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추경]나랏돈 펑펑 쓰더니...위기때 쓰려니 텅 빈 나라 곳간

중앙일보

입력 2020.03.04 10: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나라 곳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고자 국채 발행을 동원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0%를 훌쩍 넘게 됐다. 40%는 재정건전성 사수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나랏돈을 퍼부어 경기를 부양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곳간만 비운 탓에 위기 때 써야 할 돈이 모자라 빚을 늘리게 된 것이다. “위기 이전에 경제 기초 체력을 키웠어야 했는데 일회성 퍼붓기 정책만 일관하면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악화했다”(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는 진단이 나온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재난안전대책위원장(오른쪽)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추경예산 편성 당정협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재난안전대책위원장(오른쪽)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추경예산 편성 당정협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정부는 4일 국무회의를 열고 11조7000원 규모의 추경안을 정했다. 이 중 10조3000억원은 국채 발행으로 조달한다. 문재인 정부는 매년 추경을 했지만, 재정 상황이 양호했던 2017, 2018년에는 국채를 발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에 현 정부 처음으로 추경을 위해 3조6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했고, 이번 추경엔 국채 발행 규모가 크게 불었다.

코로나 대응 추경 편성하며 10.3조 국채 발행
재정 건전성 마지노선 40% 무너져
관리재정수지 적자, 외환위기 이후 가장 커져

나랏빚은 국채 발행 수치만큼 늘어난다. 올해 국가채무는 당초 805조2000억원에서 815조5000억원으로 증가한다. 올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9.8%에서 41.2%로 올라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40%가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인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따져 물었었다. 40%를 굳이 지킬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현 경제 상황에서 국가 채무의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적정 국가채무 비율은 40% 아래”라며 “국가채무 비율이 40%를 넘었다는 건 국가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올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본 예산 기준 3.5%에서 4.1%로 확대된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 4대 보장성 기금의 수지를 제외한 지표다. 나라 살림 상황을 보여준다.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8년(4.7% 적자) 이후 가장 큰 적자 폭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일시적인 국가 채무 증가는 불가피하다”며 “재정건전성도 매우 중요한 만큼 긴밀히 관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리를 진작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경은 불가피하다. 재정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위기도 아닌 상황에서 나랏돈 씀씀이가 방만했던 탓에 정작 위기가 닥치자 대응 여력이 크게 줄었고, 결국 큰 빚을 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실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9%대의 예산 증가율을 보일 정도로 나랏돈을 많이 풀었다. 특히 올해는 512조 3000억원 규모의 슈퍼 예산을 짜면서 적자 국채를 60조원 어치 발행했다.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며 재정을 마구 동원했는데 소득도 성장도 잡지 못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2047달러로 전년보다 4.1% 줄었다. 1인당 GNI가 줄어든 건 2015년(-1.9%) 이후 4년 만이다. 지난해 성장률은 2%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가계의 벌이가 나빠지고 성장은 더디니 세금이 많이 걷힐 수 없다. 지난해 국세 수입(293조5000억원)은 정부 예상치보다 1조3000억원 덜 걷혔다. ‘세수 펑크’는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세수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올해 정부의 국세수입 목표치는 292조원이다. 이마저도 달성이 불투명하다.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로 쓸 곳은 크게 늘었는데, 수입이 줄어들면 살림 사정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재정이 위기에 대한 방파제 역할을 하려면 평소에 재정 건전성을 세심히 관리해야 한다”며 “앞으로 재정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민간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는 정책을 펴야 추경의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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