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강한가족] 부정맥 맞춤형 치료 50년…2만 건 넘는 시술 노하우 축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병원 탐방 세브란스병원 부정맥클리닉
지난 3일 오후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시술실. 심장박동이 빠르고 불규칙한 심방세동 환자 김모(46)씨가 환자 테이블에 올랐다. 김씨는 그동안 심방세동 증세가 간헐적으로 나타나 항부정맥 약을 복용해 왔다. 그런데 최근 하루 동안 심전도를 측정하는 24시간 홀터 검사에서 심방세동이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증세가 확인됐다. 의료진의 논의 끝에 시술적 치료를 하기로 했다. 주로 시행하는 전극도자절제술 대신 시술 시간이 짧으면서 안전한 최신 치료법을 활용했다. 시술을 집도한 유희태 교수는 “발작성 심방세동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이상이 생긴 심장 부위를 영하 75도 이하로 얼려 제거하는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부정맥클리닉은 맞춤 치료로 합병증을 최소화한다. 의료진이 심방세동 환자에게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을 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세브란스병원 부정맥클리닉은 맞춤 치료로 합병증을 최소화한다. 의료진이 심방세동 환자에게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을 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부정맥은 심장근육을 움직이는 전기신호에 이상이 생겨 맥박이 정상적으로 뛰지 않는 상태다. 심장박동이 느리거나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어 혈액 공급이 제대로 안 돼 몸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한다. 무증상부터 실신·돌연사까지 양상이 다양해 진단·치료가 까다로운 질환에 속한다.

국내 부정맥 치료 분야 선도 #환자 상태별 검사·시술법 다양 #성공률 극대화, 부작용 최소화

안전·정확한 시술에 환자 만족도 높아

세브란스병원 부정맥클리닉은 지금껏 국내 부정맥 치료 분야의 선봉 역할을 해왔다. 1969년 심박동기 치료를 시작으로 전기생리검사와 전극도자절제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며 부정맥 치료 시스템을 갖춰 나갔다. 정보영 부정맥시술실장은 “지난 50년간 국내 부정맥 진단·치료에 선도적인 위치를 지켜왔다”며 “지난해까지 부정맥 질환 누적 치료 건수가 2만1000여 건에 달한다”고 했다.

국내 최다 치료 실적은 높은 치료 성공률로 이어지는 밑거름이 된다. 치료 선택지가 다양해 환자별 맞춤 치료가 가능하다. 약물만으로 조절이 어려운 난치성 부정맥 환자는 전기생리검사를 이용해 원인 조직을 찾은 다음, 고주파를 방출해 제거하는 전극도자절제술로 치료한다. 서맥이 심한 환자는 심박동기를 가슴에 삽입해 규칙적인 심장 리듬을 찾아준다. 이문형 교수는 “지난해에만 전기생리검사·전극도자절제술 1264건, 심박동기 이식술 353건을 시행했고 성공률은 100%에 가까웠다”며 “의료진의 숙련도가 높아 안전하고 정확한 시술을 진행해 환자 만족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중증도가 심하고 심장 쇼크를 겪은 빈맥 환자는 가슴에 제세동기를 삽입해 치료한다. 심장마비와 같은 응급 상황에 놓이면 이를 인지하고 자동으로 환자 심장에 전기 충격을 줘 심장박동을 정상으로 되돌린다. 김태훈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부정맥클리닉은 부정맥 중 가장 치명적인 심실세동(잔 떨림)을 예방하기 위한 제세동기 및 재동기화치료기 이식술을 지난해 228건 시행했다”며 “좌우 심실에 규칙적인 심장 운동 리듬을 찾아주는 고난도 시술인 심장재동기화치료는 국내 최다 실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브란스병원 부정맥클리닉은 부작용이 적은 진보한 치료 기술을 도입하는 데 앞장선다. ‘유도선이 없는 심박동기 이식술’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심박동기는 배터리와 환자의 심장 상태를 감지하는 장치(본체)를 환자 왼쪽 가슴을 절개해 삽입한다. 본체로부터 유도선을 뽑아 환자의 심장 내부에 위치시켜 필요할 때 전기자극을 발생시킨다. 이때 감염·혈종 등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2018년 4월 국내 최초로 유도선이 없는 심박동기 이식술에 성공했다. 1㎝ 크기 캡슐 형태의 심박동기를 환자 허벅지 정맥을 거쳐 심장까지 이동시킨 후 고정한다. 기존 심박동기와 달리 환자 가슴을 절개해 본체를 삽입하거나 유도선을 뽑지 않으므로 부작용 걱정이 없다.

.

.

예방적 치료로 합병증 발생 위험 낮춰

부정맥 환자는 심장 내 혈전이 대량으로 만들어져 뇌졸중 발생 위험이 일반인의 5배 이상이다. 세브란스병원은 뇌졸중의 예방적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합병증 위험 요인을 다스린다. 박희남 교수는 “국내 최초로 심방세동의 뇌졸중 예방 시술인 ‘좌심방이 폐색술’을 도입해 지난해 200번째 시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말했다. 좌심방이로 혈액이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빈 곳을 메우는 시술로 약물치료보다 적극적인 혈전 생성 억제법이다. 뇌졸중 위험도가 높아서 항응고제 투약이 필요하지만 출혈 위험이 큰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데엔 병원 안팎의 협력 네트워크가 한몫한다. 심장 질환자는 신장병·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동반하는 사례가 많다. 필요에 따라 신장내과·내분비내과·신경과 등 관련 진료과의 협진이 즉시 이뤄지는 시스템을 갖췄다. 밖으로는 정기적으로 국내외 유수 연자를 초청해 부정맥 질환의 원인·진단·치료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부정맥의 진료·연구 분야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보영 실장은 “앞으로 치료 수준, 신기술 개발, 연구 등 다양한 부분에서 세계 톱 부정맥클리닉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