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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D] 거스를 수 없는 물결,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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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궁금하거나 미세먼지 상태를 확인할 때, 유명 연예인의 일상이 궁금할 때, 신문을 들여다보기보다 포털을 검색한다. 신문에서 포털로 정보탐색 방법의 디지털 전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일어난 것이다. 자동차 속에 반드시 있었던 지도책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내비게이션이 있다. 길 찾기의 디지털 전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일어난 것이다. 우는 아이를 달랠 때도 딸랑이를 이용하기보다, 유튜브에 의존한다. 아이 달래기의 디지털 전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먼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 이미 벌어지고 있다. 우리의 삶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배경, 디지털 네이티브즈(Digital Natives)와 디지털 이미그런츠(Digital Immigrants)

유치원에서 사용하는 교재가 ‘인쇄된 책’이 아니다. 테블릿 PC 등과 같은 디지털 디바이스다. 2019년부터 이미 초등학교 3학년 이상 학생들은 디지털교과서로 학습을 시작했다. 서책형 교과서의 내용 외 용어사전, 멀티미디어 자료, 평가문항 등 풍부한 학습자료와 관리기능을 탑재하고 있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실감형 콘텐츠까지 제공하여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교육부는 디지털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2021년까지 전국의 모든 초·중학교에 무선인프라를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처음부터 디지털 세상에 태어난 이들을 디지털 세상의 원주민이라 하여 디지털 네이티브즈라고 칭한다.

디지털교과서 연차적 개발‧적용 계획 [교육부]

디지털교과서 연차적 개발‧적용 계획 [교육부]

한편, 아날로그 세상에 태어났지만, 디지털 세상으로 바뀐 세상에 적응해온 세대가 있다. 아날로그 세상에서 디지털 세상으로 이주해 왔다고 하여, 디지털 이미그런츠라고 부른다. 지도책이 아닌, 스마트폰 지도앱을 이용하고, 시계 알람이 아닌 스마트폰 알람을 이용한다. 부동산 정보를 공인중개사무소에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을 이용한다. 주로 30~40대가 중심이었으나, 2020년 이후 50~60대까지 확대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무엇인가?

이제 소비자가 디지털 네이티브즈거나 디지털 이미그런츠인 것이다. 소비자가 변화했으니, 기업들도 변화해야 한다. 아날로그식 서비스와 제품 공급이 아니라, 디지털 기반의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대면 서비스 방식으로 비대면 서비스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오프라인 채널에서 온라인 채널로 제품 공급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기업들의 움직임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빅데이터, 로봇, 블록체인, 클라우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증강현실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들을 활용하여, 기업들이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 농축산업에서는 스마트팜을, 제조업에서는 스마트팩토리를, 유통업에서는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디지털 경제로 변모하고 있는 시점에 주도권을 잡고 이를 선도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금융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점포방문을 통한 대면 서비스 수요를 줄여가고 있다. 금융소비자의 업무처리 현황을 보면, 입출금거래시대면거래를 하는 비중이 2005년 26.3%에서 2019년 3분기 7.7%로 축소됐다. 텔레뱅킹이나 CD/ATM에 대한 의존도 역시 축소되고 있다. 반면, 인터넷뱅킹에 대한 의존도는 같은 기간 18.6%에서 58.3%로 가파르게 증대되었다.

입출금거래의 채널별 업무처리 비중(2019년은 3분기 기준) [김광석(2019), 경제 읽어주는 남자의 디지털 경제지도]

입출금거래의 채널별 업무처리 비중(2019년은 3분기 기준) [김광석(2019), 경제 읽어주는 남자의 디지털 경제지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물결,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

안면인식 ATM 도입 [Agricultural Bank of China]

안면인식 ATM 도입 [Agricultural Bank of China]

첫 번째 물결은 비대면화(Untact Service)로 요약된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어(Un)가 합쳐진 신조어로, 비대면/비접촉을 뜻한다. 최근 유통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돌풍을 불러온 기술은 키오스크(Kiosk)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0년에는 키오스크가 고도화되고, 대형 외식 프렌차이즈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에게까지 보편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들도 키오스크 사용에 익숙해지고, 점원을 통하는 것보다 키오스크를 더 선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뿐 아니라, 다양한 생체인식기술들이 적용되면서 무인결제시스템이 보급되고 있다. 생체인식기술과 블록체인이 결합하여 디지털 신분증이 개발되고, 활용 및 보급될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얼굴, 목소리, 홍채, 지문, 정맥 등의 생체인식기술을 중첩적으로 적용해 비대면 신분확인 서비스가 상용화되는 것이 머지않았다. 국내공항을 이용할 때 이미 신분증을 지참할 필요가 없어졌다. 신분증을 정맥과 지문과 함께 등록하면 된다. 생체인식기술을 도입해 개인인증을 처리하는 서비스는 보편화한 기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대표하는 은행 중 하나인 ABC(Agricultural Bank of China)는 안면 인식기술을 활용한 ATM을 도입했다. 국내 은행들도 화상상담이나 바이오인증 시스템 등을 통해 평일 저녁이나 주말, 공휴일에도 신규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탄력점포를 도입해 나가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상품 추천 플랫폼(왼쪽) [Jins], 증강현실 상품 체험 플랫폼(오른쪽) [WANNABY]

