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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안서도 되는 ‘마스크 배급’···지자체 시도 막는 정부 한마디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 노원구청이 12일 오전 구민들에게 보낸 안전 안내 문자.

서울시 노원구청이 12일 오전 구민들에게 보낸 안전 안내 문자.

서울 노원구는 12일 오전 주민들에게 휴대전화로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마스크를 1인당 2장씩 무료로 공급한다. 4인 가족의 경우 8장이며, 가구별로 통장이 방문해 13일까지 배포한다’는 내용이다. 노원구는 동시에 구청 홈페이지에도 안내문을 띄워 이 같은 내용을 알렸다.

노원구는 이를 위해 지난 한 달간 경기도 양주와 서울 구로, 부산, 경남 밀양 등 전국의 공장을 찾아다니며 마스크 100만장을 확보했다. 구는 전날부터 통장을 통해 마스크를 공급 중이다. 공급하는 마스크는 모두 공인기관의 인증을 받은 것으로 코로나 예방이 가능한 제품이다. 구는 이에 앞서 유아용 마스크 10만장을 어린이집, 유치원, 가정을 통해 유아 1인당 4장씩 배부했다.

오승록 노원구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마스크를 직접 나눠드리는 것은 마스크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구민들의 불편 해소와 약국 줄서기로 인한 또 다른 감염 위험을 막고, 거동이 힘든 어르신과 장애인, 임산부 등이 줄서기를 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마스크 봉투 작업과 각 가정 전달을 도와준 통장님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구리시청 구내식당에서 시청 직원들이 마주 보지 않고 일렬로 앉아 식사 중이다. [사진 구리시]

지난 9일 구리시청 구내식당에서 시청 직원들이 마주 보지 않고 일렬로 앉아 식사 중이다. [사진 구리시]

마스크 5부제 보완하는 지자체 

마스크 대란 속에 각 지자체가 앞다퉈 자체적으로 마스크를 확보해 시민들에게 무상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는 정부의 ‘마스크 5부제’ 시행과 동시에 이뤄지는 조치여서 시민들의 마스크 확보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기도 구리시는 필터 교체용 면 마스크를 13일부터 모든 시민에게 무상으로 배부할 계획이다. 시는 이를 위해 재난기금 7억원을 들여 지난 9일부터 마스크 생산업체에 의뢰해 20만장의 면 마스크를 제작 중이다. 시는 마스크가 제작되는 대로 모든 동별로 순차적으로 통장의 협조를 받아 배부할 계획이다.

시는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나 대면 업무가 잦은 직종 외에는 면 마스크로도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면 마스크에 정전기 필터를 붙여 쓰면 KF80 수준의 예방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안승남 구리시장은 “구리시는 시민들에게 면 마스크를 배부하기에 앞서 마스크 품귀 현상에 대비해 공직자부터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지난 9일부터 전 직원이 필터 교체용 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가 지난 7일 일회용 마스크를 모든 시민에게 공정하게 나눠주기 위해 추첨하고 있다. [사진 남양주시]

경기도 남양주시가 지난 7일 일회용 마스크를 모든 시민에게 공정하게 나눠주기 위해 추첨하고 있다. [사진 남양주시]

남양주시도 자체적으로 확보한 일회용 마스크 1만5500장을 시민들에게 가구당 5장씩 순차적으로 무상으로 나눠주고 있다. 시는 최근 관내 마스크 생산업체를 설득해 KF94 마스크를 확보했다. 이 업체는 생산량의 80%를 공적 마스크로 공급하고, 나머지 물량 일부를 남양주시에 제공하기로 했다. 지난 7일 마스크 공정배분 희망 가구를 접수한 결과 총 4만7523가구가 신청했다.

조광한 남양주시장 “공정하게 배부하려 추첨”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마스크를 1장이라도 더 드리고자 공장을 방문해 협조를 구하는 등 노력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며 “‘백성은 가난보다 불공정한 것에 분노한다’는 논어에 나온 말에 비추어 공정하게 배부하려 추첨했다”고 말했다.

강원도 홍천군은 지난 4일 홍천군장애인근로작업장과 계약을 맺고 천 마스크 8만장을 자체 생산해 군민에게 보급하기로 했다. 약 7만 명인 군민에게 ‘1인 1 마스크’를 제공하는 게 군의 목표다. 군은 지난 6일 시범적으로 마스크 5000장을 제작해 경로당 및 취약계층에게 우선 공급한 데 이어 이달 중순까지 추가로 만들어 군민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지난 6일 강원도 홍천군 장애인근로작업장에서 마스크 제작이 한창이다. 이곳에서 제작된 마스크 8만장은 홍천 관내 주민들에게 공급될 예정이다. [뉴스1]

지난 6일 강원도 홍천군 장애인근로작업장에서 마스크 제작이 한창이다. 이곳에서 제작된 마스크 8만장은 홍천 관내 주민들에게 공급될 예정이다. [뉴스1]

부산시새마을부녀회는 지난 10일 필터 교체용 수제 마스크 3000장을 만들어 부산시 장애인복지시설협의회에 전달했다. 부산시 지원으로 지난 5일부터 제작해 장애인 거주 시설 72곳의 입소자와 종사자에 배부한 것. 마스크 필터는 부산시가, 마스크 원단과 고무줄은 부녀회가 부담하는 민·관 협력으로 제작했다. 부산시새마을부녀회에서는 20일간 하루 5000장씩 제작해 10만장을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

취약계층 지원용 마스크 확보 고충

반면, 마스크 자체 확보난에 직면해 취약계층 지원용 마스크 확보 대책을 호소하는 지자체도 있다. 지난 5일 시행된 정부의 긴급수급 조정 조치로 전체 마스크 생산량 80% 이상이 공적 판매처를 통해 공급되면서 자체 확보에 차질이 생겨서다.

울산시 울주군은 모든 가구에 손 소독제를 나눠주고, 저소득층과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마스크를 무상 배부할 계획이었으나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손 세정제만 나눠줬다. 울주군은 지난 1월 25일 전북 한 마스크 업체와 마스크 60만 개를 납품 계약을 체결했으나 정부가 마스크 물량을 쓸어가면서 마스크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울주군 관계자는 “계획이 무산된 것은 아니나 이대로 마스크를 공급받지 못한다면 계약 해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부산시는 코로나19 관련 기부금 약 9억원 가운데 일부를 취약계층을 위한 마스크 구매에 쓰려고 했으나 계획을 접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부에서 ‘공적 판매분을 제외한 마스크 생산량 20%에 대해서도 지자체가 계약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바람에 빚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전익진·채혜선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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