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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왼손 경례? 통합당 로고 뒤집으면 이만희 이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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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혼란을 틈타 정치권에서도 가짜정보가 범람했다. 이달 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기에 경례를 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1월 30일 ‘코로나19 대응 종합 점검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왼손을 오른쪽 가슴에 올리는 모습이었다. 당시 언론사 사진을 조작한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1일 관련 사진 13건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로 부글부글 끓는 민심에 #진위 상관없이 들불처럼 번져”

허위 조작된 합성 사진.

허위 조작된 합성 사진.

강용석 변호사 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지난 2일 문 대통령이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과 악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2012년 10월 한 남성과 악수하는 천지일보 사진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후 ‘이만희+문재인 떴다!!’라는 제목으로 해당 사진이 유포됐다. 이에 청와대는 악수하는 남성이 최연철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이라고 정정했다. 문 대통령이 긴급 행정명령으로 중국동포에게 1개월만 국내에 거주하면 주민증과 선거권을 발급한다는 가짜정보도 돌았다. 공적 마스크 납품업체인 ‘지오영’의 조선혜 대표와 김정숙 여사가 동문이라는 ‘찌라시’도 횡행했다. 조 대표는 숙명여대를, 김 여사는 숙명여고를 졸업했다.

야당을 겨냥한 가짜정보도 적지 않았다. 주로 신천지와의 연관성에 초점을 뒀다. 이만희 총회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왼손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금색 손목시계를 찼다. 친문 성향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박 전 대통령이 이 총회장을 위해 ‘금장 박근혜 시계’를 제작해 선물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근혜 청와대에서 제작한 시계는 은장으로, 금장은 ‘짝퉁’이었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지시로 신천지 신도들이 옛 한나라당에 대거 입당했다”(신현욱 목사), “신천지 건물이 통합당 로고와 비슷하게 생겼다. 당 로고를 돌려 보면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이름이 나온다”(유튜브 ‘서울의 소리’)는 주장에 대해 통합당은 허위사실이라 고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4·15 총선을 앞둔 가운데, 과열되고 상대를 지나치게 의심하며 공격적이고 극단적인 진영 대결 양상의 사회인 게 요인이라고 본다. 또 코로나19 국면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민심의 영향도 있다고 한다. “사회적 여건이 나쁘면 루머는 내용의 진위와 관계없이 들불처럼 번지는 경향이 있어서”(캐스 선스타인 저서 『루머』)다.

윤성민·이병준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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