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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야경·손혜원·10년… 관광 신흥 명가 목포를 만든 키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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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교. 형형색색의 불을 밝힌 목포대교는 관광 목표를 상징하는 주인공이다. 손민호 기자

목포대교. 형형색색의 불을 밝힌 목포대교는 관광 목표를 상징하는 주인공이다. 손민호 기자

일단 오해마시라. 당장 여행을 떠나시라는 얘기가 아니다. 일거에 강호를 접수한 신흥 명가의 필살기를 공개할 따름이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관광도시가 어디라고 생각하시는가. 전남 목포시다. 나는 목포가 제일 뜨겁다고 자신한다. 여러 근거가 있는데, 통계 하나를 먼저 공개한다. 2015년 이전 목포 방문자는 연 100만 명이 안 됐다. 작년엔? 685만 명을 기록했다. 5년 만에 방문자가 7배 뛴 지방 도시를 나는 본 적이 없다. 국내 관광 신흥 명가 목포의 경쟁력을 조목조목 살폈다.

관광 예산 쓸어담다

지난해 9월 개장한 목포해상케이블카. 탑승객이 벌써 60만 명을 넘어섰다.[중앙포토]

지난해 9월 개장한 목포해상케이블카. 탑승객이 벌써 60만 명을 넘어섰다.[중앙포토]

1월 28일 정부서울청사. 문체부가 관광거점도시 대상지를 발표했다. 박양우 장관이 직접 호명한 대상지는 다음과 같다. 부산광역시(국제관광도시 1곳)와 강원도 강릉, 전북 전주, 경북 안동, 목포(지역관광거점도시 4곳). 짧은 발표가 끝나자 전국이 환호와 탄식으로 들썩였다. 도시 한 곳에 예산 1000억 원이 배정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공모사업이기 때문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단연 목포였다. 목포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은커녕 국립공원도 없다. 더욱이 인구 23만 명의 작은 도시다. 안동 인구가 더 적다지만, 안동은 도청 소재지다. 지역 배분을 고려해도 목포는 의외였다. 자타가 공인하는 관광 전남의 터줏대감은 여수이어서다.

목포근대문화거리에 붙어 있는 벽 글씨. 목포 사투리로 쓴 문장에서 정감어리다. 손민호 기자

목포근대문화거리에 붙어 있는 벽 글씨. 목포 사투리로 쓴 문장에서 정감어리다. 손민호 기자

지난달 12일 목포시 곳곳에는 축하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도시 전체가 잔치 분위기였는데, 목포시청은 외려 담담해 보였다. 당연한 결과라는 표정이랄까. 알아보니 목포는 이미 관광 예산을 쓸어담고 있었다.

장일례 목포시 미디어마케팅팀장에 따르면 2017년부터 3년간 목포가 관광 명목으로 받은 국비·도비는 1000억 원이 넘는다(2017년 266억3400만원, 2018년 549억6600만원, 2019년 188억5500만원). 문체부·관광공사 등 관광 당국은 물론이고, 행정안전부·해양수산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도 예산을 내려보냈다. 가장 눈에 띄는 부처는 문화재청이다. 2018년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활성화 시범사업 명목으로 370억 원을 지원하는 등 3년간 모두 426억2000만원을 집행했다. 관광 예산이 목포에 집중된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을 귀띔하면 하루 이틀 만의 성과가 아니란 사실이다.

10년 대계의 결실

목포 나이트투어의 대표 명물 춤추는 바다분수. 음악에 맞춰 바다에서 분수가 쇼를 펼친다. [중앙포토]

목포 나이트투어의 대표 명물 춤추는 바다분수. 음악에 맞춰 바다에서 분수가 쇼를 펼친다. [중앙포토]

“목포를 와본 사람은 많아요. 근데 목포를 여행한 사람은 없어요. 다들 거쳐 가는 거지. 목포에서 잠을 재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저녁에 볼거리가 있어야겠고. 그래서 2년 전 ‘춤추는 바다분수’를 만들었어요. 밤바다에서 조명 쇼도 하고 레이저도 쏘고, 볼 만해요. 목포대교도 조명시설을 얼마나 공들였는데….”

2012년 목포대교 개장 직후. 정종득 당시 목포시장이 진지한 얼굴로 토로했다. 그때만 해도 목포는, 3선 시장의 고백처럼 잠깐 들르는 항구 도시였다. 내 기억에도 관광 목포는 2010년 춤추는 바다분수에서 시작됐다. 세계 최초·최대 부유식 바다분수는 밤마다 바다를 화려하게 밝혔다. 목포대교도 반짝반짝 빛났고, 유달산·갓바위 등 목포의 명승에도 하나둘 불이 들어왔다. 지난해 9월 개장 이후 60만 명이 탑승했다는 목포해상케이블카도 조명시설에 공을 들였다. 이제 목포의 밤은, 어느 항구 못지않게 곱다.

