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목표 더 올립시다" 사장의 지시가 통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2020.03.09 15:00

[더,오래]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14)

회사는 항해하는 배와 같다. 항해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바로 어디로 갈지 정하는 것이다. 목표지점이 정해지면, 운항 거리에 맞춰 연료를 준비하고, 선장과 선원 사이의 역할 분담을 하고, 호흡을 맞춘다.

회사는 목표를 설정하면, 달성을 위해 전 부서와 직원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회사에서 하는 일련의 과정이 말 그대로 ‘회사 일’이다.

그런데 만약 직원들이 회사의 목표를 정확히 모른다면, 사장과 직원이 이해한 목표가 서로 다르다면, 선원인 내가 탄 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것과 같다. 당연히 본인의 역할과 업무수행을 제대로 하기 힘들고, 위기 상황에 올바르게 대처하기 어렵다.

회사는 항해하는 배와 같다. 항해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어디로 갈지 정하는 것이다. 목표지점이 정해지면, 운항 거리에 맞춰 연료를 준비하고, 선장과 선원 사이의 역할 분담을 한다. [사진 piqsels]

회사는 항해하는 배와 같다. 항해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어디로 갈지 정하는 것이다. 목표지점이 정해지면, 운항 거리에 맞춰 연료를 준비하고, 선장과 선원 사이의 역할 분담을 한다. [사진 piqsels]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얘기다. 이미 목표 설정 방법의 하나인 SMART, 즉 목표는 구체적이고(Specific), 측정 가능하며(Measurable), 행동 지향적이고(Action-oriented), 현실적이며(Realistic), 기한을 줘야 한다(Time-bound)는 이론도 널리 알려져 있다.

물론 스마트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중요하다. 회사에서 목표란, 구성원이 함께 만드는 성과에 대한 결과치를 미리 잡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사장과 직원이 함께 만들어내야 하므로, 목표 설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과의 마인드 쉐어’라 할 수 있다.

조직의 리더는 회사에 대해 가장 깊은 통찰력을 지니는 자리다. 리더가 세우는 목표는 큰 그림과 다각도의 전략을 바탕으로 나오는데, 직원의 입장에선 리더의 목표가 때론 공격적이거나 달성 불가능해 보일 수 있다.

직원이 세우는 목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본인과 소속 팀이 실제 수행할 수 있고, 달성 가능한 수준의 목표를 설정한다. 사장 입장에선 직원들의 목표가 보수적이며 소극적으로 보일 수 있다. 사장과 직원이라는 기본적인 포지션에서 오는 차이를 바탕으로 설정하는 목표 수준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목표설정이 탑다운(top-down) 방식이든 바텀업(bottom-up) 방식이든 목표를 설정하는 첫 단계부터 사장과 직원 포함한 모두의 참여와 동의가 필요하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우리?

H사 사장이 목표를 상향 조정한다는 결정을 내리자 팀장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처음 설정한 목표도 실무진에겐 도전적인 수준인데, 그보다 더 상향된 목표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진 pxhere]

H사 사장이 목표를 상향 조정한다는 결정을 내리자 팀장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처음 설정한 목표도 실무진에겐 도전적인 수준인데, 그보다 더 상향된 목표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진 pxhere]

내년 목표 설정을 위해 H사의 사장과 각 부서 팀장들이 모였다. 팀별 회의를 거쳐 영업팀은 매출 10% 증가, 마케팅팀은 회원 수 20% 증가, 고객지원팀은 회원 이탈 수를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대표에게 사전 제출했다.

“모든 부서의 목표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소극적입니다. 목표 재검토합시다.”

사장의 첫 마디에 모든 팀장이 당황했다. 원래 설정한 목표도 경기와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쉽지 않다는 팀원들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 상황과 우리 제품의 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고객지원팀은 올해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목표를 그대로 가져가고, 영업팀은 매출 15% 증가, 마케팅팀은 회원 수 30% 증가로 상향 조정했으면 합니다. 그럼 각 팀장 간 회의 더 진행하시고, 조정된 목표로 오늘 공지하세요.”

