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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새벽 서산 뒤흔든 폭발음···지붕 파편이 200m 날아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식당의 두꺼운 대형 유리는 산산조각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3층짜리 원룸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는 덜렁거리며 철골 구조물에 겨우 지탱했다. 출입문과 유리창이 모두 부서진 편의점은 불도 켜지 못했다. 4일 오전 충남 서산시 대산읍 독곳리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정문 앞 모습이다.

4일 오전 3시쯤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여파로 인근 상가의 유리창이 모두 부서졌다. 신진호 기자

4일 오전 3시쯤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여파로 인근 상가의 유리창이 모두 부서졌다. 신진호 기자

상인들은 폭탄을 맞은 것처럼 변해버린 가게에 나와 망연자실 쳐다보기만 했다. 전날 저녁 퇴근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가게는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한 휴대전화 매장에서는 직원 2명이 깨진 유리 조각을 치워가며 행여나 남아 있을 물건을 찾았다. 상인들은 현장을 찾은 맹정호 서산시장에게 “어떻게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4일 오전 3시쯤 폭발음과 함께 수십m불기둥 치솟아 #공장 직원·주민 등 50여 명 다쳐… 2명은 중상 #10km 넘게 떨어진 충남 당진서도 폭발음 들려 #

폭발사고는 이날 오전 3시쯤 발생했다.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불기둥이 수십m까지 치솟을 정도로 폭발이 강력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한밤중 폭발음에 놀라 뛰쳐나온 주민들은 “공장 주변 하늘이 온통 빨갛게 보였다”고 말했다. 폭발음은 대산읍과 10km가량 떨어진 당진지역에서 들릴 정도로 강력했다고 한다.

4일 오전 3시쯤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여파로 인근 식당의 유리창이 모두 부서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신진호 기자

4일 오전 3시쯤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여파로 인근 식당의 유리창이 모두 부서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신진호 기자

사고가 발생하자 소방당국은 인접 소방서의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광역 2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274명과 장비 66대를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큰불은 폭발 2시간 10분 만인 오전 5시 11분쯤 잡혔다. 완전 진화는 오전 9시쯤 이뤄졌다. 서산시는 두 차례 안전문자를 발송하고 마을 주민들에게 안전을 당부했다.

이날 폭발은 공장 내 납사(나프타) 분해센터(NCC·Naphtha Cracking Center)에서 발생한 것으로 경찰과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원유에서 추출하는 납사는 화학제품 원료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1200도 이상이 초고온으로 납사를 열분해하면 에틸렌·프로필렌·열분해 가솔린 등을 생산할 수 있다.

4일 오전 3시쯤 폭발사고가 발생한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합동조사반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3시쯤 폭발사고가 발생한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합동조사반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가 나자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 내 13개 시설 중 7개의 가동을 중단했다. 나머지 6개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다. 사고로 누출된 유해 화학물질은 없고 2차 폭발 가능성도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공장 재가동 여부는 납사 분해센터 정비 상황에 따라 조정할 방침이다.

충남소방본부 관계자는 “에틸렌 생산과정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추정하고 있다”며 “납사 분해공정 중 압축라인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공장 측의 설명을 근거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4일 오전 3시쯤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여파로 인근 상가의 유리창이 모두 부서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신진호 기자

4일 오전 3시쯤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여파로 인근 상가의 유리창이 모두 부서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신진호 기자

사고로 연면적 12만여㎡ 공장 내부와 시설물 상당 부분이 불에 탔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직원 A씨(38) 등 12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 가운데 부상 정도가 심한 4명은 천안지역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애초 주민 30여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대부분 경상으로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폭발 여파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인근 상가와 주택·원룸 등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지진과 같은 진동으로 2~3층짜리 상가 건물 대부분은 유리창이 부서졌다. 원룸과 다른 공장에서도 유리창이 깨지고 간판이 떨어지는 등이 피해가 이어졌다. 대산공장에서 500m가량 떨어진 원룸에서도 창문이 깨지기도 했다. 공장 내 공기 압축설비 지붕 파편이 200m가량을 날아가 민가에 떨어지기도 했다.

4일 오전 3시쯤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여파로 인근 원룸의 유리창과 에어컨 실외기가 부서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신진호 기자

4일 오전 3시쯤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여파로 인근 원룸의 유리창과 에어컨 실외기가 부서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신진호 기자

대산읍 독곳2리 김종극 이장은 “전쟁터에 미사일이 떨어지는 것처럼 큰 폭발이 일어났다”며 “공장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대부분 깜짝 놀라 잠에서 깨 뜬눈으로 지새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까지 대책상황실이 마련된 대산읍사무소에는 인명 피해 38건, 재산 피해 62건 등이 접수됐다. 서산시청과 공장 인근 마을인 독곳리에서도 접수가 이뤄져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서산시는 전망했다.

4일 오전 맹정호 서산시장(오른쪽)이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피해를 입은 상인들에게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4일 오전 맹정호 서산시장(오른쪽)이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피해를 입은 상인들에게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사고 현장을 찾은 맹정호 서산시장은 “롯데케미칼 측에 사고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 치료·보상을 요구할 것”이라며 “강한 진동이 발생한 만큼 인근 공장 설비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진단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산=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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