전 정종득 시장이 관광 목포를 꿈꿨다면, 현 김종식 시장은 관광 목포를 설계했다. 시청 조직표가 증거다. 현재 김영숙 관광국장 산하에 6개 부서가 있다. 직원 수는 30명에 이른다. 기초단체 수준에서 처음 본 조직표다.

40년 묵은 민어집 ‘중앙횟집’의 민어 정식 상차림. 서울에선 민어를 복달임 음식으로 알고 있지만, 막상 목포에선 그렇지 않다. 손민호 기자

40년 묵은 민어집 ‘중앙횟집’의 민어 정식 상차림. 서울에선 민어를 복달임 음식으로 알고 있지만, 막상 목포에선 그렇지 않다. 손민호 기자

지역마다 향토 음식 홍보에 혈안이라지만 음식 관련 부서는 대부분 위생과 소속이다. 목포에선 관광과 업무다. 관광과 소속 ‘맛의 도시팀’이 향토 음식을 발굴하고 마케팅을 전담한다. ‘목포 5미(味)’는 ‘목포 9미’로 확장됐고 시방 ‘목포 12미’를 검토 중이다. 목포시가 가격을 관리하는 ‘목포으뜸맛집’도 125곳 있다. 민어가 언제부터 전국구 복달임 음식이 됐을까. 불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현재 목포 민어의 거리 손님의 80% 이상이 관광객이다.

2019년 목포에서 있었던 일

목포 '연희네 슈퍼'. 영화 '1987' 덕분에 명소가 됐다. 원래는 달동네 어귀의 빈집이었는데, 지금은 영화에 등장했던 소품으로 가득 차 있다. 주말이면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젊은이들로 긴 줄이 선다. 손민호 기자

목포 '연희네 슈퍼'. 영화 '1987' 덕분에 명소가 됐다. 원래는 달동네 어귀의 빈집이었는데, 지금은 영화에 등장했던 소품으로 가득 차 있다. 주말이면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젊은이들로 긴 줄이 선다. 손민호 기자

“근대문화거리 사업은 군산보다 목포가 먼저 시작했어요. 20년쯤 전에. 지역 여론의 반대가 심해서 포기했어요. 일제 잔재로 뭐하는 짓이냐고. 군산이 뜬 것 보고 목포 여론도 바뀌었어요. 근대문화유산은 목포가 최고지요.”

20년 전 근대문화거리 사업 담당자였던 김천환 전 목포시 관광국장의 회고다. 현재 목포의 최고 관광 콘텐트는 근대문화유산이다. 영화 ‘1987’로 ‘연희네 슈퍼’가 있는 서산동·온금동 달동네가 뜨더니, TV 드라마 ‘호텔 델루나’로 목포근대역사관(옛 일본영사관 건물)이 SNS 명소로 거듭났다. 촬영팀이 알아서 찾아왔을까. 20년에 걸친 준비가 이제야 빛을 본 게다.

TV드라마 '호텔 델루나'에 등장했던 목포근대역사관. 옛날 일본 영사관 건물이다. 밤에 더 예쁘다. 손민호 기자

TV드라마 '호텔 델루나'에 등장했던 목포근대역사관. 옛날 일본 영사관 건물이다. 밤에 더 예쁘다. 손민호 기자

손혜원 의원의 조카가 운영하는 카페. 목포 근대문화거리에 자리한다. 카페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도 많다. 손민호 기자

손혜원 의원의 조카가 운영하는 카페. 목포 근대문화거리에 자리한다. 카페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도 많다. 손민호 기자

소위 ‘손혜원 소동’도 빠뜨릴 수 없다. 손혜원 의원의 투기 의혹이 일어난 뒤 목포 근대문화거리에 전국의 이목이 쏠렸다. 손 의원과 관계있다는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도 인증사진 명소로 떠올랐다. 화제는 모았으나 부작용도 크다. 조대형(68) 문화관광해설사는 “투기 논란 이후 골목 집값이 10배 넘게 뛰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목포의 약진이 부러우신가. 그럼 목포를 배우시라. 현재 목포는 준비된 여행지의 모범 사례다. 참, 목포에선 여름 보양식 민어를 사철 먹는다. 관광 콘텐트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란 뜻이다.
 레저팀장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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