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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가·증시·교류 삼각파도로 세계 경제 쑥대밭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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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코로나19만이 아니다. 일파만파로 번진 코로나19는 삼각파도를 일으키며 급기야 글로벌 경제까지 실신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바이러스가 대형 악재를 연속으로 불러오며 인류에 생존의 도전장을 던진 형국이다.

[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중국 등 생산·수요 수요 감소 불 보듯 빤해 #석유 감산 놓고 사우디·러시아 유가 전쟁 #WHO 늑장 팬데믹에 국제기구·정부 불신 #트럼프, 유럽 출발자 한달 미국 입국금지 #유럽·미국 증시 87년 이해 최대 폭락 기록 #불신과 불안, 불확실성이 세계경제 흔들어

뉴욕증시 또 급락. 로이터=연합뉴스

뉴욕증시 또 급락.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경제, 지진에 이어 해일까지 덮쳐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등에서 생산과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은 기본이다. 거기에 더해 세계 경제는 본격적으로 지진해일(쓰나미)에 휩쓸리고 있다. 지난 9일 코로나19 대책을 둘러싸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전쟁이 개막한 것이 서막이었다. 이어 11일엔 세계보건기구(WHO)이 팬데믹을 늑장 선포했으며 같은 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출발자의 미국 입국 한 달간 금지했다. 이 조치들로 유럽과 미국의 증시가 요동쳤다.
급기야 미국은 13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국가비상 사태까지 선언했다. 주요 7개국(G&)은 16일 화상회의를 열고 코로나19와 경제·금융 분야 공동대응을 논의하기로 했다.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는 이제 전 세계의 보건과 경제에 강펀치를 날리고 있다. 코로나19는 역병이 세계를 뒤흔들며 인류의 삶을 어디까지 악화시킬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바이러스 질환이 특히 글로벌 경제에 얼마나 타격을 주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는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다.

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식 거래인이 생각에 잠겨 있다(왼쪽). 코스피가 급등한 4일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신화=연합뉴스, 뉴시스]

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식 거래인이 생각에 잠겨 있다(왼쪽). 코스피가 급등한 4일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신화=연합뉴스, 뉴시스]

전 세계 확진자 14만, 사망자 5000명 넘어  

먼저 코로나19 상황판을 보면 심각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다. 전 세계 통계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웹사이트인 월드오메터(www.worldometers.info)에 따르면 14일(한국시간) 현재 전 세계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는 14만5026명, 사망자는 5408명에 이르며 회복된 사람은 7만920명이다.
국가별 누적 확진자는 중국 8만815명, 이탈리아 1만7660명, 이란 1만1364명, 한국 7979명, 스페인 5232명, 독일 3675명, 프랑스 3661명, 미국 2084명, 스위스 1139명 등이다. 누적 확진자가 1000명을 넘는 나라가 9개국에 이른다. 육상 확진자가 701명과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확진자 696명을 분리해서 통계를 내는 일본도 이를 합치면 1397명으로 1000명을 넘는다.
전날 하루에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숫자는 이탈리아 2547명, 스페인 2086명, 이란 1289명, 독일 930명, 프랑스 785명, 미국 387명, 스위스 271명, 영국 208명, 네덜란드 190명, 노르웨이 177명, 벨기에 160명, 오스트리아 143명, 스웨덴 127명, 덴마크 127명, 한국 110명 등이다. 하루 신환 발생자가 100명이 넘은 나라가 15개국이나 된다. ‘아프리카의 난민 허브’로 불릴 정도로 수많은 난민을 품고 있는 에티오피아와 케냐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 우려를 자아낸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유 거래인이 전광판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유 거래인이 전광판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9일 OPEC+ 감산 협의 결렬되자 유가전쟁 개전

코로나19는 보건 영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며 로 특히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서막은 유가전쟁이었다. 지난 9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전쟁 개전은 서막치고는 요란했다. 유가전쟁은 코로나19에 따른 석유 감산 연장을 논의하던 OPEC+(석유수출기구와 러시아와 관련국들의 논의 자리)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서로 충돌하면서 촉발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석유수요 감소를 우려한 사우디가 현재 취하고 있는 감산조치를 연장하자고 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거부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팩트북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세계 석유 수출은 사우디가 하루 830만 배럴로 1위, 러시아가 522만5000 배럴로 2위다. 이라크가 380만 배럴, 미국이 377만 배럴, 캐나다가 359만 배럴로 뒤를 잇고 있다. 러시아가 감산을 거부하자 사우디가 4월부터 모든 유전을 총가동해 증산하겠다고 선언하고 러시아도 맞받아치면서 물량 과잉공급 우려 속에 유가는 30달러 선으로 곤두박질쳤다. 누구에게도 이익이 될 수 없는 치킨게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내 정치가 국제 유가를 뒤흔든 사건

사우디 정부가 국내 증시에 상장한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서는 유가가 어느 정도 받쳐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도 감산이 필요하다는 이유도 있다.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아람코의 글로벌 상장을 통해 자신이 벌이는 2030 프로젝트의 자금을 확보하려고 해왔다. 사우디에서 석유·가스 수입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42%, 수출의 90%, 그리고 정부 재정의 42%를 차지한다. 사우디의 석유·가스 산업은 국영기업인 아람코가 독점한다.
하지만 사우디의 계속된 석유 감산 제안에 러시아는 추가 감산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러시아에서 석유·가스 등 에너지는 국내총생산(GDP)에선 약 16%를 차지하지만, 수출에선 약 70%를 차지하며 러시아 연방정부는 재정의 약 70%를 이를 통해 충당한다. 연방정부 재정의 석유 의존도가 사우디보다 더 큰 셈이다. 러시아에선 외화를 벌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산업이 에너지 외에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사실상 종신 집권을 위해 오는 4월 22일 개헌안 국민투표를 치르기로 한 상태다. 푸틴의 정치적 명운을 건 국민투표를 앞두고 정권 차원에서 써야 할 자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푸틴이 ‘에너지 차르’임을 부각하는 홍보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연방정부의 곳간을 채워줄 석유의 감산 조치에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코로나19에 국내 정치 변수까지 겹치면서 석유전쟁까지 이른 셈이다.

