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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세계경제 ‘팬데믹’ 공포…우리는 어떤 준비 돼 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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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1년간 이어 온 주가 상승기는 끝났다.” 어제 새벽 뉴욕 증시가 7% 넘는 폭락세로 끝나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월가의 비명을 전했다. 코로나19 앞에서 글로벌 경제가 공포에 떨고 있다. 뉴욕 증시는 23년 만에 전 종목 일시 거래중지(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중국·일본·유럽 등 각국 증시도 급락하고 있다. 금융시장뿐이 아니다. 수요 위축 전망 속에 산유국 간 감산 합의 실패로 원유 가격은 30%가량 폭락했다. 실물 위기가 금융 위기를 자극하고, 금융 위기가 다시 실물 위기로 옮아가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세계경제 침체 현실화 단계” #범정부 협력체계 갖춰 위기 대응 나서야

우리 금융시장도 폭풍의 한가운데에 있다. 코스피는 어제 다행히 강보합세로 끝났지만, 이미 1월 최고점 대비 13% 이상 빠졌다. 어제 정부가 공매도 거래 규제 강화 등 증시 안정책을 발표했으나 시장의 불안감을 달래기엔 미흡하다. 당분간 아예 공매도를 금지하는 등 더 과감하고 선제적인 조처가 필요하다. 지금은 금융시장의 공포가 실물경제로 옮겨붙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위기가 금융시장에만 그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한국은 최근 며칠간 다행히 추가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더욱이 미국·유럽·일본 등은 이제 시작 단계다. 감염병 공포 앞에 세계 각국이 각자도생하면서 당분간 글로벌 공급망 회복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인 입국 제한 및 금지국이 100개국을 초과하는 상황이 단적인 예다. 이렇게 되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은 어떤 면에선 IMF 외환 위기나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 외환 위기 때는 비록 구조조정이라는 아픈 대가를 치렀지만 세계 경제기구나 선진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는 재정 및 통화 정책에서 그나마 여력이 있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찮다. 재정은 이미 바닥이고, 기준금리 인하는 부동산만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와중에 청와대와 경제 당국은 마스크 수급 대책에 매달려 위기 대응에 필요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청와대·한은·기재부 및 금융당국은 머리를 맞대고 위기 대응팀을 꾸려 금융 안전망 점검 등에 나서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은 세계 경기 침체로 가는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경제가 호황을 누릴 때 우리는 홀로 역주행하다 경제 체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에서 세계 경제의 변곡점을 맞게 됐다. 이념을 좇다 경제 체력을 소진한 비현실적·몽상적 정책은 신속히 폐기하고, 세제나 규제 등에서 기업의 활력을 되찾는 정책 기조로 돌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