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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임대료 안 받겠다” 인사동·명동·남대문 ‘착한 임대료’ 확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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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9일 인사동 전통문화의거리에 ‘착한 임대료’ 운동을 지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김영주 기자

9일 인사동 전통문화의거리에 ‘착한 임대료’ 운동을 지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김영주 기자

서울 주요 상권에서도 ‘착한 임대료’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작된 공공기관·연예인 건물주 위주의 임대료 인하 움직임이 인사동·명동·남대문 등 주요 상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3.3㎡당 월 임대료 40만~50만원 #서울 최상위 상권 건물주도 동참 #명동 임대료 내린 곳 20~30% 달해

인사동 전통문화의거리 한복판에서 옷가게를 하는 차모씨는 지난 2월 한 달 치 임대료를 내지 않았다. 임대인이 직접 전화를 걸어 “이번 달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3.3㎡당 임대료가 한 달 40만~50만원(인사동 메인스트리트 1층 기준) 선으로 서울 도심에서도 최상위에 속하는 인사동 상권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차씨는 “지난해 11월 가게를 오픈한 이후 내리 장사가 안된 데다 코로나까지 덮쳐 막막해하던 차에 점포 주인이 ‘걱정하지 말라’며 먼저 연락을 줘 깜짝 놀랐다”며 “이번 가게를 열기 전부터 인사동에서 장사를 해와 5년 됐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찻집에서 100여m 떨어진 ‘낙원떡집 인사동점’이 입점한 건물도 3~5월 임대료를 20%를 인하할 계획이다. 낙원떡집 관계자는 “지난달 매출이 급감해 적자가 난 상황이라 (임대료 인하는)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인사동에서 ‘착함 임대료’ 움직임은 상권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양태섭 인사전통문화보존회 사무국장은 “구체적인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상당수 건물주가 자발적으로 임대료 인하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존회는 이달 들어 인사동 주요 거리에 ‘건물주님 감사합니다’ ‘착한 임대료 지지합니다’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명동·남대문에도 착한 임대료 운동에 동참하는 건물주가 늘고 있다. 명동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식점을 하는 박모씨는 “건물주가 ‘이번 달 임대료를 50만원 내려주겠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며 “중국에 이어 일본 관광객까지 뚝 끊겨 지난주부터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임대료 인하가) 그래도 위로가 된다”고 했다. 명동 건물주 340여 명이 속한 명동관광특구협의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임대료를 10~30% 내린 곳이 전체의 20~30%는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인수 명동관광특구협의회 국장은 “긴급 회장단회의에서 ‘임대료 인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앞으로 착한 임대료 운동에 참여하는 회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도심 상권에서 임대료 인하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장은 “경기 불황을 이유로 건물주가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내려받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임대료 불변의 원칙’이 깨졌다. 앞으로 임대업·자영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국은 상가임대료 책정 관행이 너무 경직돼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고정금액제 형태의 임대료가 아니라 ‘매상 비례 임대료’의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모든 임대인에게 ‘임대료 인하’를 압박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성훈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기존에 사이가 불편했던 임대인·임차인의 경우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임차인이 이를 빌미로 임대인을 압박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장사가 안된다는 임차인의 주장을 소명할 자료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맹점이다. 또 일부 업종이긴 하지만 매출이 오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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