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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가족] 기저 질환 있어도, 암 걸려도, 난자 질 나빠도 ‘임신 희망’ 북돋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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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일산차병원 난임센터
2세를 계획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건강한 임신·출산을 꿈꾼다. 하지만 난임 여성이나 항암 치료를 앞둔 환자에겐 ‘실낱’ 같은 희망이다. 지난 1월 6일 경기도 고양시에 개원한 일산차병원 난임센터가 이들에게 새 희망을 제시한다. 그간 난임 치료 공백 지역으로 꼽힌 서울 강북과 경기 북부 지역의 난임 부부뿐 아니라 암 환자도 건강하게 임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차병원그룹이 60년간 쌓은 난임 치료술에 새로운 진료 시스템과 최첨단 장비까지 갖추면서 난임 중에서도 치료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난치성 난임’의 해결사를 자처한다.

난치성 난임 치료에 다학제 적용 #암 환자 위해선 특수 다학제 운영 #난자·배아 질 높이는 시스템 갖춰

임신 방해하는 각종 원인 미리 제거

일산차병원 난임센터는 난치성 난임 치료를 위해 ‘다학제’를 적용했다. 다학제는 특정 진료과가 아닌 모든 관련 과 의료진이 모여 최적의 진료 방향을 찾는 시스템을 말한다. 갑상샘 질환, 부인과 질환 등 임신을 방해하는 기저 질환이 있을 때 다학제가 효과적이다. 일산차병원 난임센터 한세열 센터장은 “난임 환자가 기저 질환을 동반한 경우 환자가 일일이 해당 진료과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임신 성공률을 높이면서 기저 질환도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다학제로 진료 방향을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가령 난임 환자가 갑상샘 질환을 앓고 있으면 내분비내과·난임센터 의료진과 배아연구팀 연구원이 모여 진료 방향을 설계한다. 기저 질환이 없는 난치성 난임인 경우에도 난임센터 내 전문의들과 배아연구팀이 진료 방향을 설계하는 협진을 진행한다.

이 센터는 암 치료를 앞둔 환자를 위해 특수 다학제도 운영한다. 이른바 ‘온코퍼틸리티 다학제’다. 온코퍼틸리티란 종양학(oncology)과 생식(fertility)의 합성어다. 항암 치료 시 어떤 약물을 쓸 것인지, 그 약물이 생식 능력에 미칠 영향을 따져 난자를 언제 채취할지, 난소(미성숙 난자를 보관한 기관) 위치를 옮길지, 난소도 채취해 얼려 둘지 등을 결정한다. 이 센터의 김세정 교수는 “대장암 환자가 개복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온코퍼틸리티 다학제를 통해 개복 시 난소를 이동시키기도 하지만 난소를 이동해도 완전히 안전하지 않아 난소 조직의 동결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배란 유도를 통한 난자 채취·확보에는 최소 10일이 필요하다. 만약 급성 백혈병처럼 상태가 나빠져 당장 수술이 필요하면 난자 채취는 포기하더라도 난소는 채취할 수 있다. 소아 백혈병 환자와 가임기 암 환자가 온코퍼틸리티 다학제 대상이다.

기저 질환은 없지만 난자의 질이 많이 떨어지거나 개수가 너무 적어도 난치성 난임에 해당한다. 어렵게 얻은 소수의 난자를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리는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체외수정에 성공할 수 있다. 이에 일산차병원 난임센터는 배아 배양 경력 20년의 최원윤 배아연구팀장을 비롯한 한 석·박사급 연구진으로 배아연구팀을 꾸리고, 난자·배아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 가지의 차별화된 최첨단 시스템을 갖췄다.

질 낮은 난자 수정 성공률 최대 20% ↑

그 첫째는 ‘피에조 시스템’이다. 피에조는 난자에 미세한 전기자극을 주는 기기다. 전기자극을 받은 난자는 일시적으로 활성화하면서 활력을 찾는데, 이때 난자에 정자를 주입한다. 그간 세계 생식의학계에선 체외수정 시 난자의 질이 나빠 일반적인 체외수정이 어려우면 미세 조작기로 난자에 정자를 직접 주입하는 미세수정을 시행했다. 이 경우 지금까지는 사실상 환자의 난자 상태가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에조는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된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일산차병원 난임센터가 임상에 피에조를 도입했다. 최원윤 팀장은 “피에조를 활용한 미세수정법은 피에조를 활용하지 않을 때보다 수정 성공률이 10~20% 더 높다는 해외 연구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2회 이상 과배란을 유도했는데도 난자 수가 매번 1~2개로 극히 적은 경우, 고령이면서 난자를 둘러싼 막이 두껍거나 질기고 난자의 색이 혼탁한 경우 등 난자 질이 나쁠 때 피에조로 미세수정을 한다.

둘째는 인공지능(AI)이 배아의 질을 판단하는 ‘타임랩스 시스템’이다. 타임랩스는 체외수정한 배아를 키우는 동안 외부에 노출되지 않게 외부 모니터로만 배아의 발달 과정을 지켜보는 시스템이다. 최근엔 AI 기술을 도입한 타임랩스가 주를 이룬다. AI가 배아를 실시간 지켜보고 여성의 자궁에 이식하기에 가장 좋은 배아를 선별해 준다. AI는 특성상 데이터가 많이 쌓일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 이 난임센터의 타임랩스는 최신 빅데이터까지 보유한 인공지능이 질 좋은 배아를 더 정확하게 골라준다. 한 대에 부부 15쌍의 배아를 넣을 수 있으며, 이들 배아는 각각 관리된다.

셋째는 ‘스몰 박스’라 통칭하는 1인용 인큐베이터다. 그동안 보편화한 인큐베이터는 6인용 ‘빅 박스’가 주를 이뤘다. 한 대당 6개의 칸이 있어 부부 6쌍의 배아를 보관·배양할 수 있다. 배아의 분열 속도·모양을 연구진이 하루에 몇 차례 꺼내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 이때 인큐베이터 문을 열면 공기가 유입돼 온도, 가스 포화도 등 배양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인용 인큐베이터는 오로지 부부 한 쌍의 배아들만 모아 키운다. 이 난임센터는 차병원그룹 내 유일하게 1인용 인큐베이터를 도입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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