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같은 가공식품인데 통조림엔 없고 패스트푸드엔 있는 것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43)

1인 가구 500만시대. 4가구 중 1가구는 나홀로족으로 증가하고 있다. 혼자 사는 가구가 늘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소비 패턴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혼술·혼밥·혼영 등 혼자 하는 다양한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직접 조리해 먹는 수고를 덜어주는 가공 및 반가공 식품의 소비도 늘고 있다. 가공 조리 완성 식품으로는 튀김류, 크로켓, 만두류, 햄버거류 등이 있다. 반조리 식품은 넓은 의미의 조리 식품 중 재가열 등의 간단한 처리로 곧 식탁에 내놓을 수 있는 가공식품, 냉동식품, 레토르트식품, 통조림 등을 말한다. 간단한 조리조작을 해야 하는 즉석식품(간편식)이나 반조리 식품과 명확한 경계를 지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혼자 사는 가구가 늘면서 데워먹는 밥, 그대로 끓이면 되는 라면 등 가공 및 반가공 식품의 소비도 늘고 있다. [사진 pixabay]

혼자 사는 가구가 늘면서 데워먹는 밥, 그대로 끓이면 되는 라면 등 가공 및 반가공 식품의 소비도 늘고 있다. [사진 pixabay]

비닐에 포장된 쌀은 물론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는 밥, 끓이거나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라면, 캔에 든 참치나 햄, 비닐에 포장된 두부, 종이팩에 든 우유, 페트병에 담긴 음료수 등 우리는 다양한 가공식품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슈퍼나 마트에 파는 식품 중 요리 재료로 사용하는 원료 그대로의 채소나 과일, 해산물과 고기 외에는 대부분 가공식품이라고 보면 된다. 가공식품은 식품의 원료인 농산물이나 축산물, 수산물을 먹기 편하게 가공하는 것은 물론 더욱 오래 보관할 수 있게 만든 식품을 말한다.

가공식품의 대표인 통조림은 전쟁 때문에 만들어졌다. 나폴레옹 전쟁 때문에 식량이 부족해진 프랑스는 방부제 없이 식품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겠다고 했다. 1809년 니콜라스 아베르는 입구가 넓은 유리병에 식품을 넣은 채로 병을 끓는 물에 담가 익혀 균을 죽인 후, 뜨거울 때 코르크 마개로 단단히 밀봉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아베르는 이것으로 1만 2000프랑의 상금을 받았다. 그 후 1810년에 영국의 피터 듀런드는 쉽게 깨지는 유리병 대신에 양철을 사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 양철 용기를 ‘틴 캐니스터’라고 불렀는데, 이 말이 줄어서 ‘캔’이 되었다.

가공식품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패스트푸드는 짧은 시간에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식품을 말한다. 먹기 편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가공식품이지만 너무 많이 이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공할 때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혹은 보기 좋은 색깔을 내기 위해서 식품첨가물인 화학물질을 넣는 경우가 많다. 이 화학 물질은 먹으면 먹을수록 건강에 좋지 않다. 가공식품과 반조리 식품이 많은 편의점 식품에 익숙한 청소년에게 염증성 장 질환이 최근 늘고 있는 점을 결코 가볍게 보아선 안 된다.

먹기 편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가공식품은 너무 많이 이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혹은 보기 좋은 색깔을 내기 위해 식품첨가물인 화학물질을 넣는 경우가 많다. [사진 pxhere]

먹기 편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가공식품은 너무 많이 이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혹은 보기 좋은 색깔을 내기 위해 식품첨가물인 화학물질을 넣는 경우가 많다. [사진 pxhere]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서 가공식품이나 반조리 식품에 방부제, 살균제를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습기 살균제로 살균제를 흡입했을 때 치명적인 건강손해를 입을 수 있다. 식품 속에 존재하는 방부제나 살균제도 체내에 쌓이게 되면 결국 살균제를 흡입했을 때와 같은 독성영향을 입게 된다. 폐·간·신장에 독성 영향이 나타나는데, 이런 이유로 선진국에서는 살생제와 살균제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

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여러 위험요소에 노출될 수 있다. 패스트푸드와 반조리 식품은 GMO(유전자 조작 식품)의 노출을 증가시킨다. 식용 GMO는 우리나라가 수입량 세계 1위, 사료용은 세계 2위 수입국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1인당 GMO 소비가 많다. GMO로 2차로 가공된 식품인 경우 GMO 표시하게 되어있지 않기에, GMO로 만들어진 식용유, 빵, 과자 등 상당수 가공식품은 GMO 섭취를 증가시킬 수 있다.

GMO 생산 시 제초제 제거에는 글리포세이트가 사용된다. 글리포세이트는 1974년 몬산토가 개발한 제초제 ‘라운드업’에 들어가는 주요 성분이다. 2000년 글리포세이트에 대한 몬산토사의 독점권이 해제되면서 다른 화학업체들도 복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글리포세이트는 국제암연구소에서 암 유발 가능성 2A급(동물 실험에서는 확실하고 인체 실험은 확정 불가)으로 지정되었으며, 매년 8억t 정도가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임에도 국내에서 수입되는 GMO 제품에 글리포세이트 잔류검사가 최근까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GMO 표시를 강화하고, GMO 제품에 글리포세이트 잔류검사를 촘촘히 해야 한다.

비닐이나 플라스틱은 환경 오염의 원인이기도 하다. 가능하면 비닐이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사진 pixabay]

비닐이나 플라스틱은 환경 오염의 원인이기도 하다. 가능하면 비닐이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사진 pixabay]

또 가공식품, 반조리 식품을 포장하는 비닐이나 플라스틱은 환경 오염의 원인이기도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은 98.2㎏으로 세계 1위다. 한국의 플라스틱 폐기물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많다.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세계에서 미세플라스틱으로 가장 많이 오염된 지역 2위, 3위가 인천, 낙동강 하류로 밝혀져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해안을 가지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가공식품보다는 신선한 재료로 집에서 만든 음식을 먹는 것이 더 좋다. 집에서 조리가 어려운 환경이라면 마을 부엌을 같이 만들어 청소년이나 독거노인이 식사를 함께할 수 있는 도시의 공유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 패스트푸드와 반조리 식품이 많아지는 현 소비패턴에서 슬로우 푸드 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건강한 먹거리를 함께 나누는 식구, 지역공동체가 도시에서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먹거리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대에 새로운 먹거리 문화를 만드는 시도가 아닐지 싶다.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