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비상한 시국, 비상한 대응을

중앙선데이

입력 2020.03.1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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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호 31면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촌 전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중국은 사태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지만,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이제 막 악화일로 단계로 접어들었다.

팬데믹으로 실물경제까지 위축
기존 관행, 단계적 대책으론 한계

이런 탓에 세계 증시의 폭락 기록이 날마다 바뀌는 가운데 실물경제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감염자와 사망자가 속출해 일상적인 사회 활동은 물론 생산·소비까지 마비 상태로 빠지고 있어서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팬데믹으로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지난해 88조 달러로 추정)이 상황별로 2조3300억~9조170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고, 중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에 엮였으며, 국제적인 물적·인적 교류가 많다면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수출로 먹고사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세계 투자은행·경제연구기관 43곳의 올해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3월 기준 1.8%로, 지난달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닮은꼴 바이러스 감염증을 이겨낸 ‘항체’가 있는 데도 세계 각국은 경험하지 못한 위기를 마주한 듯 공포에 휩싸인 형국이다. 말 그대로 비상시국이다. 비상한 상황에서는 비상한 대응이 절실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의 영상회의에서 “대담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경제 일부가 붕괴될 위험이 커질 것”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연설 내용이 대책으론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뉴욕증시가 폭락세를 보였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재정 지원, 유동성 공급, 융자 등의 수단을 동원하며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영국 영란은행은 예상을 뛰어넘는 폭의 금리 인하를 전격 단행했다. 증시만 놓고 보면 반짝 효과에 그쳤다. 지금은 (그나마도 제한적일 것이란 비관론이 나오지만)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이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우세하다. 그러나 중요한 건 어떤 시그널을 보내느냐다. ‘얼마나 다급했으면…’이라는 부정적 여파를 피할 수 없겠지만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긍정적 영향도 남긴다. 금리 인상이든 인하든 실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한국은행은 주춤거리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임시 회의를 열어 4월 정례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전에 금리를 내릴 예정이지만  대통령의 대책 마련 주문 전인 12일 열린 정례 회의에서는 관행대로 일반 안건만 처리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추가경정예산안 증액 과정에서도 정부가 아닌 국회가 주도하는 사상 초유의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국가부채비율 증가를 우려하는 기획재정부에서 난색을 보여서다.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다독여야 하는 여야 정치인을 견제해야 마땅하지만 기존 추경안으로 충분하다는 식의 인식은 한가로워 보인다. 공매도 논란과 관련한 금융위원회의 대응도 마찬가지다. 13일 대통령 주재 회의 후 등 떠밀린 듯 공매도를 6개월간 전면 금지했다. 지금은 극약 처방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때인 데도, 상황별로 정책 카드를 아껴놓고 싶었겠지만….

‘마스크 수출 비중을 줄여야 했는데…’라는 경제부총리의 만시지탄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든 금리 인하든 정책의 발상부터 바꿔야 한다.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안 된다’는 기존 관행과 정책을 확 뜯어고치지 않고선 난국을 헤쳐 나가기 어렵다. 특히 애써 결정한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까다로운 요건과 절차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지도 두루 살필 필요가 있다.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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