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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정면충돌 피한 김형오…죽다살아난 민경욱 "사필귀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김형오)가 12일 인천 연수을, 대구 달서갑 등 2개 지역구의 단수공천을 철회하고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천 연수을에 단수추천을 받았던 유승민계 민현주 전 의원은 민경욱 의원과 경선하며, 대구 달서갑 공천이 사실상 확정됐던 이두아 전 의원 역시 홍석준 예비후보와 경선하게 됐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통합당 최고위가 6개 지역의 전략·단수공천에 재의(再議)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관위 결정 일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불공정 사례가 지적되고 내부 반발도 적잖게 일고 있다. 총선에서 압승하기 위해서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전날(1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공정하고 청정한 공천이었다”고 한 김형오 위원장 발언을 사실상 반박한 것이다.

이날 최고위가 재의를 요청한 지역은 인천 연수을과 대구 달서갑 이외 서울 강남을(최홍), 부산 북·강서을(김원성), 부산 부산진갑(서병수), 경남 거제(서일준) 등 6개였다. “당을 지킨 사람보다 통합 과정에서 유입된 이들이 공천에서 더 우대받는다”고 볼멘소리가 적지 않았던 지역이다. 특히 유승민계 민현주 전 의원(인천 연수을), 서병수 전 부산시장(부산 부산진갑) 등의 단수·전략 공천을 위해 민경욱 의원, 원영섭 조직부총장 등에게 경선 기회도 주지 않는 건 과하다는 게 최고위 측 논리였다. 김도읍 의원이 불출마한 지역(부산 북ㆍ강서을)에 전략공천된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 출신 김원성 최고위원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했다.

최고위는 김 위원장의 이른바 사천(私薦) 논란도 겨냥했다. 최홍 전 맥쿼리투자신탁운용 대표(서울 강남을)는 김 위원장이 정계은퇴와 함께 그의 지역구(부산 중ㆍ영도) 영입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18대 비례대표 출신인 이두아 전 의원(대구 달서갑)도 대구에서 정치활동 경력이 없어 지역 정가에선 “낙하산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최고위의 공천 재고 요청이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위원장간의 정면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최고위의 재의 요구를 공관위가 받아들여 공천안을 수정한 전례를 찾기 어려워서다. 공관위가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 안건을 확정하면 최고위는 그 결정에 따라야 한다. 최고위 요구에 강제력이 없다는 의미다. 이를 근거로 2016년 20대 때도 당시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공관위(이한구 위원장)는 최고위(김무성 대표)의 요구를 거부했다. 결정을 번복할 경우 재심 요구가 쇄도하는 등 공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공관위로서 부담이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약 7시간 만에 황 대표 의견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극한 대결은 피했다"는 평가다. 황 대표 체제에서 당 대변인을 지낸 민경욱 의원에게 경선 기회를 주고, 이두아 후보의 단수공천을 포기하는 등 김 위원장이 성의를 보였다는 이유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최고위도 공관위도 서로의 고민이 있다”며 “서로가 할 도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두 지역 경선으로 변경한 뒤 기자들과 만나 “심도 있게 논의해 결정을 내렸다. (황 대표와의 갈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민현주 전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김형오는 자기 사람을 보장받고 도로 박근혜당으로 회귀했다. 보수개혁을 위한 모든 노력을 거품으로 만드는 행위”라며 “경선참여 여부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민경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필귀정, 기사회생!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공관위의 경선 결정에도 컷오프 상태가 유지된 곽대훈 의원(대구 달서갑)은 “달서갑에 곽대훈 뺀 경선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사천을 두 번이나 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영익ㆍ윤정민ㆍ이병준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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