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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네이버 "내 돈 내 가수한테"…음원시장 눈치게임 시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프랑스 디저(Deezer)는 지난 1월 이용자 중심 정산방식(UCPS)을 시범 도입했다. [사진 디저]

프랑스 디저(Deezer)는 지난 1월 이용자 중심 정산방식(UCPS)을 시범 도입했다. [사진 디저]

네이버의 음원 플랫폼 '바이브'가 음원 정산방식을 '이용자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9일 발표했다. 이용자가 실제 들은 노래의 가수에게 이용료가 지급되도록 정산하겠다는 것. 그럼 지금까지 낸 음원 구독료는 누가 가져간 걸까.

무슨 일이야?

-음원 스트리밍 업계 후발주자 네이버 바이브가 기존 음원 시장에 반기를 들었다.
-현행 규정은 모든 곡의 단가를 동일하게 매긴 뒤, 재생횟수를 곱한 금액을 저작권자에게 주는 '비례 배분제'다. 재생횟수가 많을수록 많이 벌어간다.
-네이버는 "(이런 정산방식이) 음원 사재기, 차트 조작이란 부작용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차트 상위권이 승자독식하는정산방식이 문제라는 것.

나랑 무슨 상관인데?

-사용자들은 기존 정산방식으로는 '내 돈이 내 가수한테 안 간다'는 게 불만이었다. 이용자 전체의 돈을 이용자 수로 나눠 1곡당 단가를 정했기 때문.
-인디 음악만 듣는 사람도 재생횟수가 많은(차트 상위권) 가수에게 돈을 내는 셈이었다.

어떻게 달라져?

-이용자 중심 정산, 네이버 바이브는 VPS(VIBE Payment System)라고 부른다. 이용자가 실제로 들은 노래의 가수에게, 실제 들은 만큼 돈을 내는 구조다. '인별 정산'이라고도 한다. 상반기 중 도입 예정이다.
-이용자별 곡 단가가 달라져 사업자의 정산방식이 복잡해지지만, 더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입해도 사업자의 수익(저작권료의 35%)은 그대로다.

네이버 바이브의 '이용자 중심 음원 정산방식(VPS)' [사진 네이버]

네이버 바이브의 '이용자 중심 음원 정산방식(VPS)' [사진 네이버]

왜 이게 중요해?

-스트리밍 중심으로 바뀐 음원 시장에서 '공정한 분배'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는 반증이다.
-멜론·스포티파이·애플뮤직 등 국내외 주요 스트리밍 사업자 모두 비례 배분제를 사용한다. 비례 배분제는 음원시장이 CD에서 스트리밍으로 넘어올 때 사업자의 정산 편의를 위해 고안됐다.
-네이버가 잔잔한 업계에 을 던졌다. 네이버는 "VPS 시작을 위해 음원사·유통사 등 유관기관과 협의하겠지만 난항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바이브는 2014년 7월부터 인디가수 플랫폼 '뮤지션리그'를 운영 중이다.
-인디가수 '런치백'은 "기존 정산방식으로는 생계 유지가 안 되는 건 물론이고, '음원 이용료가 자주 듣는 가수에게 안 돌아간다'는 팬들의 배신감이 컸다"고 말했다. 인디가수들과 그 팬들은 바뀌는 방식을 반긴다.

네이버 바이브가 9일 '이용자 중심 음원 정산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 바이브가 9일 '이용자 중심 음원 정산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네이버]

다른 음원 서비스들도 바뀔까?

-업계는 눈치 게임 중이다.
-음원 스트리밍 시장 1위(2월 앱 방문자 기준)인 카카오 멜론은 "현행 규정은 사업자·저작권자·소비자단체·외부 전문가·문체부가 협의를 통해 정한 것"이라며 "기존 방식이 당장 변하진 않겠으나, 권리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고민하겠다"고 했다.
-업계 2위 KT 지니뮤직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정산방식은 단독 변경할 수 없다"며 "음원 권리사 및 협회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 3위 SK텔레콤 플로는 "취지에 공감한다"며 "음악업계와 창작자들이 중심이 되도록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한국음원저작권협회는 당황했다. "현행 규정도 스트리밍 1회에 최소 0.7원을 보장하고 있다"며 "여러 음악단체와 사용자 간 합의, 문체부의 승인을 받은 정산방식"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저작권자(가수·작곡가 등)를 대신해 음원 이용료 징수 규정을 정하는 논의에 참여하는 신탁단체 중 하나다.

정부 입장은?

-문체부는 "업계 전체가 동의한다면 이용자 중심 정산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이렇게 지적했다.
 ① 음원차트 순위를 높이려는 '음원 사재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
 ② 네이버 방식은 해외에서도 드문 제도다. 국내외 사업자 모두의 반발이 우려된다.
 ③ 음원수익을 분배하는 문제는 신탁 단체 관할이다.

해외에선?

-2014년쯤 북유럽을 중심으로 공정한 음원 이용료 정산 논의가 시작됐다.
-올해 1월 프랑스 음원 플랫폼 디저(Deezer)는 이용자 중심 정산을 시범 도입했다.
-2017년 핀란드음악가협회는 "기존 방식에선 상위 음원 0.4%가 전체 저작권료의 10%를, 이용자 중심 방식에선 상위 0.4%가 5.6%만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독일 가수·변호사·출판사들은 지난해 12월 4대 음반사 유니버설·소니·워너·BMG에 이용자 중심의 '공정한 분배(Fair Share)'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팩플] "그래서, 팩트(fact)가 뭐야?"

이 질문에 답할 [팩플]을 시작합니다. 확인된 사실을 핵심만 잘 정리한 기사가 [팩플]입니다. [팩플]팀은 사실에 충실한 ‘팩트풀(factful)’ 기사, ‘팩트 플러스 알파’가 있는 기사를 씁니다. 빙빙 돌지 않습니다. 궁금해할 내용부터 콕콕 짚습니다. ‘팩트없는 기사는 이제 그만, 팩트로 플렉스(Flex)해버렸지 뭐야.’ [팩플]을 읽고 나면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오게끔, 준비하겠습니다.

팩트로 FLEX, 팩플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