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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서 폐 완치 안된다 했대" 카톡 '받은글' 알고보니 가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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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받)코로나 관련 오늘 기재부 주관 제약회사 사장들과의 회의 참석 후 썸머리…요점은 절대 걸리지 말것. 치료되어도 완치가 아니고 폐손상이 너무 심각'

정부나 병원 전문의 소스 달고 #내부소식 공유한 것처럼 SNS 퍼져 #“전문가도 진위판단 힘든 정보 포함” #시민 “혹시 몰라 자세히 읽어본다” #“드루킹 같은 가짜정보 세력 있어” #명예훼손 고의 없으면 처벌 힘들어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가 명약”

최근 카카오톡을 통해 확산된 가짜뉴스. [카카오톡 캡쳐]

최근 카카오톡을 통해 확산된 가짜뉴스. [카카오톡 캡쳐]

얼마 전 카카오톡을 통해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글이다. '받은글' 형식으로 퍼졌는데, 글 양식이 마치 회의에 참석한 직원이 정리한 것처럼 돼 있다. '제약회사' '기재부'라는 공신력 높은 키워드 덕에 이 글은 사실인 양 빠르게 전파됐다. 하지만 이 글은 완전한 가짜 뉴스다. 기획재정부는 "회의 자체가 없었다"고 밝혔으며, 제약회사 190여개가 모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도 "기재부와 제약사 사장단이 만난 전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톡을 통해 이 글을 접한 직장인 박모(35)씨는 "이런 식으로 퍼지는 글들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불안한 상황이다 보니 일단 정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기재부와 제약회사 사장들이 만났다고 하니 '그럴듯한 일'이라는 생각에 믿음이 갔고, 고작 결론이 '절대 걸리지 말 것'이라고 하니 정부 탓을 하기 좋아 더 빨리 유통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나만 모를 뻔했다' 불안감 이용…빠르고 넓게 확산

대부분의 사람이 확실히 알 수 없는 의학적 이슈에 4.15 총선이라는 정치적 일정이 결합하면서 신종코로나 관련된 가짜뉴스가 매일 쏟아지는 상황이다. 완전히 잘못된 의학 상식을 나열한 것부터 지금의 사태를 특정 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추측까지 모두 '진짜뉴스'라는 탈을 쓰고 제작ㆍ전파되고 있다.

특히 최근 신종코로나에 대한 가짜뉴스는 공신력 있는 기관을 사칭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확인하기 어려운 해외발 소식이나 전문집단끼리 공유하는 내부 소식 등을 인용한 것처럼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대만 전문가들이 알려준 내용'이라며 신종코로나 자가검진 방법이 퍼지기도 했다. '10초간 숨을 참았는데 답답한 증상이 없다면 폐섬유화 증상이 없다는 말이므로, 신종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가짜뉴스라고 진단했다.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무엇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데 'XX병원 전문의가 내부적으로 공유한 사안'과 같은 형식의 글은 '나만 모를 뻔했다'는 불안감을 자극하면서 빠르게 유통된다. 또 '불확실한 정보'가 명백한 가짜뉴스와 결합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대만 전문가와 일본 의사들을 인용해 신종코로나 자가 검사 방법을 소개한 글. 전문가들에 따르면 신종코로나 자가 검사 방법은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대만 전문가와 일본 의사들을 인용해 신종코로나 자가 검사 방법을 소개한 글. 전문가들에 따르면 신종코로나 자가 검사 방법은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명백한 허위정보들은 비교적 빨리 '참ㆍ거짓'이 판명되는데, 마스크 관련 정보처럼 허위인지 진실인지 판단 내리기 어려운 정보들이 문제"라며 "전문가들도 어떤 정보가 맞는지 명확하게 모르는 상황이 있는데, 이런 정보는 가짜뉴스는 아니지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혀 다른 상황을 '그럴싸한' 상황으로 둔갑시킨 가짜뉴스들도 많다. 최근에는 대구의 한 병원 앞에 비닐 옷을 입은 사람들이 찍힌 사진을 두고 '의사들이 방호복도 없이 돌아다닌다'며 비난하는 글이 유포됐는데, 이 사람들은 의료진이 아니라 시설팀 직원이었다. 여준성 보건복지부 정책보좌관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해당 가짜뉴스를 올리며 "제발 사실관계 확인 좀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여준성 복지부 정책보좌관 페이스북 캡쳐]

[여준성 복지부 정책보좌관 페이스북 캡쳐]

정치적·상업적 의도에 '그저 재미로' 만들어지기도 

연합뉴스 로고까지 만들어 제작된 가짜뉴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온라인 캡쳐]

연합뉴스 로고까지 만들어 제작된 가짜뉴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온라인 캡쳐]

그렇다면 왜 이런 가짜뉴스들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가짜뉴스에도 '제작 의도'가 있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많은 신종코로나 관련 가짜뉴스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선거 때가 되면 상대의 신뢰를 허물기 위해 어떤 말이든 하게 된다"며 "당장 확인이 불가능한 가짜뉴스를 이용해서 정치 공방전으로 비화하는 것이 그 예"라고 말했다.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동포들에게 선거권을 준다'는 내용으로 연합뉴스 로고까지 들어간 가짜뉴스가 유포됐는데, 이는 신종코로나 사태에서 발생한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 관련 논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지금도 '드루킹'과 같이 가짜뉴스를 만드는 세력이 명백히 있다"며 "SNS만 봐도 '댓글알바' 모집 글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상업적으로도 신종코로나 관련 가짜뉴스는 효과적인 '장사 수단'이다.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학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장은 "주목이 이윤을 낳는 때이기 때문에 '트래픽'을 발생시키기 위해 만들어지는 가짜뉴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유통되는 온라인 콘텐츠 중에는 신종코로나와 관련해 자극적인 가짜 뉴스들이 사실인 양 제작되고 있으며, 조회 수도 수만 건이 넘는다.

최근에는 '그저 재미를 위해' 가짜뉴스를 만들고 유통하는 경우들도 많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특정 목적으로 가짜뉴스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그저 재미로 만들고 유통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의도를 구별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저 재미로 가짜뉴스를 생산ㆍ유포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혐오하는 집단을 놀리고 차별하는 수단으로 가짜뉴스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더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중국 동포를 비하하거나 대구ㆍ경북 지역 사람들을 배제하도록 하는 내용이 그렇다. 심 교수는 "혐오를 조장해 해당 집단을 차별하거나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며 "가짜뉴스를 통해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커지면 결국 사회를 분열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유통 매개체 되지 않도록 '합리적 의심' 필요" 

이 때문에 가짜뉴스를 '엄단'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수사기관에서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고의가 없거나 단순한 '찌라시'에 대해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김준우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명백한 고의가 있거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지나치거나 한다면 모욕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면서도 "단순한 찌라시를 형사적 처벌로 해결하려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어렵고 느리지만 확실한 방법'으로 가짜뉴스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민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가짜뉴스의 '명약'은 투병한 정보공개"라며 "정부와 공신력 있는 기관은 투명하고 확실한 정보를 제공하고, 언론에서는 팩트체크를 더 활성화해 독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서 전파된 내용은 신뢰도가 높아 더 쉽게 퍼 나르게 된다"며 "'내가 보고 있는 게 허위 정보일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갖고 스스로 가짜뉴스 유통의 매개체가 되지 않도록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종코로나 가짜뉴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신종코로나 가짜뉴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후연·김수민·김홍범·남수현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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