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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간병인 급구! 일본의 인력부족 남의 일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46)

한국의 간병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을 보면 낯설게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일본에서는 매우 흔한 일상 풍경이 되었다. 인력 부족이 심각한 일본의 간병 현장에서 외국인 간병인도 눈에 띈다.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면서 질 높은 간병서비스를 제공한다.

인도네시아 출신 A씨는 2008년부터 일본에서 간병 직원으로 일해왔다. 이제는 외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케어매니저가 되어 케어플랜을 작성해 가족에게 전달하는 등 간병 시설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다. A씨가 일하는 법인은 외국인 간병인을 위해 전담 직원이 일본어와 간병복지사 자격시험 공부는 물론 쇼핑에 동행하거나 함께 식사하는 등 헌신적으로 지원한다. 처음에 외국 인력은 조직의 활성화 차원에서 보탬이 됐지만, 이제 시설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2008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3개국과 체결한 EPA(경제제휴협정)로 일본에 외국 간병인력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EPA를 통해 간병분야의 취업이 특례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4년 체류기간 중에 간병시설에 취업해 교육을 받으면서 간병복지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자격 취득 후 일본에서 계속 체류해 취업할 수 있지만 기한 내에 자격 취득하지 못해 귀국하는 후보생도 많다. 2018년까지 4302명이 일본에 왔고 700명 정도가 간병복지사 시험에 합격했다. 2019년 1월 현재 EPA에 의해 들어온 3165명의 외국 간병직원이 677개 시설(특별요양노인홈, 간병노인보건시설)에서 일하고 있다.

EAP 외에 외국인이 간병직에 취업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2016년 11월부터 유학생 자격으로 들어온 외국인이 일본의 간병복지사 자격을 취득한다면 장기간 체류해 취업할 수 있다. 자격을 취득하려고 간병복지사 교육기관에 유학하는 외국인은 매년 증가해 2018년에는 1142명에 달했다. 또 2017년부터 개발도상국으로 기능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기능실습법에 대상 직종이 간병분야로 확대한다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2018년 말 간병직원의 기능실습계획의 신청 건수는 1516건이었고, 그중에서 946명이 승인을 받아 기능실습생 신분으로 일본에 왔다.

일본 간병사업자의 외국인 간병인력 고용제도

이렇게 외국 간병인력을 데려온다고 해서 간병인력 부족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아무리 많은 외국인력을 데려와도 오래 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간병복지사 자격을 어렵게 취득한 후 일본어 능력을 활용해 다른 산업으로 이동하거나 다른 국가로 떠나버린다. 간병 직원으로 간병기술을 축적하며 돈도 벌어 새로운 전직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일본 간병업종의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오래 일하지 않는다.

결국 간병 업종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다.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외국인력을 데려와도 오래 정착할 수 있다. 간병 업무는 자동화와 기술혁신을 통해 쉽게 효율화하기 어렵다. 임금이 싸다고 외국 노동력을 데려올 것이 아니라, 간병분야에서 인력 부족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인력 확보와 정착에 힘쓰는 것이 선결과제다.

현재 많은 산업 중 간병 분야에서 외국인력이 가장 필요하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겪는 간병 시설은 외국인력 활용에 매우 적극적이다. EPA에 의해 외국 간병직원을 채용한 간병시설의 79%는 외국인력을 계속 고용하겠다고 대답했다. 외국인력을 고용하지 않던 간병시설의 20%는 앞으로 고용하겠다고 대답했다. 시설 이용자와 그 가족의 65.1%는 외국인력의 간병서비스에 만족한다고 평가했다.

외국 간병인력을 데려오려면 상당한 투자와 공을 들여야 한다.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해소하고, 일본의 간병업무를 지도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인력확보에 목마른 간병 사업자는 조직적인 대책을 세워 외국인력을 데려와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많은 산업 중 간병 분야에서 외국인력이 가장 필요하다. 임금이 싸다고 외국 노동력을 데려올 것이 아니라, 간병분야에서 인력부족이 발생하는 근본원인을 제거하고, 인력 확보와 정착에 힘쓰는 것이 선결과제다. [사진 Pxhere]

현재 많은 산업 중 간병 분야에서 외국인력이 가장 필요하다. 임금이 싸다고 외국 노동력을 데려올 것이 아니라, 간병분야에서 인력부족이 발생하는 근본원인을 제거하고, 인력 확보와 정착에 힘쓰는 것이 선결과제다. [사진 Pxhere]

사회복지법인 선라이프는 2016년부터 EPA 간병직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019년까지 17개 시설에서 56명을 채용했다. 먼저 외국인력을 받기 전에 기존 일본인 시설직원을 대상으로 학습회를 개최해 외국인력을 받아들이는 제도와 문화적 배경을 이해시킨다. 2018년부터 외국인력이 간병현장과 일본생활에서 체험을 일본어로 말하는 스피치 대회를 열어 학습의욕을 높이고 있다. 외국 간병인력은 회사가 계약한 아파트에 2~3명이 함께 생활한다. 가전제품과 이불 등 생활용품을 구입해 무상으로 대여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후지켄이쿠카이(不二健育会)는 매년 5~10명의 외국 간병인력을 채용,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주중 하루를 학습일로 정해 일본어를 배우고, 간병복지사 국가시험에 대비하도록 한다. 이 회사의 간병복지사 취득률은 80% 이상이다. 또 이 법인에서는 시설장, 현장담당, 교육과 생활지원 담당으로 각 역할을 분담해 외국 간병인력의 정착에 노력한다. 각 담당자는 매월 함께 모여 문제점을 공유하고 지원대책을 논의한다.

지자체는 간병시설의 외국 간병인력 확보·정착사업을 거든다. 군마현은 간병사업자에게 전문가를 파견해 조언해 주고 있다. 외국 간병인력을 교육하는 간병복지사 교육기관에 일본어 학습비용을 보조한다. 군만현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간병복지사 교육시설과 간병시설의 견학투어도 진행한다.

치바현은 외국인 유학생의 간병시설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 간병인재 지원센터를 설립해 외국인에게 상담기회를 제공한다. 간병시설에서 부담하는 외국인 기능실습생의 일본어 학습비용도 지원한다.

토쿄도는 간병사업자를 대상으로 외국 간병인력 채용 세미나를 개최해 외국 간병인력 확보에 필요한 지식과 노하우를 제공하고 상담기회도 준다. 외국 간병인력을 지도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간병시설에서 지도방법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한다. 기후현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간병에 관한 일본어, 간병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초보자 교육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외국인력을 활용하려면 인권문제에도 대처해야 한다. 외국인력을 단순한 노동력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외국 간병인력을 데려와 국내인력의 대체용으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간병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개선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외국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특별한 대책이 아니라, 간병업계 전체 종사자에게 오래 일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공통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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