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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썰명서]해마다 봄이면 주꾸미가 靑청원 오르는 사연

중앙일보

입력

주꾸미가 제철을 맞았다. 싱싱한 주꾸미는 볶음이나 구이보다 샤부샤부로 즐기기를 권한다. 식감이 훨씬 도드라진다. [중앙포토]

주꾸미가 제철을 맞았다. 싱싱한 주꾸미는 볶음이나 구이보다 샤부샤부로 즐기기를 권한다. 식감이 훨씬 도드라진다. [중앙포토]

코로나19 탓에 모든 활동이 위축된 요즘, 몸이라도 잘 챙겨야 하겠습니다. 보약이 부럽지 않은 제철 음식, 뭐가 있을까요? 봄을 맞아 산과 들에 온갖 푸릇한 것이 돋고 있습니다. 바다에서는 주꾸미(쭈꾸미 아님)가 잔뜩 맛이 올랐지요. 마침 해양수산부가 3월의 수산물로 도다리와 함께 주꾸미를 꼽았습니다. 그런데 봄 주꾸미가 왜 맛있을까요? 꽉 찬 알 때문이라는데, 정말 먹어도 괜찮은 걸까요? 주꾸미에 대한 잡다한 상식을 그러모았습니다.

봄 주꾸미가 진리?

주꾸미는 3, 4월에 가장 많이 잡힌다. 10년 전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최근 5년새 어획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자료 국립수산과학원]

주꾸미는 3, 4월에 가장 많이 잡힌다. 10년 전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최근 5년새 어획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자료 국립수산과학원]

“주꾸미는 3~4월이 제철이다. 산란기를 앞두고 알이 꽉 들어찬 것은 특히 맛이 좋다. 가을에도 잡히지만, 알이 없기 때문에 맛이 떨어진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의 설명처럼 주꾸미는 산란기를 앞둔 봄이 제철로 알려져 있다. 사실 모든 수산물이 산란기를 앞뒀을 때 제일 맛있다. ‘제철 수산물’이란 단어가 산란기를 앞둔 수산물이란 뜻이다. 톡톡 씹히는 주꾸미 알의 독특한 식감을 높이 치는 미식가도 많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3~4월 어획량이 가장 많기도 하다. 최대 산지는 충남과 인천이다.

알 먹어도 될까?

봄에는 알배기 주꾸미가 인기다. 쌀밥 같은 알이 200~300개 들어 있다. 일각에서는 개체 보호를 위해 알배기 주꾸미 취식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리랜서 김성태

봄에는 알배기 주꾸미가 인기다. 쌀밥 같은 알이 200~300개 들어 있다. 일각에서는 개체 보호를 위해 알배기 주꾸미 취식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리랜서 김성태

앞서 적었듯이 주꾸미는 3월의 수산물이다. 다름 아닌 해수부 추천이다. 그런데 3월에 알 밴 주꾸미를 많이 먹으면 씨가 마르지 않을까. 해수부에 문의했더니 애매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해수부 황준성 유통정책과장이 “제철 주꾸미는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만, 알을 내세우진 않는다”고 말했다. 해수부 산하기관인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알이 꽉 들어차 맛있다’고 했는데…. 먹으라는 건지 먹지 말라는 건지 헷갈린다.

주꾸미를 지키자! 청와대 청원도  

2018년 4월과 2019년 3월, 주꾸미 금어기를 조정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다. '포힉'은 포획의 오타인 듯.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2018년 4월과 2019년 3월, 주꾸미 금어기를 조정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다. '포힉'은 포획의 오타인 듯.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주꾸미 금어기는 5월 11일부터 8월 31일까지다. 해수부가 2018년부터 지정해 운용하고 있다. 이 기간에 주꾸미를 잡으면 벌금이 최대 2000만원이다. 이 기간을 금어기로 정한 건 물론 산란기의 주꾸미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주꾸미가 3, 4월에 잡혀먹히고 있다. 주꾸미가 명태처럼 우리 바다에서 사라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주꾸미 금어기를 3~8월로 늘려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18년과 2019년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다.

가을 주꾸미는?

주꾸미는 가을에도 많이 먹는다. 아니 살이 통통히 오른 가을 주꾸미가 더 맛있다는 사람도 많다. 이를테면 음식 칼럼니스트 김진영씨는 “보드라운 육질과 감칠맛은 가을 주꾸미가 한 수 위”라고 주장한다. 주꾸미 바다 낚시도 금어기가 풀리는 9월이 최대 성수기로 알려져 있다.

주꾸미 어떻게 먹을까?

보통 매운 양념을 해 볶음이나 구이로 먹는다. 오삼불고기처럼 삼겹살과 함께 나오는 집도 많다. 양념이 매워 계란찜을 곁들이고 마지막엔 밥을 볶아 먹는다.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산 주꾸미를 주로 쓴다. 주꾸미 산지에서 먹는 방법은 조금 다르다. 산 주꾸미를 회 쳐 먹는 탕탕이, 채소·바지락 넣고 끓인 육수에 주꾸미를 살짝 데치는 샤부샤부가 인기다. 이렇게 먹으면 탱글탱글하고 보들보들한 식감이 도드라진다. 자극적인 볶음이나 구이를 먹을 때와 아예 다른 어종을 먹는 기분이다.

충남 서천 수산물특화시장에서 상인이 주꾸미 샤부샤부 요리를 보여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서천 수산물특화시장에서 상인이 주꾸미 샤부샤부 요리를 보여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아시다시피 올해 봄 축제 대부분이 취소됐다, 주꾸미 축제의 대명사 ‘서천 동백꽃 주꾸미 축제’도 취소됐다, 그 때문일까. 주꾸미 현지 가격이 예년보다 내렸단다. 서천군 이온숙 관광기획팀장이 “예년보다 주꾸미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서천 어시장에서 주꾸미 1㎏을 2만5000~3만원에 판다. 식당에서 파는 주꾸미 샤부샤부 1㎏(2~3인분)은 6만원 선이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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