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레 이스터섬 명물 모아이 석상 들이받은 트럭. 이스터섬 원주민 커뮤니티 페이스북 캡처
칠레 이스터섬의 명물 모아이 석상이 트럭에 부딪혀 부서지는 일이 발생했다. 지역 원주민들은 석상 주변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등 문화 유산 보호를 위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칠레 언론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남태평양에 있는 이스터섬에서 소형 트럭 한 대가 모아이상을 들이받았다. 석상은 쓰러졌고 받침대도 파손됐다.
이스터섬 주민인 남성 운전자는 문화재 훼손 혐의로 체포됐다. 체내에서 알코올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칠레 언론 비오비오칠레는 전했다.

이스터섬 모아이 석상. UPI=연합뉴스
모아이상을 관리하는 마우 에누아 원주민 커뮤니티 대표 카밀로 라푸는 "이 사고로 엄청난 손해가 발생했다"면서 "원주민들의 역사·문화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모아이상은 라파누이(원주민들이 부르는 이스터섬 명칭) 사람들에게 종교적 가치를 지닌 신성한 조각"이라며 "이러한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할 뿐 아니라 역사적 유산을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라푸 대표는 그러면서 이 사고가 고의적으로 일어났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지역 시장인 페드로 에드문드스는 사고의 원인을 브레이크 고장으로 추측하면서 모아이상 주변 차량 통행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칠레 본토에서 3500㎞ 남짓 떨어진 이스터섬 내 모아이상은 사람 형상을 한 거대 석상이다. 18세기 유럽 탐험가들이 이 섬을 발견했을 당시 처음 세상에 공개됐다.
이스터섬 곳곳에 있는 1000여개의 모아이상을 누가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스터섬 원주민들은 이를 조상의 영혼을 지닌 신성한 존재로 여긴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