기(危機) 속엔 위태로움(危)도 있지만 기회(機)도 있다. 여권 차기 대선 주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위기 극복의 리더십’을 통한 존재감 부각에 힘쏟고 있다.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연수원인 '평화의 궁전'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연수원인 '평화의 궁전'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속 약진이 돋보이는 차기 주자는 이재명 경기지사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다음번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에게 물은 결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23%)에 이어 이 지사는 11%의 응답을 얻으며 2위를 기록했다. 이 지사는 한국갤럽이 지난달 11~13일 조사(1000명 응답)한 결과에선 3% 응답으로 5위였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까지 제친 것이다(두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한국갤럽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이 지사가 자주 노출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 지사는 사태 초기부터 전면에 나섰다. 특히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강력히 대응하는 모습이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이 지사는 지난달 25일 신천지 과천본부를 긴급 강제조사해 신도 명단을 확보했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검체 채취를 거부하자 이 지사는 지난 2일 직접 경기 가평의 신천지 연수원으로 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지사가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신천지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는 이 지사가 신도 명단을 확보하겠다며 신천지 본부에 간 것을 ‘쇼’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지사를 향해 페이스북에 “포퓰리즘도 적당히 하라. 정치 말고 방역을 하라”고 썼다.

서울시가 지난달 21일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시민건강 보호를 위해 도심내 집회를 금지한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주말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해산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가 지난달 21일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시민건강 보호를 위해 도심내 집회를 금지한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주말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해산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5년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때 대응 경험을 부각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감염 정보를 공개하지 않자 박 시장은 피해자 신원과 동선을 공개해 메르스 확산을 막는 데 기여했다. 박 시장은 지난달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성동보건소에 방문해 민관 협력체계 등이 잘 되고 있는지 물었을 때 “아무래도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메르스 때 경험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보수 진영과 신천지에 강력히 대응하는 리더십도 보여주고 있다. 보수 진영의 광화문광장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해 진보 진영의 호응을 얻었다. 이만희 총회장을 살인죄로 고발하면서 신천지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박 시장은 신천지의 법인 허가도 취소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다만 박 시장의 과잉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서울특별시장이 본인이 책임져야 될 집단 감염의 영역을 신천지에 떠넘길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고 썼다. 박 시장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온 구로구 콜센터에 신천지 신도가 2명 있다고 언급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중앙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 앞서 김주영 공동선대위원장(왼쪽)이 이해찬 대표,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에게 화훼농가를 돕기 위한 캠페인으로 화분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중앙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 앞서 김주영 공동선대위원장(왼쪽)이 이해찬 대표,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에게 화훼농가를 돕기 위한 캠페인으로 화분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수 여론조사에서 차기 정치 지도자 1위로 꼽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코로나19 사태에선 조용한 행보를 보인다. 이 전 총리는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을 맡았지만, 정부가 컨트롤타워를 맡은 상황에서 전면에 나서진 않고 있다. 그는 지난해 4월 강원도 산불 피해 당시 위기관리의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이상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와 결과는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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