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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 해로한 아내 화장터 갈 때···79세 남편은 집안에서 울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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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마 병원 도착하는 '코로나19' 의심 환자.*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파티마 병원 도착하는 '코로나19' 의심 환자.*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대구시립화장장인 명복공원에서 2일 오후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21번째 사망자인 A씨(77·대구 북구)의 화장이 엄수됐다. 누출방지 비닐백에 밀봉된 A씨 시신이 화장동으로 운구됐다. 보호구를 착용한 아들만이 곁을 지켰다.

자가격리 남편, 77세 아내 마지막길 같이 못한 슬픔 #아내 떠나보내고 본인도 확진 판정 받고 투병 중

생전 A씨는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진단검사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과거 간암을 앓았지만 지난달 29일 상태가 악화해서야 파티마병원으로 이송됐다. 결국 하루 뒤 숨졌고, 사망 당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평생 함께 한 남편은 '자가격리'  

확진 판정에 한평생을 함께 한 남편(79)은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됐다. 코로나가 55년을 함께한 부부의 마지막 인사마저 막아버렸다. 또 고인의 직계가 아닌 시동생은 보호장비를 받지 못했다. 그는 화장동 대기실도 아닌 자신의 차 안에서 명복을 빌어야 했다.

급작스레 화장이 이뤄진 탓에 타지역에 사는 두 딸은 미처 공원을 찾지 못했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A씨는 화장 뒤 바로 시립납골당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사망자를 화장하는 대구 명복공원. [사진 명복공원 홈페이지]

코로나19 사망자를 화장하는 대구 명복공원. [사진 명복공원 홈페이지]

유족 측 "너무나 쓸쓸하게 돌아가셔" 

시동생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형님이 ‘(아내가) 신천지도 아니고 코로나에 걸릴 일이 없는데 아마 동네병원 진찰받으러 갔다 옮지 않았나 싶다’며 슬퍼하신다”며 “병원이송이 늦어져 치료도 제대로 못받았다고 매우 억울하고 슬퍼한다. 전화 통화하면 수화기 너머로 자주 흐느낀다”고 전했다. A씨 남편 역시 확진판정을 받고 대구의료원에서 코로나19와 사투 중이다.

8일 오후 9시 현재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모두 50명. 대부분 유족들은 이런 아픔을 겪었다.

보건당국, '선 화장, 후 장례' 원칙 

보건당국은 지난달 24일 코로나 19 사망자 장례관리 지침에 따라 유가족 동의 아래 ‘선 화장, 후 장례’를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유족에 따르면 장례절차 첫 순간부터 불만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보건당국과 지자체는 장례관리 지침상 유족이 원할 경우 임종순간을 면회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한 자에 한해서다. 장비는 KF94 이상 마스크와 가운·장갑·고글·장화 등이다. 사망 모습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제 최소의 가족에게만 보호장비를 지급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

코로나19 14번째 사망자 빈소.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14번째 사망자 빈소.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신속한 시신처리에 염, 수의 생략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은 안치실서 150μm 두께의 비닐백에 밀봉한다. 신속히 시신을 처리하다 보니 염을 하지 않고 수의를 입히지 않는다. 밀봉된 상태로 입관하고, 화장장으로 이동한다. 화장로 이동까지의 참관은 역시 ‘최소’다. 명복공원 관계자는 “혹시 모를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이밖에 ‘선 화장 후 장례’라지만 실제 빈소를 차리는 유족은 거의 없다고 한다. 상주 등이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하는 데다 국가재난대비 지정 장례식장 역시 유족에게 빈소를 차려줘야 할 의무는 없다. “지정 장례식장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유족의 불만도 있다.

브리핑 마친 박능후 중대본 1차장(복지부장관). 연합뉴스

브리핑 마친 박능후 중대본 1차장(복지부장관). 연합뉴스

개인 장례결정권과 충돌하지만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로 국가가 감염병 사망자의 장례결정권한을 행사하면서 개인의 장례결정권과 충돌한다. 하지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인 2015년 말 감염병예방법을 고치면서 개인의 장례결정권 침해를 주장하기가 어렵게 됐다. 법이 ‘감염병 차단과 확산 방지 등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장사방법 등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국민 마지막존엄 지켜줘야" 

메르스 80번 유족의 장례결정권 소송을 도왔던 이정일 변호사는 “(보건당국이) 미리 설명만 하면 당사자(유족) 동의가 없어도 화장할 수 있게 법령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국민의 마지막 존엄을 지켜주는 것도 국가의무에 포함되는 만큼 정부가 유족을 더욱 더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앞으로도 코로나 19 사망자에 대해 존엄과 예우를 최대한 갖추겠다”며 “유족이 큰 슬픔 속에서도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지자체, 화장시설 등과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욱·백희연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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