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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코로나 사태가 대구 사태라니 제정신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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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대구 지역 코로나 확진자 수를 거론하며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부로 대구의 코로나 확진자 비율은 대구 시민 560명당 1명이 됐다. 이런 추세면 다음 주엔 400명, 300명당 1명꼴로 나오게 된다. 중국이 정말 (코로나 확산의) 문제였다면 인구 2300만 수도권은 왜 10만 명당 1명꼴로 확진자가 나오겠나. 숫자가 명백히 말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어처구니없어 실소를 금할 수 없는 한심하고 기괴한 그다운 논리와 발상이다.

이번 사태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됐다. 중국 코로나 확진자 수는 공식 통계만으로도 8만 명을 넘어섰다. 우리 정부가 초기에 중국에 문을 닫았다면 바이러스 침투도, 오늘 대구의 말할 수 없는 고통도 당연히 훨씬 줄었을 것이다. 대구 시민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나. 그런데 눈물과 한숨 속의 대구 시민을 향해 ‘코로나 사태가 대구 사태’란 가짜뉴스로 상처를 내고 소금까지 뿌렸다. 더 큰 문제는 ‘대구 지역이 문제’란 식의 여당 극성 지지자와 여권의 발언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청년위 소속 한 인사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구는 손절해도 된다”며 “표는 미래통합당에 몰아주면서 위기 때는 문 대통령에게 바라는 게 왜 많은지 이해가 안 된다. 양심이 없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대구·경북에 코로나 감염자가 아무리 폭증해도 타 지역까지 번지지만 않는다면 상관없는 문제”라며 “민주당을 지지하는 다른 지역은 안전하게 잘 보호해 줘서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더 강해졌다”고 썼다. 앞서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대구·경북 최대 봉쇄조치’를 언급했다가 후폭풍이 일자 ‘봉쇄가 아닌 방역조치 일환’이라고 물러선 바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감염병과의 전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모든 국민이 피해자다. 그중에서도 확진 환자가 집중된 대구·경북 지역은 지금 피눈물을 삼키고 있다. 이 와중에 ‘대구 봉쇄’ ‘대구 코로나’ 등의 말폭탄을 넘어 ‘코로나 사태가 대구 사태’라고 조롱하고 상처내는 건 사실도 아니거니와 선거 유불리만을 염두에 둔 비열한 4류 정치 행태다. 특정 지역을 희생양 삼아 방역 책임을 물타기하고 정치적 도구로 삼을 때가 아니다. 코로나가 왜 이 지경까지 확산됐는지 모르는 국민은 없다. 황당한 주장은 우리 사회에 또 다른 바이러스다. 방역에 동참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