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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마스크 쌓아둔다는 박능후 망언…의사들 "파면"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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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직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이날 위원들은 2020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논의했다. 뉴스1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직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이날 위원들은 2020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논의했다. 뉴스1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이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이번엔 현장 의료진의 마스크 부족 상황에 대해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정에서 부족함을 느낄 것”이라 말한 것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의료계와 정치권 일각에선 ‘마스크 망언’이라 질타하며 박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13일 전국의사총연합회(전의총)는 성명서를 내고 전날 박능후 장관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마스크가) 정작 필요한 현장에는 부족해선 안 된다”는 지적에 “그렇게 부족하지는 않다”라고 발언한 것을 겨냥했다. 전의총은 “무능한 거짓말쟁이 장관의 즉각적 파면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답변 과정에서 의료진의 마스크 부족 사태가 “의료진이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정” 때문이란 식으로 말했다.

전의총은 “금일까지 정부가 공급한 공적마스크를 손에 쥔 개원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국민에게 조금도 미안함을 보이지 않는 후안무치함에, 의료진에 조금의 감사한 마음도 없이 적반하장으로 탓하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빨리 장관직을 그만두고 정신과에 가서 인성검사와 지능검사를 받기를 권한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전의총은 또 “임시선별진료소에는 방호복이 떨어지진 않으나 방호복이 여러 종류로 자주 교체되고 품질도 들쭉날쭉하다. 일선 종합병원에서는 초기에 방호복, 마스크를 자력으로 구매했으나 현재는 구매할 수 없고 공적 지급이 하루 필요량의 70~80%밖에 안 돼서 갈아입어야 할 상황에서 안 갈아입고 버티는 중이다. 우리나라 정부의 방역 원칙이 있다면 바로 ‘뒷북 대응’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봉직의사들 “의료계를 적으로 생각하는 발언”

대한병원의사협의회도 이날 “박능후 장관의 실언은 평소 의료계에 대한 적대감이 그대로 표출된 것”이라 꼬집으며 “실제로는 제대로 비축하지도 못하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방호 물품 비축을 의료계가 더 가지고 싶어 하는 이기적인 집단이기 때문에 하는 행동인 것처럼 말한 것은 의료계를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수박 겉핥기식 현장 점검을 통해서 그저 일선 공무원들로부터 물자가 부족하지 않다는 보고만 받았기에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착각하고는 국회에 가서 적반하장 식의 망발을 저지른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개원의사 “심한 모멸감 느낀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의사들이 진료용 마스크를 요구했으나 무시돼다 9일에서야 처음으로 공적마스크를 지역의사회에서 구입했다. 아직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곳이 많으며 마스크 대란이 진행 중”이라면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사명감으로 감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의료계를 사재기하는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보건을 책임지는 장관의 발언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팬더믹이라는 위기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발언인지 한탄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개인 의원의 경우 마스크 몇장을 어렵게 구매해서 한장으로 2~3일 사용하는 현실을 모르고 마치 넉넉히 쌓아놓고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복지부 장관의 발언으로 인해 국민이 큰 실망을 했을 것이고, 의료인들은 심한 모멸감을 받았다. 의료진에게 폭언을 던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료연대본부 “현장 상황 제대로 봐라” 

의료연대본부도 성명서에서 “일선에서 싸우는 의료진을 모욕하는 박능후 장관은 누구에게 보고받는가”라며 “대구지역에서도 마스크 부족으로 큰 곤란을 겪고 있다. 국가가 지정한 코로나19 전담병원인 경북대병원, 동산의료원, 대구가톨릭대의료원 모두 마스크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연대본부는 “현장에서는 의료진들이 당장 다음 주에 쓸 마스크 재고가 없어 아껴 쓰고 있고, 환자접점부서의 직원들은 감염 차단이 전혀 안 되는 일반 치과용 마스크로 코로나19 의심환자를 맞이하고 있어 매우 불안한 상태다. 한 예로 대구의 코로나19 지정병원 중 한 곳은 하루 사용되는 마스크 양이 5600개이나 현장에 내려오는 마스크는 3000개뿐”이라고 지적했다.

연대본부는 “지금이라도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마스크를 포함한 보호 장비의 종류와 수량에 대한 지급 기준과 이후 공급 확대 계획을 제대로 내놓아라. 그것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진을 위해 복지부 장관이 능히 해야 할 일”이라고 요구했다.

심재철 미래대통합당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우한 코로나19 긴급경제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심재철 미래대통합당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우한 코로나19 긴급경제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심재철 대표 “의료진 향한 막말 퍼레이드” 

정치권에서도 박 장관의 망언을 질타하며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 긴급경제대책회의에서 “정부의 보건 책임자인 박능후 장관의 망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기막힌 상황 속에서 환자를 위해 최선의 진료를 하는 의료진을 향해 복지부 장관이 막말한 것이다. 이런 말에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망언은 처음이 아니다.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지 않은 것에 비판하자 농담으로 대처했고, 코로나 대응이 세계 표준이 될 것이라고 자화자찬 놀이에 빠졌다”고도 말했다.

앞서 박 장관은 국내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 “감염학회가 중국발 입국제한을 추천하지 않았다”고 말해 거센 반발을 불렀다.

황수연 기자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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