인공지능 기반 상품 추천 플랫폼(왼쪽) [Jins], 증강현실 상품 체험 플랫폼(오른쪽) [WANNABY]

둘째, 초실감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주로, UX(User Experience)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온라인쇼핑 환경하에서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제품과 서비스를 미리 경험/체험해 보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일본의 안경 브랜드 진스(Jins)는 가상·증강현실과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를 결합한 ‘진스브레인(Jins Brain)’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워너비(WANNABY)라는 스타트업은 증강현실(AR) 기술을 사용해 신발을 미리 신어보거나, 매니큐어를 칠해보고, 반지를 착용해 보고 구매를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케아는 가구를 미리 놓아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도입했으며, 수많은 패션기업은 옷을 입어 보고 구매하고, 화장품 기업들도 화장을 해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매 후 경험’에서 ‘경험 후 구매’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이다.

사물인터넷 기반의 동산담보 관리시스템 [C&Tech, 금융위원회]

사물인터넷 기반의 동산담보 관리시스템 [C&Tech, 금융위원회]

세 번째 물결은 실시간화다. 즉, 실시간 소통이 강조되고 있다. 월마트는 최근 생체인식 카트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특허를 발표했다. 카트의 핸들을 잡으면 심장 박동수, 온도 변화, 속도 변화, 힘의 변화 등을 감지해 고객의 불만이 가장 많은 지점은 어디인지, 무엇을 도와야 하는지, 매장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기술이다.

한편, C&Tech라는 스타트업은 은행 산업에 돌풍을 일으켰다. 부동산 담보나 3년 이상의 매출실적을 갖고 있지 못한 스타 업들은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자금을 마련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중소기업들이 보유한 자산이라고는 주로 생산 장비 등이었는데, 훼손이나 분실 등의 우려로 은행들이 동산 담보 대출을 꺼려왔다. C&Tech의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원격 동산 담보 관리시스템은 은행 담당자가 동산 현장을 계속 방문ㆍ점검해야 하는 불편을 줄였다. 국내 거의 모든 은행이 본 실시간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Visa카드의 빅데이터 기반 소비성향 예측 [VISA Card]

Visa카드의 빅데이터 기반 소비성향 예측 [VISA Card]

넷째, 초 맞춤화(hyper-Customization)라는 물결이다. 많은 기업은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별 소비자들에게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DB 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은 티맵에서의 운전행태와 관련된 빅데이터(운전습관 데이터)를 활용해 운전자의 사고율 등에 기초한 맞춤화된 보험료를 제공하고 있다. Visa 카드는 위치기반 빅데이터에 기반을 두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했다.

고객의 소비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행태를 분석하고, 향후 예상 경로 및 소비를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맞춤화된 쿠폰을 발송해 주는 시스템을 구축한 대표적인 사례다. 모든 고객에게 똑같은 쿠폰 및 서비스를 제공했던 기존 모델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빅테크(Big Tech)기업들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 [김광석(2020), 더블 딥 시나리오; 긴급 수정경제전망]

빅테크(Big Tech)기업들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 [김광석(2020), 더블 딥 시나리오; 긴급 수정경제전망]

다섯째, 탈경계화가 진전되고 있다. 산업 간 경계가 무너져 기존의 산업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업종 사이의 융합이 빈번해지는 경향을 말한다. 기존 산업들이 IT 산업 등과 만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나이키는 스포츠용품 제조업체일 뿐만 아니라 운동화 깔창을 이용해 헬스케어 빅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한다. 헬스케어 산업의 중요한 플레이어로 부상하는 것이다.

통신사는 자율주행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송업으로 진출할 것이고, 편의점은 인터넷전문은행과 만나 금융서비스업으로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과 같은 빅 테크(Big Tech) 기업들은 기존의 IT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다. 전통적 금융기관들만이 누리던 금융서비스가 IT 기업들에 의해 더 쉽고, 편리하게 제공되기 시작하면서 산업 간의 경계가 더욱 허물어지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대응 

IT기업이 금융산업으로의 진출이 가속화되는 등 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현상 속에서 기업들은 범용화되고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적어도 주된 플랫폼의 이동을 읽어나가며, 플랫폼을 활용하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하겠다. 필자도 여러 기업이나 공개포럼에서 초대를 받아 보통 300여분이 앉아계신 자리에서 강연을 많이 하고 있지만, 유튜브 『경제 읽어주는 남자』에서는 3만분, 30만분 앞에서 강의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다퉈 유튜브 채널을 구축하고,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를 게재하고 있는 모습은 범용화된 플랫폼을 활용하는 시도라고 판단된다.

기업들은 자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등을 기초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 핵심 기반기술과 지능을 포착하고 도입해야 한다. 빅데이터를 사고파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에, 어떤 빅데이터를 활용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은 기본이고,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새로운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를 논의해야 한다. 다양한 기술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R&D 지원 및 M&A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도 있다. 한편, 산업·제품·기술이 급속한 속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하여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할 필요도 있다.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김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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