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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UST 졸업생, 36세에 인도네시아 대학총장 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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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카이룰 후다야 박사(왼쪽)가 지난 2월 앤디 틸타 전 인도네시아 숨바와기술대학 총장으로부터 총장 임명장을 받고 있다. [사진 UST]

한국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카이룰 후다야 박사(왼쪽)가 지난 2월 앤디 틸타 전 인도네시아 숨바와기술대학 총장으로부터 총장 임명장을 받고 있다. [사진 UST]

해가 지면 어둠이 마을을 덮어 버리는 인도네시아의 외딴 마을, “과학자가 돼서 어두운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게 하겠다”고 다짐한 소년이 한국 유학을 통해 박사가 됐고, 고국의 대학 총장에까지 올랐다. 주인공은 카이룰 후다야. 36세다.

숨바와기술대 카이룰 후다야 #“전기도 없는 고향에 전기 넣겠다” #과학자 꿈 위해 서울대 등서 유학 #‘아세안 젊은 과학기술인’ 선정도

국가연구소대학원인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는 UST-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스쿨에서 에너지융합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다야 박사가 인도네시아 숨바와기술대학교 총장으로 선임됐다고 10일 밝혔다. 숨바와기술대는 인도네시아 동부지역 숨바와섬에 있는 중위권 이공계 대학으로, 2013년 설립됐다.

후다야 박사는 인도네시아국립대 전자공학과 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에너지시스템으로 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UST 옮겨와 2016년 2월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인도네시아국립대 전기공학과 조교수로 임명됐다. 아세안(ASEAN) 주관 ‘2017 젊은 과학기술인’에 선정되고 인도네시아국립대 최우수 강의 교수상을 받는 등 연구와 교육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다. 수마트라섬 열대우림 지역인 반다르 하라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다야 박사는 UST 유튜브 채널에서 “전기공학자가 되려고 한 건 어린 시절,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게 하겠다는 꿈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후다야 박사의 지도교수였던 이중기 KIST 청정신기술연구소 산하 에너지저장연구단 책임연구원은“후다야 박사는 학위과정 중 SCI(국제논문색인)급 학술지에 다른 학생들의 평균 논문(3.59편)을 훌쩍 뛰어넘는 8편의 논문을 게재해 ‘우수 졸업생’으로 학업을 마쳤다”며 “박사과정 4년 반 동안 실험실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등 연구뿐 아니라 사회성도 뛰어난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1인당 국내 총생산(GDP)가 5000달러에 못 미치는 개발도상국이며, 박사 인력이 풍부하지 않지만, 36세의 젊은 박사가 대학 총장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UST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대학 총장들의 평균적인 나이는 50대 수준이다. UST 관계자는“후다야 박사는 오토바이나 자동차의 전기모터 전문가이며, 숨바와기술대에서 이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그를 총장에 위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UST는 KIST·원자력연구원 등 정부 산하 32개 출연연구기관의 연합 형태인 대학원대학교다. 대전에 학교본부가 있으나, 전국에 흩어져있는 출연연별로 ‘○○○○스쿨’ 형태의 캠퍼스가 있다. 석·박사 학생 1367명 중 외국인 학생 비율 33%가 넘는다. 베트남·파키스탄·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42개국 외국인 학생들이 오고 있다. KIST에는 총 292명의 UST 학생이 있으며, 이중 외국인은 절반 수준인 144명에 달한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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