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추경]코로나 급한 불 끄자...文 정부 최대·초스피드 추경

중앙일보

입력 2020.03.04 10:00

업데이트 2020.03.04 16:25

문재인 정부 들어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안이 편성됐다. 512조3000억원 규모 슈퍼 예산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초(超)스피드로 추경안이 짜였다. 이번 추경 앞에는 '코로나19 극복'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한국 경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가 점점 크게 번지면서 당장 급한 불을 끄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정부의 위기감이 배어있다.

정부는 4일 국무회의를 열고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정했다. 현 정부 들어 매년 추경이 편성됐는데, 올해 이전에 추경 규모가 10조원이 넘었던 건 2017년(11조2000억원)뿐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역대 네번째 규모의 ‘슈퍼 추경’

이번 추경은 역대로도 네 번째 규모에 해당한다. 올해 추경보다 규모가 컸던 해는 금융위기 대처에 쓰였던 2009년(28조4000억원), 경기 침체와 세수 결손 해소를 위해 편성한 2013년(17조3000억원),  외환위기에 대응한 1998년(13조9000억원) 뿐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대응을 위한 2015년 추경(11조6000억원)보다도 규모가 크다.

앞서 정부가 내놓은 코로나 19 대응책과 합치면 씀씀이는 31조6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정부는 지난달 초부터 코로나19 불똥을 맞은 소상공인, 관광·해운 분야에 4조원 수준의 업종·분야별 긴급지원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소비쿠폰 지급과 같은 7조원 규모의 ‘종합패키지 지원대책’과 9조원의 금융지원 대책을 내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제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제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추경은 이례적으로 신속히 진행됐다. 청와대와 여당이 추경 편성 필요성을 강조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추경 편성을 검토하라”고 한 이후 열흘 만에 정부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주 내내 밤을 새워 추경 검토작업을 했고, 초스피드로 국무회의를 거쳐 5일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편성 시기도 빠르다. 2000년대 들어 정부가 1분기에 추경안을 편성한 것도 2009년과 올해뿐이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추경예산 편성 당정협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추경예산 편성 당정협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목도 ‘코로나19 추경’...한국 경제 숨통 틔우기 총력

정부는 이번 추경이 다른 목적 없이 코로나19 대응만을 위한 추경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금번 추경 산업은 코로나 사태 방역 및 피해극복, 민생안정과 관련해 시급성·집행가능성·한시성이라는 세 가지 원칙에 부합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추경 예산 중 2조3000억원은 감염병 검역·진단·치료 등 방역체계를 고도화하는 데 쓰일 계획이다.

정부는 우선 병실 안의 바이러스가 바깥으로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음압 병실과 음압 구급차를 추가 구입하고, 호남권에 1곳이었던 감염병 전문병원을 영남권과 중부권에 각 1곳씩 확충할 방침이다. 또 질병관리본부의 신종 감염병 검사역량과 장비를 늘리고 바이러스 연구소도 설립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의 방역 조치에 참여하면서 피해를 본 의료기관에는 총 3500억원을 들여 보상한다. 또 입원·격리치료자 생활지원비, 사업주 유급휴가비 등에 800억원을 지원한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는 총 2조4000억원이 쓰인다. 소상공인·중소기업 긴급경영자금 융자에 2조원을 확대 지원하고 기업은행을 통해 소상공인 초저금리(1.48%) 대출도 2조원 확대한다.

또 저임금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소상공인 사업장에는 4개월 동안 1인당 7만원의 임금 보조를 지급한다. 전체 시장 점포의 20%가 임대료를 낮춘 전통시장에는 화재 안전시설을 전액 국고로 지원한다.

3조원 규모의 민생·고용 안정 대책도 들어갔다. 저소득층·아동수당 대상자·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에게 지역사랑 상품권을 지급하고, 취업성공패키지 등 청년 고용 지원책에도 추가 재정을 투입한다.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사업에는 8000억을 들인다. 감염자가 많은 대구·경북지역에 대해선 추경 사업 중에서 예산을 따로 배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2020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구윤철 기재부 제2차관. 사진 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2020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구윤철 기재부 제2차관. 사진 기획재정부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추경은 코로나19에 숨이 막혀 있는 한국 경제의 숨통을 틔우는 총력전의 의미가 있다”며 “총선 이전에 사태를 수습하려는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계층에 대한 지원 수준을 늘려야 한다는 진단도 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추경은 경기를 부양하는 목적보다는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취약계층의 생계를 위한 추경이 돼야 한다"며 "피해 계층에 대한 지원의 폭과 기간을 늘려 그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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