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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보릿고개' 넘는 스타트업들…사업도 투자도 '막막'

중앙일보

입력

청소·이사 중개 서비스를 하는 국내 한 O2O(온·오프라인 연계) 스타트업은 이달 초로 예정했던 신규 서비스 출시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1월 중하순부터 서비스 이용량이 줄기 시작해 지난달에는 30%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우려한 사용자들이 낯선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 영향이 컸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이용 고객수가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올해 사업 목표를 크게 낮추고 신규 서비스 출시, 인력 채용 계획도 사실상 취소하는 등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사업 위기에 봉착했다. 대기업들도 전에 없던 위기를 호소하지만, 스타트업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회사 업력이 짧고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위기를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문 닫는 스타트업들이 나오면서 '스타트업 불황'이 시작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스타트업 업계도 적지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벤처 관련 투자 시장도 당분간 침체기를 겪을 전망이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중앙포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스타트업 업계도 적지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벤처 관련 투자 시장도 당분간 침체기를 겪을 전망이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중앙포토]

여행 관련 서비스·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들도 울상이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과 출장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항공·호텔 예약을 취소하고 환불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청이 줄잇고 있다. 국내 한 여행 스타트업은 재택 근무를 도입하면서 종전까지 모든 정규직 직원들에게 지원했던 식비·교통비 지원을 없앴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스타트업 채용 시장도 얼었다. 퇴사·이직이 잦은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연중 상시 채용을 하는 곳이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올려놨던 채용 공고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기업 채용 정보를 제공하는 잡플래닛 측은 "다수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시행했던 2월말에는 잡플래닛을 통해 성사됐던 면접·미팅이 모두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며 "대체근무자를 반드시 구해야하는 회사가 아닌 이상 채용 계획을 미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벤처투자도 얼어 붙었다. 스타트업들은 사업 확장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벤처캐피탈(VC)을 중심으로 한 신규 펀드 결성과 집행이 줄줄이 미뤄지는 분위기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 등이 준비했던 스타트업 투자 행사들도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VC 투자 심사역은 "지난 한 해 벤처 투자에 몰린 돈이 4조원이 넘는 등 올해도 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크게 도약하는 '퀀텀 점프'를 할 분위기였는데 예측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신생 스타트업들은 물론 사업을 스케일업 하려던 중견 스타트업들도 적지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스타트업들은 과감한 확장보다는 사업 방향과 목표를 재점검하고 내실을 다지려는 분위기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국내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크리에이트립은 10일 "서비스 제휴 업체 수가 처음으로 300개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되어 있지만 이 기간에 제휴를 점검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시기로 삼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같은 여행 업계에 있는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은 이번주 8개 분야에서 채용 면접을 진행 중이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사업이 힘들어도 장기적인 사업 목표는 가능한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홈크리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미소'는 지난 4일 소독, 방역 전문가가 가정에 방문해 살균소독을 해주는 '공간 소독 서비스'를 내놨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사업 영역을 계속 확장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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