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낙하’ 코스피, 저가 매수 덕에 낙폭 줄었지만 살얼음판

중앙선데이

입력 2020.03.14 00:21

업데이트 2020.03.14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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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호 03면

글로벌 증시 쇼크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트레이더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과 미국의 유럽발 입국 금지 등의 영향으로 9.99% 하락으로 마감했다. 이는 1987년 이른바 ‘블랙 먼데이’ 이후 최악의 폭락이다.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트레이더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과 미국의 유럽발 입국 금지 등의 영향으로 9.99% 하락으로 마감했다. 이는 1987년 이른바 ‘블랙 먼데이’ 이후 최악의 폭락이다. [AP=연합뉴스]

‘자유 낙하(Free fall)’. 감속 없이 하강하기만 하는 세계 증시의 모습을 블룸버그통신은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유럽과 북미 금융시장은 ‘검은 목요일’을 맞아 휘청거렸다.

한국·일본 등 아시아 증시 급락
코스피·코스닥 동시 서킷브레이커
장 후반 들어 대응책 기대로 진정

미 Fed 등 금리 추가 인하 예고
각국 정부·중앙은행 속속 대응책
13일 유럽 증시 장 초반 반등세

13일 아시아 증시도 개장과 동시에 자유 낙하를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금융시장 하강을 저지하기 위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13일 한국 증시엔 비상이 걸렸다. 오전 주가 급락으로 주식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코스닥시장에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지수 하락으로 매도 호가 효력이 일시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작동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동시에 발동되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장중 한때 코스닥 지수는 13.5% 하락했고 500선이 무너졌다. 코스피도 오전 한때 8% 넘게 하락하며 1800선에 이어 1700선까지 무너지기도 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오전 한때 1만6690.60까지 추락했다. 하루 전 종가(1만8559.63)와 비교해 1869.30포인트(10.1%) 하락했다. 닛케이 225지수 일일 낙폭이 1800포인트를 넘은 건 일본 거품 경제가 붕괴한 1990년 이후 30년 만이다.

홍콩 항셍지수 역시 장중 7.4% 미끄러지면서 2만2519.32를 찍었다. 전날 이 지수는 2만4309.07(종가)을 기록했다. 홍콩 주식시장이 개장하고 단 30분도 지나기 전에 2만4000선, 2만3000선이 차례로 무너졌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이날 오전 개장 초기 4.2% 하락률을 기록했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7.5% 미끄러지며 1만선이 한때 붕괴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바로 전날인 12일 유럽 주요국 주가지수가 동시에 10% 넘게 하락했다. 같은 날 다우존스산업,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나스닥종합 등 미국 주요 주가지수는 10% 육박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날 오전 주가 급락으로 증권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 브레이크가 발동됐지만 ‘일단 던지고 보자’는 투자자 공포를 잠재우지 못했다.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다.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번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두고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공식 인정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촉발한 ‘유가 전쟁’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참전으로 확전 양상으로 치닫는 중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책으로 유럽에서의 여행객 입국을 30일간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으면서 ‘검은 목요일’ 발발의 방아쇠를 당겼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국 제한 조치가 코로나19 확산으로 흔들리던 금융시장을 더 큰 불안으로 몰아넣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과 지금의 경제 혼란을 제어할 만한 능력이 사실상 없다는 판단에 시장은 투매 양상으로 갔다”고 분석했다.

미국 CNN 방송은 “그동안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에 환호해왔다”며 “하지만 이제 월스트리트(미국 증권가)와 트럼프 대통령의 우호적 관계는 공식적으로 끝이 났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 상반기 세계 경제를 두고 “어떤 국가도 ‘번영의 오아시스(Oasis of prosperity)’를 누릴 수 없다”고 한 예언이 현실이 돼 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13일 오후 아시아 증시 하락세가 한풀 꺾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62.89포인트(-3.43%) 하락한 1771.44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장중 저점에서 100포인트 넘게 오르기도 했다. 일본 닛케이 225지수도 낙폭을 줄여 6.08% 내린 1만7431.05에 거래를 마쳤다. 연기금 등 공공부문 자금 유입과 주가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 수요 덕분이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 차원의 대응 강도가 높아진 덕도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개최를 위한 논의에 들어갔고, 금융위원회는 6개월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공매도는 없는(空) 주식을 빌린 뒤 먼저 판(賣渡) 다음 일정 기간이 지나 주식으로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하락해야 돈을 벌 수 있다. 금융위는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증폭시킬 위험이 있어 한시 금지를 결정했다.

13일 유럽 주요국 증시도 반발 매수세에 한국 시간 오후 10시30분 현재 7~15%대 급반등하고 있다. 전날 주가 하락이 과도했다는 분석에 따라서다. 북미·유럽 금융 당국의 대응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 추가 인하를 예고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이 대규모 자금 공급에 나선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펴낸 보고서에서 “향후에도 자금시장 불안과 실물 경제로의 전이를 차단하기 위한 연준의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대응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 기능을 어느 정도 회복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는 한 근본적 해결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대유행과 국제유가 폭락이 맞물려 미국 에너지 기업의 신용 위험이 우려되고 있는데, 관련 기업에 대한 대출 지원, 회사채 매입 등이 이뤄진다면 에너지 산업에 국한된 피해는 감내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며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당시 연준이 문제의 핵심이었던 모기지 채권 매입을 결정하고 나서야 금융시장 불안이 진정됐던 만큼 지금도 연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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