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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백화점 진열대 걸려 넘어져 치아 손상, 누구 책임?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경영의 최소법(17)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각종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매장 진열대에 걸려 넘어지거나, 보도 위에 놓인 간판 전선 줄에 걸려 넘어진 경우 또는 자동 세차장에서 세차 후 충돌해 손해를 입은 경우 누가 손해를 부담해야 할까요? 다친 사람이 모든 손해를 감당해야 하나요? 최근 문제 된 몇 가지 판결을 소개해 봅니다.

백화점 아웃도어 매장 중앙 출구통로로 나오다가 진열대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치아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은 A씨. 매장과 백화점 모두에 손해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pexels]

백화점 아웃도어 매장 중앙 출구통로로 나오다가 진열대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치아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은 A씨. 매장과 백화점 모두에 손해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pexels]

사례1

A는 남편과 함께 스포츠 아웃도어 매장 구경을 마치고 매장 중앙 출구통로로 나오다가 그만 진열대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A는 넘어지면서 바닥에 턱을 부딪쳐 치아가 부러지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진열대는 무릎보다 낮게 설치되어 있었고, 옷걸이에 거의 가려진 상태여서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진열대 오른쪽으로는 상품광고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매장은 스포츠 아웃도어 업체인 X가 Y 백화점에게 위탁해 운영하고 있었다.

A는 X와 Y 모두를 상대로 치료비와 위자료 명목으로 손해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매장은 고객이 다니는 통로 등에 눈에 띄지 않는 테이블이나 물건을 배치할 경우 제품 또는 홍보물 구경에 집중하고 있는 고객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충분한 예방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고객의 동선을 고려한 진열 및 인테리어 전반에 대한 책임은 위탁운영자인 백화점에게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매장 X와 위탁업체인 Y 백화점의 연대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다만 손님 A도 매장 밖으로 이동하면서 바닥 상황을 살피지 않고 광고 영상과 남편만 보면서 진행한 잘못이 있다고 하면서 X와 Y의 책임을 30%로 제한하였습니다. A는 치료비의 70%와 위자료 상당을 배상받았습니다.

레스토랑 앞 보도를 지나가다가 전선 줄에 걸려 넘어져 부상을 입은 B씨. 전선을 방치한 책임을 물어 레스토랑 주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사진 pxhere]

레스토랑 앞 보도를 지나가다가 전선 줄에 걸려 넘어져 부상을 입은 B씨. 전선을 방치한 책임을 물어 레스토랑 주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사진 pxhere]

사례2

B는 밤 9시 30분경 레스토랑 앞 보도를 지나가다가 전선 줄에 걸려 넘어졌다. 그로 인해 B는 앞니 4개가 부러져 3000여만 원의 치료비가 드는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되었다. B가 걸려 넘어진 전선 줄은 레스토랑이 영업 목적으로 설치한 조명간판에 연결된 것이었다.

전선은 보도에 사선으로 놓여 있었고, 간판과 마주하는 부근 건물의 콘센트와 연결되어 있었다. 전선은 고정시키거나 팽팽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둘둘 말려 있었고, 그 위에 고깔 모양의 플라스틱 주차금지 판이 놓여 있었다.

B는 전선을 방치한 책임을 물어 레스토랑 주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법원은 레스토랑 주인에게 전선을 방치함으로써 사고를 야기한 책임이 있다고 보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다만 B도 야간에 전선이 가로놓인 보도를 따라 걸어갈 경우 전선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함에도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하면서 그 비율을 50%로 보았습니다. 결국 B는 치료비 50%와 위자료를 배상받았습니다.

자동세차장에서 세차를 마치고 경사로를 통해 나오던 중 세차장의 전방 오른쪽에 설치되어 있던 매트 세척기와 충돌해 차량이 손상된 C씨. 주유소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사진 pixabay]

자동세차장에서 세차를 마치고 경사로를 통해 나오던 중 세차장의 전방 오른쪽에 설치되어 있던 매트 세척기와 충돌해 차량이 손상된 C씨. 주유소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사진 pixabay]

사례3 (손님의 과실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보아 책임이 부정된 사례)

C는 주유소 안의 자동세차장에서 기어를 중립으로 한 상태에서 세차를 마치고 경사로를 통해 나오던 중 세차장의 전방 오른쪽에 설치되어 있던 매트 세척기와 충돌해 차량의 우측 헤드라이트 옆 부분이 손상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

C는 세차를 마치고 나오는 부분이 내리막으로 되어 있어 미끄러지기 쉬운 구조임에도, ① 주유소 측이 차량 운전자에게 제동장치를 작동하거나 핸들을 돌려야 한다는 등의 안내를 한 적이 없고, ② 세차를 마칠 당시 녹색 신호등이 켜지기 전에 노면 경사에 의해 이미 차량이 내려오게 되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주유소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해 주유소 측은 세차를 마친 차량의 출차를 돕고 운전미숙에 대비하기 위한 가이드 바가 설치되어 있고, 세차를 마치고 출차할 당시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고 하면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 바가 설치되어 있고, 핸들을 오른쪽으로 조작하지 않는 이상 매트세척기와 충돌하기 어렵고, 차량 운전자가 전방주시 및 안전운전 의무를 다하였다면 매트세척기와의 충돌을 충분히 피할 공간이 있었던 점, 세차장을 16여 년간 운영해 오면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었던 점 등을 이유로 주유소 측의 책임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주유소 측이 자신에게 주어진 주의의무를 다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본 것입니다.

사회 구성원인 우리에게는 각종 주의 의무가 있습니다. 사례에서 매장 측은 손님에 대한 안전 내지 배려 의무가 있고, 손님도 마찬가지로 사회생활상 요구되는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주의 의무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보통의 사람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법원은 주의 의무를 충실히 다했는지를 기준으로 손해배상 책임과 비율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사회 구성원인 우리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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