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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look] 국민 45%는 중도…보수·진보만 있다는 착각서 벗어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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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상

노익상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그 중간쯤 된다” 혹은 “보수나 진보라는 단어로 편을 가르지 말아 달라”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중도’라 부른다. 그 비율이 전체 유권자의 40~45%(한국리서치와 한국갤럽의 지난 2개년 조사 결과)다. 우리나라 유권자 중에서 중도는 보수(25% 내외)나 진보(30% 내외) 비율보다 확실히 더 많다.

노익상 한국리서치 회장 분석 #2030·주부 중심…“원칙보단 실용” #재산·교육 문제선 자유경쟁 지지 #사회적 약자엔 복지 정책 중시

이 중도층은 누구일까? 모든 지역에서 중도는 보수나 진보보다 많다(호남 지역에선 진보가 51%로 더 많음). 남자보다 여자 중에서(중도 48%), 18~34세의 젊은층에서(52%), 가정주부(48%) 중에서 중도가 조금 더 많기는 하다. 그러나 모든 성·연령·직업·소득·재산·계층에서 중도층은 보수나 진보에 비해 다수를 차지한다. 중도는 각계각층에 퍼져 있는 보편적 현상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중도의 태도는 보수나 진보 어느 쪽으로 조금이라도 기울어져 있을까? 교육 정책에서는 평등교육보다 자유경쟁 지향 쪽으로, 남북 관계 중 북한 제재 면에선 완화보다 유지 쪽으로, 부동산 보유세와 상속세 정책에서는 현재보다 더 과도한 부과에 반대하는 경향이다. 중도층은 재산과 교육 등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면에서는 자유경쟁 쪽을, 사회적인 정책에서는 복지 중시의 경향을 띠고 있다. 중도의 사회·정치 사상은 무엇일까? ‘평등 지향 사회’(22%)보다 ‘자유경쟁 사회’가 더 바람직하며(73%), ‘기도나 기원의 힘을 믿는 편’(62%)이고, ‘전통과 권위는 존중돼야 한다’(56%)고 생각한다. 반면에 ‘정치가의 지역구 혹은 권력 세습’에는 반대(87%)고,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라도 독재정치는 용납할 수 없다’(83%)는 생각이며, ‘빈부 격차를 당연시하기보다 가급적 줄여야 한다’(80%)고 주장한다. ‘기업의 가족 세습에는 반대’(60%)하고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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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중도는 보수나 진보에 비해 혹시 더 물질 위주의 가치관을 갖고 있고 더 실용적이거나 더 인간애적일까? 이번 중앙일보·한국리서치의 공동 기획 ‘4·15 총선, 중도에 달렸다’의 조사에서는 보수·중도·진보의 가치관을 북유럽 사회학자인 한스 제터버그의 가치관 이론을 원용해 조사했다. 그 결과를 보면 ‘안정 지향-변화 지향’의 면에서 중도는 그야말로 중도다. 안정과 변화 중 어느 한쪽을 주장하지 않는다. 반면에 ‘원칙이 더 중요하냐, 실용이 더 중요하냐’의 가치관에선 실용 위주의 사고를 하고 있다. ‘성과 위주의 물질주의 쪽인가? 혹은 과정 위주의 사람 중심 쪽인가?’의 사고에서는 조금 더 성과 위주 쪽이다.

우리나라 유권자의 다수(40~45%)를 차지하는 중도는 모든 계층에 골고루 분포돼 있으나 특히 정치에는 관심이 적고 가정 살림과 자녀 교육에 전념하는 가정주부, 사상적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개인 중심이며 실용적인 사고를 하는 대학생과 20~30대의 젊은층이 그 주된 흐름이다. 이제 우리 정치는 보수냐 진보냐의 이분법적 착각에서 벗어나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인주의적이면서 실용 위주의 가치관을 갖고 있고 동시에 사회적 약자를 지원함이 옳다는 중도의 생각과 삶을 이해하고 그들을 아끼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노익상 한국리서치 회장

이번 조사는 한국리서치 응답자 패널인 마스터샘플(2020년 2월 현재 약 46만 명)을 활용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44명을 조사했으며, 지난 2월 12일부터 17일까지 모바일과 e메일을 이용한 웹 서베이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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