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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세계엔 장애 상관없어, 비장애인보다 업무속도 2배”

중앙일보

입력 2020.03.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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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발달장애인 김지욱(앞줄 왼쪽)ㆍ김상현(앞줄 오른쪽), 청각장애인 김현기(뒷줄 왼쪽 첫번째)ㆍ이은비(뒷줄 왼쪽에서 세번째)씨가 비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화면을 보며 회의를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발달장애인 김지욱(앞줄 왼쪽)ㆍ김상현(앞줄 오른쪽), 청각장애인 김현기(뒷줄 왼쪽 첫번째)ㆍ이은비(뒷줄 왼쪽에서 세번째)씨가 비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화면을 보며 회의를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자율주행차가 아무리 똑똑해도 우리 도움 없이 안전하게 달릴 수 있을까요? 우리는 AI(인공지능)가 사물을 스스로 인지할 수 있을 때까지 신호등이 뭔지, 횡단보도가 뭔지 하나씩 알려주는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죠.”

IT기업 발달ㆍ청각장애인 15명
AI 학습 데이터 제작 업무 맡아

"집중력 뛰어나 오류 거의 없고
업무속도 비장애인보다 2배 빨라"

지난달 13일 서울 잠실의 정보기술(IT)분야 고용노동부인증 사회적기업 테스트웍스에서 만난 김지욱(26)씨의 말이다. 김씨는 커다란 모니터 앞에 앉아 독일의 도심 교차로 사진에 신호등·표지판·보행자 표시를 하고 있었다. 3년 차 사원인 그는 발달 장애를 갖고 있지만, 일하는 모습은 여느 회사원과 다를 바 없었다.

설립 5년 차의 테스트웍스는 AI학습데이터 제작, 소프트웨어 테스팅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특이한 점은 이 회사 직원 81명 중 15명이 장애인이란 점이다.

 이들은 김지욱씨와 같이 AI학습데이터 제작 업무를 맡고 있다. 10명은 발달 장애를, 5명은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청각장애인 김현기(32)씨도 “수화만 쓰다 보니 가끔 비장애인보다 사내 정보를 늦게 알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IT기업 특성상 대부분 메신저나 SNS로 소통하기 때문에 회사생활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노정화 테스트웍스 경영기획실장은 ”장애인 직원들의 AI 데이터 가공 속도는 비장애인보다 두 배 정도 빠르다. 집중력도 뛰어나 오류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장애인이 비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어울려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코칭 담당자도 두고 있다.

테스트웍스에 근무하는 장애인 직원들이 모니터를 보며 신호등, 표지판 등에 태그를 붙이고 있다. 노유진 연구위원

테스트웍스에 근무하는 장애인 직원들이 모니터를 보며 신호등, 표지판 등에 태그를 붙이고 있다. 노유진 연구위원

테스트웍스가 처음부터 장애인 고용을 위해 만들어진 건 아니었다. 2016년 글로벌 소프트웨어기업 SAP의 지원을 받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전문가 양성과정을 운영했는데, 이 교육을 수료한 장애인들의 취업이 어렵자 테스트웍스가 이들을 뽑은 게 장애인 채용의 시작이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직업재활센터·장애인복지관 등 관련 기관의 추천을 받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면접과 컴퓨터활용능력 테스트, 3~7주간 업무 실무평가를 거쳐 장애인을 채용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 졸업 후 단순노동이나 서비스직에 종사하다가 테스트웍스에 입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각장애인 이은비(31ㆍ여)씨는 “컴퓨터를 잘할 수 있지만, 청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사무직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다"며 “남들보다 민감한 시각을 갖고 있어 장애와 상관없이 데이터 가공업무를 어렵지 않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스트웍스는 모든 직원을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급여와 복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지원도 차별이 없다.

윤석원 테스트웍스 대표이사는 “장애 여부·나이·성별과 관계없이 잠재력이 높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처음엔 발달장애인이 IT 직무를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있었지만, 채용 뒤 1년 반 만에 업무 능력을 120%씩 발휘하고 있다”며 “일반 IT기업의 평균 이직률이 30~50%가량인데, 취약계층을 40% 이상 고용한 우리 회사 이직률은 10%도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테스트웍스는 지난해 SK텔레콤과 협업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각적질의응답(VQA) 데이터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서울시 사회적경제 우수기업에 선정됐으며, 2018년에는 임팩트 투자전문기관 'D3쥬빌리파트너스'에서 10억원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올해는 대만과 베트남 지사를 낼 예정이다.
 발달장애인으로 데이터 가공업무를 하는 김지욱씨는 "세 번의 도전 끝에 ISTQB 자격증(소프트웨어 테스팅 국제공익자격증)도 취득했다"며"앞으로 데이터 가공뿐만 아니라 AI 소프트웨어 테스팅분야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유진 시민사회환경연구소 연구위원 roh.you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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