사장이 목표를 상향 조정한다는 결정을 내리자 팀장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처음 설정한 목표도 실무진에겐 도전적인 수준인데, 그보다 더 상향된 목표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장님께서 이렇게 높은 목표를 주시다니, 내년 성과금이 좀 크게 편성됐나 보죠?”
“목표 달성하려면 지금의 150%는 더 일해야 할 텐데, 추가 인력 붙여 주실 게 아니라면 당연히 충분한 보상이 있어야죠.”
“내년 목표 달성 시 어느 정도의 성과금이 있는지 사장님께 여쭤볼까요? 저희도 대략 알아야 팀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죠.”
“K팀장님, 안 그래도 작년에 저희가 여쭤봤었는데 사장님께선 이런 질문 자체를 꺼리시는 것 같아요. 목표 달성 전략을 세우기도 전에 성과금 수준 먼저 얘기한다고 한 말씀 하셨어요.”

사장은 상향된 목표에 팀장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느끼며 여러 고민에 빠졌다. 해마다 급여를 인상하는데, 오르는 만큼 직원들도 매출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해야 하는 것 아닌가? 회사는 오르는 월급에 성과금까지 주는데 당연히 직원들도 더 도전적으로 일하고, 더 높은 목표를 갖고 일해야 하는 거 아닌가?

H사의 사례는 목표 설정 과정 중 흔하게 발생하는 갈등이다. 직원은 소극적 목표를 세우거나 혹은 목표가 상향될 때 달성에 따른 보상을 먼저 기대하고, 사장은 매년 오르는 인건비를 고려해 직원들이 매년 더 도전적으로 일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사장과 직원의 입장 모두 일리 있고, 납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인드 쉐어’가 필요하다.

목표를 세울 때 필요한 ‘마인드 쉐어’

목표 설정 과정에서 ‘마인드 쉐어’란 목표와 결과에 관한 사장과 직원 간의 합의, 그리고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참여와 동의를 의미한다.

목표 설정 시 사장과 직원이 ‘처음부터 합의’해야 하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수치화한 목표, 둘째는 달성할 경우의 보상, 셋째는 달성하지 못할 경우의 책임이다. 대부분 수치화한 목표에는 사장과 직원 간 합의를 한다. 중요한 점은, 처음부터 결과에 따른 보상과 책임도 합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원의 입장에선 당연히 목표 달성에 따른 보상을 먼저 기대하거나, 미진할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다. 사장의 입장에선 합의한 목표가 여전히 부족해 보이거나, 투입되는 인건비 대비 합당한 이익이 돌아오길 바란다.

목표 자체를 잘 세웠을 때보다 ‘목표 설정 과정에서 사장과 전 직원이 마인드쉐어를 했을 때’가 더 나은 성과가 나왔다. [사진 pxhere]

목표 자체를 잘 세웠을 때보다 ‘목표 설정 과정에서 사장과 전 직원이 마인드쉐어를 했을 때’가 더 나은 성과가 나왔다. [사진 pxhere]

만약 ‘보상과 책임’에 대한 합의 없이 그저 목표를 위해 달려갈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까? 목표 달성 시 직원들은 노력한 만큼의 충분한 보상을 받고 싶어한다. 경우에 따라 회사가 지급하는 성과금이나 보상의 수준에 만족하지 못할 수 있다. 사장의 입장에선 보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성원 만족이나 다음 목표를 위한 충분한 동기부여를 못하는 셈이다.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경우 더 큰 갈등이 발생한다. 극단적으로 긴축정책, 감원, 조직개편 등이 필요한 상황에서 합의하지 않았던 책임을 직원이 져야 할 경우, 서로 간에 갈등을 초래한다. 종종 회사 상황만 고려하면 불가피한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사장은 합의되지 않은 책임을 직원에게 물을 수 없으며, 이는 때로 회사 재정이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돌아보면, 목표 자체를 잘 세웠을 때보다 ‘목표 설정 과정에서 사장과 전 직원이 마인드 쉐어를 했을 때’가 더 나은 성과가 나왔다. 당연한 이치다. 모두가 합의한 목표 지점을 향하면서 도착했을 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고, 도착하지 못했을 때 어떤 위험과 책임이 있을지 알고 항해하는 것과 모르고 항해하는 것은 큰 차이를 보이는 것과 같다.

내가 선장인 우리 회사는 잘 나아가고 있는가? 우리가 향하는 곳은 조직 전체가 합의한 지점인가? 만약 목적지에 가거나 못 갔을 경우 따르는 보상과 책임을 조직 전체가 합의하고 가고 있는가? 한번 돌아보면 어떨까.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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