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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도심, 경찰출동 줄었다···가정폭력까지 줄어든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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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한산한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뉴스1]

3월 8일 한산한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뉴스1]

전국에서 가장 바쁜 지구대로 알려진 서울 마포구 홍익지구대. 이지은 지구대장(경정)은 11일 중앙일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사태 이후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건수가 이전보다 15~2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신종코로나 확산의 영향으로 음주 폭행 등의 범죄가 감소하고 있다. 시민들이 외출을 삼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안 모이면 다툼 등이 벌어질 수 없어 경찰이 나설 일도 줄어든다.

도심 감소 뚜렷 “거의 없다”

서울 도심에선 범죄 감소세가 더욱 뚜렷하다. 조남희 서울역파출소 순찰팀장(경위)은 “평소 하루에 10건 출동한다고 가정하면 최근에는 3건 출동한다”고 설명했다. 출동 건수가 70%가량 줄었다는 의미다. 광화문광장 인근의 파출소들은 “사건이 거의 없어졌다”는 분위기다. 도심의 경우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하는 영향도 있다. 여행 오는 외국인이 급감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부터는 광화문광장과 서울시청광장 일대의 집회·시위가 금지됐다.

서울 중랑구 면목삼팔파출소의 정명락 순찰팀장(경위)은 “이곳은 술집이 많은 유흥가가 아닌데도 출동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체감상 반 가까이 감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폭행 등뿐만 아니라 범죄 전반의 발생이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신종코로나 심각 단계 이후(2월 23일 이후) 1주일간 서울 내 일평균 112신고 건수는 9676건으로 전년 동기(1만209건) 대비 5.2% 감소했다. 이지춘 서울청 112종합상황실장은 “심각 단계 이전 일평균 건수가 전년 동기보다 5.7%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심각 단계 이후의 건수 감소세는 더욱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시민 대부분이 외출을 삼가지만 일부는 예외다.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전광훈 목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뉴스1]

시민 대부분이 외출을 삼가지만 일부는 예외다.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전광훈 목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뉴스1]

외출과 무관한 가정폭력도 줄어 

지방도 마찬가지다.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월 20일부터 2월 26일까지 대구·경북 지역의 일평균 112신고 건수는 1687건으로 최근 3년 평균치보다 1.2% 감소했다. 범죄 유형별로는 강도·절도 등 중요범죄는 -3.6%, 폭력·사기 등 기타범죄는 -8.4%, 가정폭력 -5.4%를 나타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신도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한 2월 19일부터 26일까지를 보면, 전체 신고 건수는 11.6% 줄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란 기회가 있어야 생기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밖으로 잘 안 다니면 범죄 기회가 줄고 범죄 발생 감소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가정폭력 등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과 무관한 범죄까지 줄어든다는 점은 다른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가족이 집에서 TV를 보면서 몇 명이 병에 걸리고 몇 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받아들이는데, 사망자 등보다 자신들이 더 나은 상황에 있다는 상대적 만족감을 느끼고 가족 내 불만이 희석돼 결국 가정폭력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범죄 줄지만 경찰 총업무량 늘어”

범죄가 줄고 있지만, 경찰 내부에선 “총업무량은 되레 늘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성종 서울청 수사과장은 “조사 과정에서 신종코로나가 전염되지 않도록 체온을 측정하고 의심환자는 격리하는 등의 일이 많다”고 말했다. 연락이 두절된 신천지 신도를 수소문하고 마스크 매점매석 등의 범죄를 신속히 처리하는 데 따른 부담도 상당하다고 한다.

김민중·이가람·김홍범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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