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어느 여름. 개울물 위 통나무 다리를 엄마 곰이 건너자 새끼 곰 세 마리가 뒤뚱뒤뚱 주변을 살피며 뒤를 따른다.
또 어떤 날은 큰 곰 한 마리가 다리를 건너다 발을 헛디뎌 개울에 빠지기도 하고, 물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기도 한다. 잠시 후 귀에 물이 들어갔는지 귀를 긁적이는 모습도 보인다.
영화 속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이 장면들은 미국의 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하는 사냥꾼 로버트 부시가 촬영한 영상 속 모습이다.
북미 생태계 한눈에 보이는 2년간의 기록
로버트 부시는 집 인근 개울가 통나무 다리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로버트는 이 다리가 야생 동물들이 오가는 길목이라는 사실을 알고, 동물들의 자연 상태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2017년~2019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영상을 촬영했다.
영상 속에는 곰 이외에도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다람쥐, 짧은꼬리살쾡이와 같은 동물들이 다리 위를 오가기도 하고, 곰이 물고기 사냥을 하던 자리에서 두루미과로 보이는 큰 새가 먹이를 잡는다. 낮에는 독수리가 밤에는 부엉이가 다리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촬영됐다.
너구리 부부가 나란히 다리를 건너고, 눈 내린 겨울에는 들개가 개울을 건너기도 한다. 비가 내려 강물이 불어나 통나무 다리가 잠기면 비버가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나뭇가지를 들고 다리 인근을 오가느라 여념이 없다.
로버트는 이 영상을 '밥의 펜실베이니아 와일드 라이프 카메라'라는 페이스북 그룹 페이지를 통해 공유해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에게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유튜브에도 업로드된 그의 영상은 14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은 본 한 소셜미디어 사용자는 "유튜브를 사용하면서 느낀 최고의 5분 20초였다"며 말했고, 또 다른 한 사용자는 "영상 속에 재미난 점은 동물들도 물에 젖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라며 재미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영상을 촬영한 로버트는 동물들의 서식지 보호를 위해 정확한 위치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또 페이스북을 통해 "이 그룹 페이지는 사냥에 관한 것이 아니며 나는 어떠한 사냥 사진이나 비디오도 게재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이 페이지는 내가 좋아하는 펜실베이니아 산속의 야생동물들에 관한 것이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