WHO 사무총장 AFP=연합뉴스

WHO 사무총장 AFP=연합뉴스

CNN보다 늦은 WHO의 팬데믹 선포

코로나19가 보건문제만이 아니듯, 유가전쟁의 파장은 에너지 분야를 넘어 글로벌 경제 전반에 충격파를 전달했다. 당장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유가전쟁에 따른 주가 하락은 11일과 12일 대충격의 전주곡에 불과했다. 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세계적 범유행)을 선포했으며 같은 날 미국은 유럽 출발자의 미국 입국을 금지했다.
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포는 이탈리아에서 하루 1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전 유럽으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이뤄졌다. 중국에서 환자가 폭발할 때 조용하던 WHO는 중국이 수치상으로는 어느 정도 진정되고 코로나19의 중심이 유럽으로 넘어가자 즉시 팬데믹을 선포했다는 점에서 개운치 않다.
WHO가 팬데믹을 선포하자 때늦은 대응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늑장 팬데믹은 전 세계에 국제기구와 정부에 대한 불신을 동시에 불러왔다. 지난 2월 27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NCIRS)의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코로나19가 질병과 사망을 유발하고, 사람간 전파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두 가지가 팬데믹의 요건이라는 말이나 다름 없다. 당시 NCIRS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상사태 선언을 건의했다가 묵살 당했다. 하지만 CNN은 3월 9일 지금의 코로나19 상황을 팬데믹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CNN은 팬데믹 선언의 구체적인 요건을 규정돼 있지 않지만 바이러스가 질병이나 사망을 유발하고, 이 바이러스가 계속 사람들 사이에서 전파되며,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확산하는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하면 팬데믹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전 세계 확진자가 10만 명, 사망자가 3000명을 각각 넘어서고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이었다. 결국 WHO는 CNN보다 늦게 팬데믹을 선언한 셈이다. 늑장 대응은 국제기구와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더했다.

미국 덴버의 드라이브스루 코로나19 검사.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덴버의 드라이브스루 코로나19 검사.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유럽 출발자 입국금지로 유럽·미국 증시 요동

WHO가 팬데믹을 선언하자 은 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유럽에서 출발한 사람들에 대해 1개월간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즉시 발표했다. 유럽과 아무런 논의도 없이 취한 이 강력한 조치는 방역을 위한 과학적인 조치라기보다 11월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인 제스처라는 비난을 부르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과의 외교적·경제적 마찰도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즉시 유감을 표시했으며 대응 조치를 논의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팬데믹'을 선언한 12일 오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서울 신도림역을 통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팬데믹'을 선언한 12일 오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서울 신도림역을 통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미국 증시 대폭락 뒤 간신히 회복

이로 인해 글로벌 경제는 생산·소비·교역 모두에서 삼각파도를 맞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증시 상황이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영국 등 유럽 각국의 증시는 WHO의 팬데믹 선포와 트럼프의 유럽 출발자 미국 입국금지 조치가 발표나면서 대혼란이 찾아왔다. 발표 이틑날인 12일 유럽 증시는 일제히 10%이상 급락하며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12.24% 내린 9161.13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12.28% 하락한 4033.26에 각각 마감했다. 이탈리아 증시의 FTSE MIB 지수는 16.92% 급락하며 1만4894.44로 장을 마쳤다. 독일 dpa통신은 “이탈리아 증시의 경우 1998년 FTSE MIB 지수를 도입한 뒤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도 10.87% 급락한 5237.48에 마감했다. 1987년 주식 시장 붕괴 이후 하루 낙폭으론 기록적이다. 이날 하루 런던 증시에서 1604억 파운드(약 250조원)가 증발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S&P500 지수도 이날 급락을 겪었다. 전날 2만3632.94로 마감했던 다우 지수는 이날 2만1328.23으로 9.75%가 급락했으며, S&P500 지수도 2740.77에서 2479.90으로 9.52%가 떨어졌다. 이날 뉴욕증시에선 서킷브레이커가 사흘 만에 재발동했다. 나스닥 지수도 전날 7951.54에서 이날 7195.64로 9.5% 떨어졌다. 코로나19가 주식시장을 난타한 셈이다.
다행히 13일 다우 지수는 2만3185.62로 9.36%, S&P500 지수는 9.29%, 나스닥 지수는 9.35%가 각각 상승해 일단 어느 정도 회복은 됐다. 하지만 투자자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을 수가 없는 변동 장세다.

 13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유럽과 미국 증시가 10% 안팎 무너지는 등 글로벌 증시의 '대폭락 장세'가 이어지며 장중 1,700선이 붕괴됐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유럽과 미국 증시가 10% 안팎 무너지는 등 글로벌 증시의 '대폭락 장세'가 이어지며 장중 1,700선이 붕괴됐다. 연합뉴스

사태가 이렇게 번지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트럼프가 유럽 여행객의 미국 입국을 한 달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시장을 충격에 빠트렸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촉발된 세계 주식시장의 침체를 미국이 더 심화시키다는 지적이다. BBC방송은 “경제를 위기로 모는 건 코로나19 자체가 아니라 이를 둘러싼 공포 심리와 혼돈”이라고 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혼란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 와중에 승계·종신집권·재선 등을 노린 정치 요인까지 개입해 불확실성을 더한다. 전 세계가 초조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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