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속도 빠른 코로나19, 심각한 후유증 남기는 경우 드물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76호 28면

러브에이징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과 함께 불안과 공포 심리도 빛의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위기 상황일수록 이성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의 본능적 공포심은 언제나 이성을 삼켜버린다. 지금 우리 사회도 공포 마케팅과 가짜뉴스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예를 들어 사망률이 10%라면 #회복할 가능성은 90% 있는 셈 #면역력 위해서라도 긍정 마인드를 #신속 저렴한 검사 시스템 구축 #일본 한 달 걸리지만 한국은 하루에

사실 감염병 유행은 인간의 두려움과 분노를 자극해 정신 건강도 해치기 쉽다. 불행히도 인류는 어려운 시기가 닥치면서 쌓이는 공포·불만·반감·증오 등을 없애기 위해 희생양을 찾는 일을 반복해 왔다. 모든 문제를 희생양에 전가함으로써 긴장과 불안을 손쉽게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갈등 해소 효과만 볼 뿐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많은 사람에게 죄의식을 남기고 우울증과 트라우마도 초래하기 쉽다. 나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불안·분노·공포는 잠시 접어둔 채 코로나19의 정체를 파악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대비책을 찾아야 한다.

당뇨 등 지병 있는 노약자가 취약

코로나19의 강력한 확산 능력은 이미 중국 환자 4만 명 중 81%가 경증으로 끝났다는 사실을 통해 예견됐던 바다. 병을 가볍게 앓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이웃에게 바이러스를 전해준다. 이런 환자가 80% 이상인 셈이다. 게다가 이 신종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통해 호흡기 점막에 침입하는 능력(점액 친화력)을 50배나 높였다. 그래서 소량의 바이러스만으로도 환자를 만들고 또 일단 체내에 들어가기만 하면 증식도 활발하다. 감염 초기부터 전염성이 강한 이유인데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전염력이 없는 사스나 메르스와 구분되는 특징이다. 코로나19의 성질이 이러하니 우선 당분간 ‘2m 이내 접근 금지’에 해당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에 동참해야 한다.

감염병이 두려운 이유는 사망률과 후유증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사망률은 국가별 차이가 크지만 의료의 질도 높고 전 국민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0.5~1% 선으로 추정한다. 참고로 겨울철 불청객 독감의 치사율은 0.1% 정도며, 사스 사망률은 10%, 메르스는 국내에서도 20%의 치사율을 보였다.(중동은 30~40%)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사실 한국 의료의 선진성은 세계가 놀라는 방대한 코로나19 검사 숫자만으로도 확인된다. 환자가 확진되자 동선을 샅샅이 추적해 밀접 접촉자 모두를 검사했기 때문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효과적인 검사를 대량으로, 또 비교적 저렴하고 신속하게 시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덕분이다. 실제 일본이 한 달간 시행한 검사를 국내에서는 하루에 실시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순식간에 세계 2위의 코로나19감염국이 됐다. 지금의 검사 방식 덕분에 대한민국이 코로나19의 역학 분포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의료 선진국으로 평가받을지, 아니면 전염병이 창궐한 나라로 기억돼 상당 기간 여행 기피국으로 남을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코로나19는 유독 지병이 있는 노약자를 괴롭힌다. 하지만 노약자도 미리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설사 사망률이 10%인 고위험군이라 하더라도 건강하게 회복할 가능성이 90%다. 또 병을 이길 면역력 향상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마음이 필요하다. 다행히 코로나19는 심한 폐렴을 일으키더라도 폐 섬유화 같은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는 아직 드물다.

간혹 바이러스 본질이 심한 변이성에 있다 보니코로나19의 치명적인 돌연변이 가능성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새로 나타난 바이러스는 사람-사람 간 전파를 통해 변이를 일으킬수록 병독성은 약해지는 경향을 보여왔다. 2005년 유행했던 사스 바이러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이 역시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건강한 성인은 덴탈 마스크 무방

코로나19 로 인해 일상에서 접하는 가장 큰 문제는 마스크 대란이다. 물량 공급의 문제뿐 아니라 방역 대책도 일관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각종 매스컴을 통해 끊임없이 일회용 마스크 착용을 강조했다. 그러다 환자가 급증하고 마스크 대란이 지속하자 보건용 마스크의 재사용을 홍보하더니 마침내 지난 3일에는 “마스크는 의료진이 환자 진료를 하거나 바이러스에 노출 가능성이 높을 때 착용하면 된다”며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도 권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럴 바에야 처음부터 미국 CDC 지침을 국내에도 적용해 마스크 대란을 소란 수준으로는 막았어야  했다.

사실 코로나19는 신종 바이러스라 전문가들도 대처 방안에 대해 이견이 있다. 또 대책 자체를 실천하기도 쉽지 않다. 일례로 마스크도 매번 비누로 꼼꼼히 손을 씻은 뒤 코와 얼굴에 빈틈없이 밀착시켜서 착용해야 하고 무심코 만져서도 안 된다. 이런 지침을 실천하다보면  딥답하고 숨쉬기도 편하지 않다.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감염내과 교수들이 환자 접촉이 없는 건강한 성인에게 방역 마스크 대신 치과 진료 때 사용되는 일회용 마스크(덴탈 마스크)를 쓰라고 조언했던 이유다.

참고로 마스크 재활용법은 미국 플로리다주 파나마시티에 있는 응용연구협회 공학 분과의 데빈빌즈 등의 연구진이 2018년 미국의 감염병 통제 잡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주목해 볼 만하다. 이들은 15종류의 방역 마스크(N95)를 대상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묻힌 뒤 일정량의 자외선을 1분간 조사한 결과 12개 제품에서 자외선 조사 후 바이러스가 의미 있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만일 국내에서도 효과가 검증된다면 동사무소나 아파트 주민센터 등에 비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코로나19 종식 시점은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미국 하버드 보건대학교 립시치 교수는 1년 이내에 전 세계 성인 40~70%가 감염된 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런데도 치료제, 백신, 변이 과정을 통한 바이러스 약독화 등을 고려하면 감염 시기는 늦출수록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좋다. 현재로써는 저마다 개인위생 수칙을 지키면서 담담한 마음으로 코로나19의 운명을 지켜보는 게 최선인 듯싶다.

황세희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예방센터장
서울대 의대 졸업 후 서울대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MIT대에서 연수했다. 1994년부터 16년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황세희 박사에게 물어보세요’ ‘황세희의 남자 읽기’ 등 칼럼을 연재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