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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94번 코로나 환자 “보건소가 제때 검사 안 해줬다. 나는 억울하다”고 항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일 부산서 ‘코로나19’ 확진받은 94번 환자 주요 동선. 그래픽=신재민 기자

12일 부산서 ‘코로나19’ 확진받은 94번 환자 주요 동선. 그래픽=신재민 기자

“수지구보건소에서 제때 검사받지 못해 억울합니다.”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지만 지난 9일 부산에 출장 왔다가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양성 판정을 받은 94번 환자(48세 남성,경기도 용인시 거주)가 보건 당국에 한 말이다. 열흘간 돌면서 코로나를 퍼뜨렸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렇게 항변했다고 한다.

부산시,93번과 94번 확진자 동선 13일 공개 #94번 확진자 해운대 호텔투숙, 식당 등 누벼 #93번 확진자 동선 없어도 입원 중 양성판정

그는 최초 몸살 증상이 나타나고 서울 확진자의 접촉자로 판단해 지난 2일 용인시 수지구보건소를 찾았으나 검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를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열흘간 경기도 용인시와 서울 여의도, 부산 해운대의 식당과 병원·호텔 등을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에서 새로운 감염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13일 부산시가 공개한 역학 조사결과를 보면 94번 확진자는 지난 2일 몸살 증상이 나타났다. 그는 이날 출근하지 않고 용인시 수지구보건소를 찾았으나 검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를 받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다닌 여의도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는 문자를 받고 3일에는 외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4일에는 자신의 차로 여의도 직장에 들렀다가 영등포구 서울내과, 엉터리양평해장국집, 일식당 무적가를 찾은 뒤 귀가했다. 다음날인 5일에는 다시 직장에 나가 근무한 뒤 오후 남대문호텔앤스위트에 투숙했다. 6일에는 다시 직장에 출근한 뒤 퇴근해 귀가했고, 휴일인 지난 7~8일에는 외출하지 않고 집에 머물렀다.

코로나 19 확진자의 이동경로가 공개되는 부산시 홈페이지. [홈페이지 캡쳐]

코로나 19 확진자의 이동경로가 공개되는 부산시 홈페이지. [홈페이지 캡쳐]

그러나 9일 오후 직장에서 잠시 일하다 김포공항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김해공항으로 왔다. 그는 해담소곱창순대국에서 저녁을 먹고 해운대 센텀호텔에서 잠을 잤다. 이어 10일 오전 호텔에 머물다가 오후에는 창타이누들, 콩마을전주식 콩나물국밥 센텀점에 들른 뒤 다시 호텔에서 잤다.

11일에는 지인 차를 타고 연제구에 있는 국제밀면 본점에서 식사하고, 허리가 아파 동래구 온천동 광혜병원에서 흉부 X-레이와 CT를 찍은 결과 폐렴 소견이 있어 의사의 권고를 받고 검사한 끝에 12일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2일 최초 증상이 발현한 지 10일 만에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94번 환자는 부산시 조사결과 지난달 24일 확진된 서울 82번 환자와 같은 피트니스센터에서 접촉했으며, 82번 환자의 확진 소식을 듣고 외출을 자제하다 2일 용인시 수지구 보건소를 찾았으나 검사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94번 환자 자신은 접촉자로 판단해 수지구보건소를 찾았으나 82번 확진자의 접촉자로 시스템에 등재돼 있지 않은 데다 몸살 기운이라는 초기 증상 때문에 검사를 받지 못한 것 같다는 게 부산시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중국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기증한 마스크 100만장이 한국에 도착했다. 12일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직원들이 부산에 도착한 4만2500장의 마스크를 하역하고 있다. 이 마스크는 코로나 19 확진환자와 의료진, 취약계층에 배부 될 예정이다. 송봉근 기자

중국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기증한 마스크 100만장이 한국에 도착했다. 12일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직원들이 부산에 도착한 4만2500장의 마스크를 하역하고 있다. 이 마스크는 코로나 19 확진환자와 의료진, 취약계층에 배부 될 예정이다. 송봉근 기자

부산시 관계자는 13일 오후 브리핑에서 “피트니스에서 동일 시간대에 접촉 안 해도 확진자가 발생해 시스템상 접촉자로 올려놓아야 하는데, 왜 누락됐는지는 파악할 필요가 있다. 수지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역학적 연관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검사를 안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지구보건소 측은 “94번 환자가 보건소에 오긴 했으나 접촉자로 얘기를 안 했고, 발열과 기침 등 호흡기 증상 등 역학적 연관성이 없어 검사 사례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보건교육을 한 뒤 돌려보냈다”고 부산시 관계자에게 밝혔다고 한다.

이 때문에 94번 환자는 “수지구보건소에서 제때 검사를 받지 못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부산시 보건당국에 밝혔다고 한다.

부산시는 94번 환자의 접촉자를 검사해 달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수지구보건소에 보냈다. 부산시 관계자는 “94번 환자는 지난 9일 부산으로 온 뒤 마스크를 착용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 환자의 접촉자를 자가격리하고 병원 등은 방역소독을 하는 등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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